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해에서 연일 대규모 군사 훈련 실시…’내해화’하려는 시도

최창근
2023년 04월 19일 오후 5:49 업데이트: 2023년 04월 20일 오전 10:30

4월 18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 동안 중국 인민해방군은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항 대규모 군사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 구역은 칭다오 남쪽 3~4㎞ 해상이다. 민간 선박 피해를 우려해 실탄 사격이나 미사일 공격 훈련을 실시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칭다오해사국은 “인민해방군 해군이 이날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3시간 동안 산둥성 칭다오항 앞바다에서 ‘중대 군사활동’을 실시했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활동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지난해 6월, 상하이(上海)에서 진수한 세 번째 항공모함 푸젠함(福建艦) 시험 운용이라는 관측도 있다. 중국은 2025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푸젠함을 테스트하고 있다.

중국이 자체 설계·건조한 푸젠함이 기존 항공모함 랴오닝·산둥함과 두드러진 차이점은 함재기 사출 방식이다. 종전 두 척의 항공모함은 스키점프 방식으로 함재기를 이함시키지만, 푸젠함은 캐터펄트(catapult·사출기) 방식을 채택했다.

중국은 기 운용 중인 두 척의 항공모함과 실전 배치를 앞둔 한 척의 항공모함을 기반으로 서해,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 해상 패권 장악을 추구한다.

미국 해군 제독 출신 전략지정학자 앨프리드 머핸(Alfred Mahan)이 저서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The influence of Sea Power upon History)’에서 ‘해양력(Sea Power)’ 개념을 집대성했다. 이후 해양력은 미국을 비롯하여 독일, 영국, 일본 등 주요 강대국의 전략에 영향을 끼쳤다.

해양력에 대해서 패권국 미국과 이에 도전하는 중국은 상반된 방식으로 접근한다. 미국은 지구 전체 면적의 2/3에 해당하는 바다를 ‘국제 공공재’로 인식하고 자유롭고 열린 항해를 추구한다. 중국은 공공재가 아닌 자국의 영해로 간주하고 군사력 등 영향력을 기반으로 배타적으로 점유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남중국해 면적의 80% 이상을 점유하는 수역에 이른바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을 설정하고 자국 영해라고 주장한다.

중국이 해상에서도 육지에서처럼 일정한 경계를 설정하고 배타적 소유권을 주장하여 인접국과 분쟁을 벌이는 배경에는 역사적 경험과 이에 기반한 사고가 존재한다. ‘대륙국가’ 중국은 종전 사고를 유지하며 ‘해양국가’화를 시도하고 있다. 더하여 머핸이 제시했던 해양국가 전략을 충실하게 이행하며 패권국 미국에 도전하고 있다.

대륙국가적 사고에 기반하여 해양국가화를 지향하는 중국은 서해의 ‘내해화’도 시도하고 있다. 서해는 중국이 주장하는 이른바 제1도련선(島鏈線·island chain) 내에 자리한다. 아울러 중국 수도 베이징, 최대 도시 상하이와 인접하다. 중국에 있어 ‘전략적 핵심해역’이다.

중국의 서해 내화 시도에는 ‘초한전(超限戰)’에 등장하는 회색지대전략이 사용된다. 기정사실화 △모호주의 △점진주의 등의 전략이 사용되는 것이다.

중국은 1953년 남해구단선 지정 이후 70년 이상 회색지대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법률전, 심리전, 여론전을 시행하고 해상민병 등 동원 가능한 자산을 총동원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서해를 제1도련선에 포함하여 법률전 대상으로 삼았다. 또한 한국과의 해상 경계선이 동경 124도에 해당한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여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2013년 인민해방군 해군사령원(해군참모총장)은 한국 해군참모총장과 회담에서 “한국 함정이 124도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 주장대로 124도선을 기준으로 경계선을 획정할 경우 서해 전체 면적의 70%는 중국 차지가 되고 나머지 약 30%만 한국이 갖게 된다.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당시 대북 억제력을 위해 미국의 항공모함을 서해에 진입시키는 조치를 강력히 반대했다. 2014년에는 중국이 백령도 인근 해상에 해상관측부이를 설치한 것이 발견됐다. 이후 항공모함 전력화 과정에서 서해 구역을 포함해 항공모함 강습 훈련을 주기적으로 벌이며 무력 시위를 통한 현재 진행형 기정사실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속에서 최근 칭다오에서 실시한 대규모 군사훈련은 중국의 ‘서해 내해화’가 본격화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