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시 의사 “보건당국, 첫 집단발병 확인 시 ‘공황 막는다’며 마스크 착용 금지”

14명의 의료진에게 감염시킨 우한 폐렴 슈퍼 전파자 사건에 대한 세부 정보에서 중국 당국의 은폐 사실이 드러났다.

의료진에게 전염시킨 자오준시(69)씨는 7일 우한연합병원 신경외과에서 뇌하수체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수술 당시 그가 우한 폐렴에 걸린 것을 아무도 몰랐다.

11일 그는 발열 증상이 심해 CT(컴퓨터 단층) 촬영을 한 결과 양쪽 폐에 염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당 의사는 즉시 자오 씨의 증상을 전염병 부서에 보고하고 진단을 요청했다.

전염병담당 의사들은 “자오 씨가 알 수 없는 유형의 폐렴에 걸렸다”고 결론을 내렸다. 당시 우한 폐렴 검사를 위한 진단 키트는 없었다.

다음날, 자오 씨의 상태는 매우 심각해졌다. 흉부 스캔 결과 검은 부분이 여러 곳 나타났다. 그 후 그를 치료했던 의료진 몇 명이 잇따라 열이 났다. 그때서야 자오 씨를 격리병동으로 이동시켰다.

15일 자오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고, 우한의 전염병 전담치료 시설인 진인탄(金銀潭) 병원으로 옮겨졌다. 감염된 의료진도 격리 치료를 위해 유니온병원으로 보내졌다.

그러나 우한 보건위원회는 16일 저녁 우한 폐렴에 대해 정기적인 최신정보를 발표할 때 의료진이 감염됐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국가보건위원회의 수석 과학자 중난산(鐘南山)은 20일 밤 중국중앙방송(CCTV) 인터뷰에서 바이러스가 사람 간 전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진 14명이 환자 1명으로부터 감염됐다는 사실도 전했다. 의료진의 감염 사례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다른 중국 관영 매체들은 25일 이 내용을 보도했다. 의료진의 감염 사실을 확인한 지 5일이 경과한 후의 발표다.

우한 보건 당국의 은폐

우한 유니온 병원 의사 린유 씨는 우한 폐렴 환자의 첫 번째 그룹이 확진받았을 때, 우한 당국이 병원 직원들에게 SNS에 정보를 공개하거나 언론 인터뷰 요청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린 의원은 “기본적으로 어떤 정보도 노출하는 것이 금지됐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한 가지였다. 환자들에게 ‘마스크를 꼭 사서 외출할 때 착용하라’ ‘화난 해산물 시장에서 파는 식품은 신선하지 않으니 그 시장에 가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것뿐이었다”고 전했다.

화난 해물 시장에서는 어패류와 그 밖의 야생동물도 도축해서 팔아왔다. 우한 폐렴 환자로 확진 받은 첫 번째 그룹의 상당수가 이 시장에서 일했거나 단골이었다.

린 씨는 20일 이전에 우한의 몇몇 사람들만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지하철역 직원에게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물어보니 “당국의 감독관이 공황 상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마스크 착용을 금지했다”고 전해 들었다.

린 씨는 “그 말이 나를 오싹하게 했다”며 “만약 당국이 그 정보를 솔직하게 공개했다면, 사람들 50~60%의 사람들이 예방조치를 했을 것”이라고 애석해했다.

슈퍼 전파자

같은 병에 걸려도 다른 사람보다 더 전염성이 강한 감염자를 슈퍼 전파자(super-spreader)라고 하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감염자 1명이 10명 이상 감염시킨 경우로 정의한다.

2003년 사스 발병 당시 중산대 제2 부속병원의 중국인 의사가 관광객으로 홍콩에 갔다. 그는 카오룽 메트로 파크 호텔에 하룻밤 묵었다. 베트남 싱가포르 캐나다 등 각국에서 온 호텔 투숙객 16명이 이 의사로부터 사스에 감염됐고, 그런 다음 이들은 바이러스를 본국으로 옮겼다. 이후 WHO는 싱가포르에서만 94명 환자의 사스 감염원이 메트로 파크 호텔이라는 것을 추적해 확인했다.

과학계는 이 슈퍼 전파자가 변종 바이러스 혹은 더 많은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는 면역 체계가 약해진 체내에서 바이러스가 더 빨리 증식되기 때문이다.

누가 슈퍼 전파자가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새로운 슈퍼 전파자에 대한 우려가 크다.

우한에서 의료진 14명을 감염시킨 슈퍼 전파자는 사람 간 전파를 증명했고, 의료진 감염이 나타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위험 경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