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중 성향 중국계 캐나다 하원의원 중국 내 친척 조사 파문

최창근
2023년 05월 3일 오후 5:45 업데이트: 2023년 05월 4일 오전 12:52

중국 정부의 캐나다 총선 개입 의혹으로 캐나다-중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보기관이 중국계 캐나다 국회의원의 중국 내 친척 정보를 조사한 것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5월 1일,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앤드메일(The Globe and Mail)’은 ‘캐나다 내 중국의 대외 간섭: 중대한 국가 안보 위협’ 제목의 기밀문서를 단독 보도했다.

캐나다보안정보국(CSIS)이 작성한 9쪽 분량의 보고서는 ‘1급 비밀’로 분류됐으며, 지난 캐나다 총선 선거 운동이 시작되기 몇 주 전인 2021년 7월 20일 작성됐다. 기밀문건에는 “중국 국무원 국가안전부(MSS)가 2021년 2월, 캐나다 의회에서 중국의 소수민족 탄압 등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발의한 모 하원의원을 겨냥해 ‘구체적 조처’를 취했다.”고 기재됐다.

2021년 2월 22일 가결된 결의안은 신장위구르족 등에 대한 중국 당국의 탄압을 ‘집단 학살(genocide)’로 규정했다. 야당인 보수당이 발의한 이 결의안은 캐나다 하원에서 만장일치(찬성 226표, 반대 0표)로  통과했다. 표결에 저스틴 트뤼도 총리와 여당인 자유당 소속 장관들은 기권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해당 결의안으로 캐나다는 미국에 이어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을 제노사이드로 인정한 두 번째 국가가 됐다.

캐나다보안정보국(CSIS)은 해당 문건에서 “중국 국가안전부 관리가 중국계 이민자의 후손인 해당 하원의원의 중국 내 친척 현황과 관련한 정보를 조사했다. 이 의원을 본보기로 삼아 다른 이들이 반중 입장을 취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가 거의 확실하다.”고 경고했다.

‘글로브앤드메일’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국가안전부의 표적이 된 정치인은 마이클 데이비드 총(Michael David Chong‧莊文浩) 보수당 하원의원이다.”라고 보도했다.

마이클 총 의원의 부친은 1952년 홍콩에서 캐나다로 이주했고, 매니토바대학(University of Manitoba)를 거쳐 오타와대학(University of Ottawa) 의학부를 졸업한 의사였다. 어머니는 1960년 네덜란드에서 캐나다로 이민 온 간호사였다.

1971년 온타리오주 웰링턴군에서 태어난 마이클 총은 토론토대학(University of Toronto) 트리트니칼리지(Trinity College)를 역사‧철학‧정치학 전공으로 졸업했다. 이후 IT 분야 컨설던트로 일했다.

2003년 캐나다 보수당에 입당했고 이듬해 2004년 총선에서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2006년, 2008년, 2011년, 2015년, 2019년, 2021년 총선에서 내리 당선되어 7선 하원의원이 됐다. 원내 활동 중 2006년 체육부 장관 겸 정부간사무부 장관, 캐나다추밀원(Queen’s Privy Council for Canada) 의장 등을 역임했다. 수 차례 보수당 당수 후보로 거론되던 거물 정치인이다.

마이클 총은 자신이 주도한 ‘신장위구르 집단 학살 중단 요구 결의안’ 통과 후 중국의 제재를 받았다.

중국 외교부는 결의안 통과 다음 주인 2월 27일, “위구르 학살 중단 결의안을 연방하원에 상정한 마이클 총 연방 하원의원을 대상으로 중국과 홍콩, 마카오 입국을 금지하고, 자국민과 거래를 불허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관련 결의안에 대해 “캐나다가 루머와 허위에 근거해 일방 제재를 한 점에 대한 결정이다.”라고 반박했다.

중국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는 국가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지키겠다는 결심이 확고하다. 중국은 관련국들이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잘못을 바로잡으며 신장 문제에 대한 정치적 조작을 중단하고 어떤 형식으로든 내정 간섭을 중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잘못된 길로 갈수록 멀어져서는 안 되며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자업자득하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당시 마이클 총 의원은 “우리는 중국의 홍콩 억압과 위구르족 대량 학살에 대해 중국에 개선을 요구할 의무가 있다. 법치주의 하에서 자유 민주주의를 누리는 우리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중국이 나를 제재한다는 건, 나에게는 명예로운 훈장이다.”라고 덧붙였다.

글로브앤드메일은 “마이클 총 의원이 중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후 홍콩 거주 친척들과 연락하지 않으려 조심했다.”고 보도했다. 마이클 총은 “이것은 중국이 캐나다 민주주의에 간섭하고 있다는 더 큰 증거이다. 캐나다 정부가 즉각적인 조치를 해야 하는 더 큰 증거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마이클 총은 캐나다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도 비판했다. 그는 “현재까지 캐나다에서 추방된 중국 외교관은 단 한 명도 없으며 ‘외국 간섭’으로 인해 기소된 개인 역시 단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