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한 날 대만에 군사 위협

하석원
2022년 02월 26일 오후 2:51 업데이트: 2022년 02월 26일 오후 2:51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 중국 공산당(중공)이 대만을 향해 ‘전쟁 위협’을 가했다. 중공은 자주독립 노선을 표방한 차이잉원 정부를 향해 평화를 원한다면 물러서라고 압박하고 있으며, 차이잉원은 국력과 방위력을 높여야 평화를 얻을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25일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이 개시된 24일 중공군 J-16 전투기 8대와 Y-8 정찰기 1대가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 중공군 군용기의 ADIZ 침입은 이달 들어서만 13번째다. 39대가 동시 진입했던 지난 1월 말에 비하면 규모는 크게 줄었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당일 발생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중공군의 ADIZ 침입은 대만에서 일상적인 일이 됐다. 대만 국방부 발표를 종합하면, 지난해 중공군은 239일에 걸쳐 총 961대의 군용기를 대만 ADIZ에 진입시키며 군사적 위협을 가했다. 이는 대만의 군사 자원을 소진시키기 위한 ‘소모전’으로 풀이된다. 중공군 군용기의 ADIZ 진입 때마다 대만 공군도 전투기 등을 출격시키며 대응해야 했기 때문이다.

ADIZ는 영공은 아니지만 국가안보를 위해 땅이나 물 위에 설정한 공역의 일부다. 국가안보를 위해 이 지역에 진입한 항공기를 상대로 탑승자 식별, 위치 확인, 통제를 수행하는 구역이다. 각국은 상시 ADIZ를 감시하고 있으며, 비행 계획 없이 진입하는 모든 항공기에 설명을 요구한다.

중국 공산당은 1949년부터 자치권을 행사해온 대만을 중국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산당 지도자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 섬을 중국 본토와 통일하겠다고 맹세했으며, 이를 위해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발언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대만과 관계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2017년 미국 의회는 미국과 대만 양국 군함이 상호 정박할 수 있게 한 <국방수권법>을 통과시켰고, 2018년 양국 공무원의 상호 교류를 허용하는 <대만여행법>를 제정했다.

2020년 2월에는 <대만동맹보호법>을 제정해 대만의 국제적 위상을 격상시키고, 대만과 수교를 유지하는 국가들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대만보증법>으로 대만을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주요 동맹국으로 지정하고, 무기 수출과 중국에 맞설 비대칭 전력 구축 지원을 보증했다.

당초 미국은 1954년 대만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었으나 1979년 이를 폐기한 이후 그 대신 <대만관계법>을 만들어 대만 체제 보호를 약속했다. 이 법은 국제법이 아니라 국내법이지만, 외국의 방위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이례적인 경우다.

현재 미국은 대만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대만을 침공하더라도 개입할 것인지 분명한 태도를 나타내지 않는 전략이다. 다만, 현재 미국 내부에서는 전쟁 가능성 차단을 위해 ‘전략적 명확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만관계법>에 따르면 미국은 대만에 자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미국 여론은 대만 방위에 긍정적이 입장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트라팔가르 그룹의 지난 1월 조사에 따르면, 지지 정당과 상관없이 미국인 대다수가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이 대만에 군사적 방위를 제공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편, 대만 국방부는 이날 중국에서 어떠한 특이한 병력 이동도 보고되지 않았다면서도, 군 병력에 경계 수위를 높이고 전투태세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