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 자국 영화만 상영하던 여름철 극장가 ‘스파이더맨’에 허용..배경은?

차이나뉴스팀
2019년 07월 27일 오후 4:30 업데이트: 2019년 07월 29일 오전 10:19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중국의 여름 극장가를 점령했다.

지난 6월말 개봉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개봉 첫 주말까지 사흘 만에 1억 달러(약1178억원)에 이르는 수익을 올렸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여름철 극장가에 걸린 상황에 중국 자국 영화팬은 ‘낯설다’는 반응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최대 성수기인 여름철 영화시장을 거의 자국영화에만 허용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여름철 강력한 흥행작으로 점쳐졌던 영화 4편이 연이어 개봉 무산되면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흥행 독주가 이어지고 있는 것.

특히 올여름 최대 흥행작으로 예상됐던 ‘팔백(바바이·八佰)’의 상영 취소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 최대 민영영화사 ‘화이브라더스’가 거액을 투자한 영화 ‘팔백’은 상하이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지만 영화제 개막을 하루 앞두고 상영이 취소되면서 영화인들에게조차 공개되지 못했다.

상영 취소를 지시한 중국 미디어 총괄기관 중선부(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에서는 ‘기술적 이유’라는 모호한 답변만 내놨다.

영화 ‘팔백’은 국민당의 항일투쟁을 그린 작품. 공산당의 라이벌인 국민당의 활약을 그린 영화가 당 수뇌부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재정난을 겪던 ‘화이브라더스’는 ‘팔백’ 개봉 무산으로 결정타를 맞으며 결국 사내에 공산당위원회 설치를 결정했다. 당의 홍보기관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올해 들어 개봉 무산이나 상영 취소가 된 영화는 ‘팔백’ 뿐만이 아니다. 여름 성수기 극장가를 겨냥해 만든 작품 3편이 연거푸 된서리를 맞았다.

예고편까지 공개됐던 청춘 영화 ‘소년이었을 때 너(사오녠더니·少年的你)’는 개봉 사흘 전 상영 취소됐다. 홍콩 일간지 명보(明報)는 ‘완성도와 시장예측’이 취소 이유라고 보도했다.

영화 ‘위대한 소망(웨이다더위안왕·偉大的願望)’은 제작사 측에서 영화 제목을 ‘작은 소망(샤오샤오더위안왕·小小的願望)’으로 바꾸더니 개봉 2주전 상영 취소됐다. 홍콩 명보는 ‘위대한’이라는 표현이 규정위반으로 지적됐다고 전했다.

역시 항일전쟁을 그린 영화 ‘도배장신(刀背藏身)’ 역시 개봉 직전 취소됐다.

모두 심의를 통과해 상영허가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개봉이 취소됐다는 점에서 영화계에 미치는 충격이 컸다.

중국 영화계에서는 중선부의 서슬 퍼런 검열 칼날에 몸을 사려야 한다는 분위기다.

자국 영화를 차단하고 사실상 할리우드 영화인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 시장을 내준 중선부의 결정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도 제기됐다.

미국의소리(VOA)는 국제문제 전문가 스탠리 로젠 정치학과 교수(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발언을 인용해 “차라리 할리우드 영화가 낫다고 본 것”이라고 보도했다.

서방 이데올로기 확산을 경계해온 중국 당국이 이번에는 “손실이 적은 쪽을 택했다”는 풀이다.

로젠 교수는 “개봉 취소된 중국 영화들은 배경이 1930년대다. 이런 영화가 개봉될 경우 중국의 근대사 왜곡이 드러날 수 있다. 그래서 ‘비정치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자국영화 취소사태와 관련해 중국의 한 SNS 미디어는 “매년 여름철 성수기 때 개봉한 중국영화들은 작품성을 떠나 항상 흥행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딱 1편만 흥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