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떠나는 ‘시진핑 친구’ 주중 대사 기고문, 인민일보는 왜 퇴짜 놨나

이언
2020년 09월 19일 오후 1:20 업데이트: 2020년 09월 19일 오후 1:35

지난 9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주중 미국 대사가 보낸 기고문 게재를 거절했다.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대사가 인민일보에 보낸 기고문의 제목은 ‘상호 호혜에 기반한 관계 재정립’으로 미중 관계의 불균형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브랜스태드 대사는 2017년 5월 부임했으며,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35년간 친분을 유지한 인물이다.

오랜 ‘친구’의 직언이었지만 중국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루 뒤인 10일 중국 공산당 외교부의 자오리젠 대변인은 “미국이 발표하려던 기고문의 내용은 거짓이며 함정을 만들어 죄를 뒤집어 씌우려는 의도”라고 논평했다.

11일 주중 미국대사관은 공식 웨이보에 ‘중화인민공화국(중공)의 허위 선전 시스템’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인민일보가 기고문 게재를 거절한 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발표한 반박문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글에서 “인민일보의 반응은 표현의 자유와 진지한 지적 논쟁을 두려워하는 중국 공산당의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며 베이징(중공 지도부) 당국의 위선을 지적했다.

이 글은 곧 삭제됐다.

중공 당국이 글을 지우자, 미국 대사관 측은 해당 글을 다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게재가 거부된 브랜스태드 기고문(PDF 링크) 대신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의 반박문은 ‘중공은 타국의 불평등한 대우를 지적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타국에 공평하게 대하지 않는다’로 요약된다.

이 글에서는 “중공 관료들은 미국의 역동적인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미국인들과 직접 만나 대화할 권리를 누리며 미국의 자유로운 매체를 통해 (중공) 정부의 입장을 드러낸다”고 했다.

주중 미국 대사관이 공식 웨이보에 올린 게시물. 중화인민공화국(중공)의 선전 시스템은 허위적이라는 비판이 담겼다. 빨간선으로 표시한 부분 | 웨이보 캡처

그 사례로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가 올해 워싱턴 포스트, 폴리티코 등 미 유력언론사에 5건의 기고문을 발표하고 CNN, CBS 등 방송과 인터뷰한 사실을 들었다.

또한 “중공 외교부, 환구시보, 차이나 데일리 등 중공 선전기관은 미국의 언론 자유를 이용해 미국의 정책과 생활 방식을 거침없이 공격한다”면서 이런 행위는 주로 미국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다고 했다.

이 글에서는 중공이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같은 행태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산주의 중국이 진정으로 성숙한 대국이 되고 자유세계와의 관계를 강화하려면 공산당 정부는 서방 외교관들이 중국 국민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하고, 외국 기자들의 중국 복귀를 허용하고, 외국인이든 중국인이든 탐사기자에 대한 협박과 교란을 중단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끝으로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는 선거를 거치지 않은 정당의 지도자들이 자국민의 자유로운 사고를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중국의 통치방식에 대한 자유세계의 평판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보여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