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타링크’ 맞서 자체 위성 인터넷망 개발 박차

한동훈
2023년 05월 27일 오후 5:54 업데이트: 2023년 05월 27일 오후 6:09

중국 공산당이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에 맞서는 자체 위성 인터넷망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주 중국 인민해방군 연구진이 자체적인 위성 인터넷망인 ‘GW’ 프로그램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20년부터 추진됐으며 2027년까지 총 1만3천 대의 저궤도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진척은 느리다. 지금까지 수백여 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2020년 4월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서 새로운 국가 인프라 프로젝트 명단에 위성 인터넷망을 최초로 포함시켰다.

같은 해 9월 UN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위성궤도와 주파수 자원을 등록했다. 이는 인공위성을 운용하기 위한 필수적 절차다. 당시 중국이 등록한 위성은 모두 저궤도 위성으로 총 1만2992개였다.

2021년 4월에는 국유기업 감독기관인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를 통해 ‘중국 위성 네트워크 그룹’을 설립했다. 국유기업 곳곳에 분산된 위성 인터넷망 개발역량을 통합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중국 국유기업들은 경영효율성이 낮기로 유명하다. 국유기업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진전이 예상만큼 이뤄지지 않아, 프로젝트를 전담할 기업이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됐다.

프로젝트의 코드명인 ‘GW’는 궈왕(国网)의 영문 이니셜이며, 국가 네트워크라는 뜻이다. 이러한 코드명은 중국 공산당이 추진하는 글로벌 위성 인터넷망이 당과 정부의 통제를 받는 폐쇄된 네트워크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는 중국이 ‘베끼기’하고 있는 스타링크가 미국의 민간 기업 스페이스엑스(X)에 의해 주도되며 전 세계에 자유로운 정보 소통 창구 역할을 표방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스타링크, 민간기업이 주도한 ‘소통 창구’

스타링크는 현재 약 3500개 정도의 저궤도 위성을 통해 전 세계 약 50개국에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 세계 인구의 대부분을 커버할 수 있는 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광케이블이나 기지국의 전파 중계 없이 우주공간을 이용한 통신을 통해 섬이나 산간 지역 등 외딴 지역에서 통신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스타링크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빛을 발했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정보통신 기반 시설이 파괴됐지만, 우크라이나 병원 등 통신이 필요한 곳에서는 여전히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군사적 목적의 활용도 화제가 됐다. 우크라이나 군은 전쟁 초반 드론 유도나 러시아 측 동향 파악 등에 스타링크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스페이스X 측은 이후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차단했다.

대신 스페이스X는 정부기관을 위해 군사용 서비스인 ‘스타실드’를 제공하고 있다. 민간용 서비스와 달리 지구 관측, 통신, 데이터 전송에 집중하며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모듈식 설계가 적용됐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전문가들은 스타실드의 출현으로 저궤도 위성의 군사화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미국이 우주자원을 독점해 현재의 군사작전 체계를 새롭게 개편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스타실드가 미군에 지구 관측과 기밀통신을 제공하고, 동시에 상대방의 모든 통신 수단을 가로채고 상세한 정찰을 가능하게 하며, 핵무기와 핵탄두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간 서비스를 표방한 스타링크에도 위협론이 거론된다. 해방군보는 작년 10월 “(스타링크) 배후에 미국 군당국과 깊은 관계가 있다”며 안면인식 기술, 빅 데이터 기술과 결합해 군사적 용도로 쓰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위성 시장에서 미국과 주도권 다툼

위성은 궤도의 높이에 따라 저궤도(250~2천km), 중궤도(2천~3만6천km), 고궤도(3만6천km 이상)로 나뉜다. 고도 3만6천km의 정지궤도 위성도 있다. 지구의 자전속도와 같은 속도로 공전해 지구에서 보면 멈춘 듯 보인다.

저궤도 위성은 더 높은 궤도 위성에 비해 전송 범위는 작지만, 비용이 적게 들고 전송 효율이 높다. 통신용으로 사용할 때는 다수의 저궤도 위성을 군집으로 묶어 ‘편대비행’을 하도록 한다. 이를 위성군이라고 한다.

ITU에 위성 주파수를 등록하면 7년 이내에 위성 운용을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 당초 5년 이내(2년 연장 가능)였으나 2003년 7년 이내로 확정됐다.

중국은 2020년 9월 ITU 등록 시 7개의 위성군을 고도에 따라 2개 그룹으로 나눠 등록했다. 3개 위성군은 총 6080개로 고도 508~600km, 나머지 4개 위성군은 총 6080개로 고도 1145km였다.

스타링크 위성들은 고도 530~550km 궤도를 돌고 있다. 현재 가동 중인 3500대를 포함해 오는 2027년까지 총 1만2천 대를 쏘아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후 2033년까지 고도 330km 전후의 극저궤도를 포함 총 3만 대를 더 쏘아 올리려 하고 있다.

고도 500~1500km 궤도는 우주 공간을 떠도는 우주 쓰레기 대부분이 위치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후발주자인 중국이 가세하면서 이미 포화상태인 지구 저궤도가 더욱 과밀해지고 우주 쓰레기도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위성 네트워크를 ‘일대일로’와 연계할 가능성도 지적된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 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이 같은 가능성을 거론하며 중국이 위성 시장에서 도전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