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홍콩 재벌 리카싱 질타…“젊은층 정부 반감은 부동산 업자 탓”

전문가 "중국, 외환보유고 급감...홍콩기업 통제 명분쌓기"

ZHAO BIN
2019년 09월 21일 오후 2:57 업데이트: 2019년 09월 21일 오후 2:58

홍콩 최고 부호인 리카싱(李嘉誠) 전 CK허치슨 홀딩스 회장과 중국 당국의 설전이 가열됐다.

리카싱은 지난 8일 한 불교행사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에 나선 홍콩 청년들에게 “대국적 관점에서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이어 “(중국의) 집권자도 미래의 주인공들이 빠져나갈 길을 열어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중국 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정법위, 공안·사법총괄기관)는 12일 공식 SNS계정에서 “범법자에 대해 자비를 베푸는 것은 범죄를 용인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정법위는 또한 “리카싱이야말로 홍콩 젊은이들의 절망을 초래한 장본인”이라며 “홍콩 젊은이들이 높은 집값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정부에 분출시켰다”라고 덧붙였다.

리카싱은 홍콩의 대표적인 부동산 재벌이다. 정법위의 이날 발언은 홍콩 시위대의 대정부 불만여론을 경제·부동산 문제로 전가하려는 중국 당국의 최근 행보와 정확히 일치했다.

지난 11일 홍콩 입법회 친중파 정당 민건련(民建聯)은 신문 1면 광고를 게재해 정부의 토지수용과 주택공급을 촉구했다. 이 광고에서는 부동산 업자들이 놀리고 있는 토지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택난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홍콩은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기사에서 “부동산 업자들이 젊은층을 거리로 내몰았다”며 “정부에 협조해 보유한 땅을 내놓는 것이 젊은이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리카싱, 중국 공산당 비난에도 마이웨이

리카싱 전 회장은 정법위 지적에 대해 “수 년간 당국의 부당한 비난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며 “관용은 법 절차 무시나 방조가 아니다”라고 범죄를 용인하자는 뜻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홍콩 송환법 시위에 관련한 리카싱의 훈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리카싱은 지난달 16일 홍콩 신문 2곳에 전면 광고를 냈다. 이 광고는 하얀 바탕 정중앙에 큼지막한 글씨로 ‘폭력’이라고 쓴 한자에 금지표시를 붙였다. 폭력시위 반대광고로 보였지만 광고 상하좌우에 실린 문구의 첫글자와 끝글자를 합치면 “책임은 국가에 있다. 홍콩의 자치를 허용하라”라 중국 당국을 비판광고로 풀이됐다.

리카싱은 2010년대 초부터 중국과 홍콩 내 자산을 처분하고 해외 투자를 확대해왔다. 당국은 이러한 리카싱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다.

“중국, 리카싱 공격에 숨은 의도 있다”

미국의 중국문제 전문가 짱산(臧山)은 중국 공산당이 리카싱을 공격하는 데에는 숨은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미중무역분쟁으로 외화보유고가 줄어든 중국 정권이 홍콩기업을 새로운 자금원으로 삼기 위해 ‘명분쌓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중국의 2018년 대외순자산은 약 2조1000억 달러다. 10년간 1조2000억 달러가 소리 없이 빠져나갔다. 중국 부유층과 중산층이 본토에 자산을 두는데 불안감을 느껴 자산을 해외로 빼돌린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2년 이후 중국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다고 전망했다.

홍콩 빈과일보 역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최근 중국 국영기업 임원들과 홍콩 정부청사에서 비공개 모임을 가졌으며, 이 모임에서 홍콩기업 경영권에 대한 국영기업의 영향력 확대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대상 업종에는 금융, 부동산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