중국 ‘스파이 풍선’ 파문 지속

최창근
2023년 02월 6일 오후 8:58 업데이트: 2023년 02월 6일 오후 8:58

중국의 고고도(高高度) 무인정찰기구, 이른바 ‘스파이 풍선’ 파문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은 자국 공군 F-22 랩터 전투기에서 AIM-9 공대공미사일 1발을 발사하여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 비티 상공에서 격추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해당 전투기가 버지니아주 랭글리 공군 기지에서 출격했으며 매사추세츠에서 동원된 F-15 전투기 여러 대와 공중급유기까지 동참해 풍선을 에워싼 후 미사일로 격추했다고 전했다.

미국 공군이 전개한 입체작전은 미국이 본토에 출몰한 중국의 스파이 풍선기구를 매우 심각한 안보 사안으로 다루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스파이풍선 잔해물은 수심 15m의 바다에 추락했으며, 반경 11킬로미터에 흩어져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중 다이버와 해상 크레인을 동원하여 잔해물을 수거할 예정이다. 버스 3대 정도 크기로 알려진 고고도 풍선을 두고 중국은 해당 기구가 단지 경로를 이탈한 민간 기후 관측용 풍선이라고 주장했다. 정찰 목적은 없다는 의미이다. 미국 입장은 상반된다. 명백한 정찰용 감시기구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 격추 명령을 내렸으나 미국 국방부는 대형버스 3대 크기인 풍선 기구가 격추돼 지상으로 떨어지면 피해를 입을 수 있어 대서양 연안 상공으로 이동할 때까지 기다 렸다가 이날 격추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방부는 풍선을 요격하면서 미사일이 풍선을 뚫고 지나가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풍선이 미사일을 맞은 뒤에도 800~1000㎞ 이상 더 비행해 미국이 인양할 수 없는 곳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등 미국 언론 보도에 의하면 해당 잔해물을 수거, 분석 후 정찰용 풍선 능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센서 등 스파이 풍선의 잔해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 연방 의원들이 “해당 기구에 미국이나 동맹국의 기술이 사용됐는지 여부를 파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파이풍선은 지난 1월 28일부터 미국령 알래스카,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 포착됐다. 그러다 1월 31일 아이다호주 상공에 출몰해 미국 본토 상공을 본격 침범했다. 2월 1일과 2일 몬태나주 소재 핵 미사일 격납고 상공에서 6만 피트 고도를 유지하며 맴돌아 미군 군사 정보를 정찰·수집하는 것으로 간주됐다.

몬태나 미국 공군기지는 전략 요충지이다. 해당 기지에는 핵 탄두를 탑재하고 최소 6000마일 비행하여 목표물을 요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미니트맨3 150기를 저장하는 격납고가 있다. 기지의 미사일은 상시 발사 준비까지 갖추고 있다. 미국은 몬태나 격납고와 같은 핵미사일 격납고를 대평원 지역에만 40여 곳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행정부는 중국이 지난날 미소 냉전 시대에 주로 쓰였던 스파이 풍선 기구에 태양열과 고성능 정찰 장비를 갖춰 업그레이드한 후 미국 본토 핵심 전략 시설을 정찰하고 정보 수집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스파이 풍선 격추 사건을 두고서 “1960년 미소 간 긴장 대결을 촉발한 U2 정찰기 격추 사건을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소련은 1960년 5월 1일, U2 정찰기를 격추했다. 미국은 스파이 활동 사실을 부인하며 ‘조종사 실종’ 사건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비행기에서 탈출한 조종사가 소련에 생포되면서 미국의 감시 체계가 드러났고,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당시 미국 대통령은 소련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월 7일, 국정 연설을 통해 스파이 풍선에 대해 언급할 예정이다. 어떤 수위의 발언을 하든 대중국 관계 경색이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