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홍콩 의원 임기 최소 1년 연장…민주진영 “헌법 질서 유린”

류지윤
2020년 08월 12일 오전 11:43 업데이트: 2020년 08월 12일 오전 11:56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오는 9월 예정됐던 홍콩 입법회(의회) 의원 선거를 중공 바이러스 방역을 이유로 1년 연기한 가운데, 중국 공산당이 현 의원들의 임기를 최소 1년 연장했다. 홍콩의 중국 문제 전문가는 현 홍콩 의회가 ‘만년 의회’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중공)이 지난 8일부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를 진행 중이다. 주요 심의안건 중 하나는 ‘홍콩 제6대 입법회 임기 연장 결정안’이다.

지난 11일 오후, 중공 전인대 상무위는 홍콩의 현직 입법회 의원의 1년 연임이 만장일치로 의결됐다고 발표했다. 즉, 홍콩 입법회 의원 선거가 1년 연기됐다는 의미다.

차기 입법회 의원 임기는 단축 없이 그대로 4년으로 유지됐다.

상무위는 1년 연임을 발표하면서 ‘최소한 1년’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이에 대해 홍콩 여론연구소 종젠화 소장은 RFA와 인터뷰에서 “상무위는 연임 기간에 명확한 상한선을 두지는 않고 여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종 소장은 “1년 뒤 상황이 나아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때 베이징 당국은 또 다른 이유를 찾아야 할 수도 있다. 차라리 선거를 계속 연기시키는 쪽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현 홍콩 입법위는 ‘만년 의회’로 변질할 수도 있다”고 했다.

현 홍콩 의원 임기가 최소 1년 연장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홍콩 민주파 의원 22명은 선거 연기와 의원 임기 연장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내고 “전인대 상무위 결정은 홍콩 ‘기본법’ 위반이다”라고 비판했다.

홍콩의 미니 헌법인 기본법은 입법회 선거를 4년마다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성명에서는 이를 근거로 “전인대 상무위의 결정으로 임기가 5년으로 늘어난 현 의회는 더이상 홍콩인의 선택으로 이뤄진 의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인대 상무위가 4년마다 한 번씩 의회 교체를 규정한 헌법 체제를 변경했다”며 “이런 선례를 남기면 ‘기본법’은 헌법적 합의와 법적 구속력을 잃고 홍콩에 있는 나머지 민주적 자유까지 붕괴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민주파 의원들은 홍콩 여론을 수렴하며 대책을 논의 중이라면서 의원직 신분을 유지하며 의회에 남아 싸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일부 홍콩 언론에서는 현 홍콩 의회가 베이징 당국에 장악돼, 의회 내 민주파 의원들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여론에 따라, 모든 민주파 의원들이 사퇴하고 연임을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콩 민주화 인사들은 중공 전인대 상무위 결정으로 임기가 연장된 현 의회를 보이콧 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시민들에게 받은 권한은 4년이므로 중공의 임의로 연장한 1년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파 장민정 의원은 “베이징 당국이 홍콩 입법회 의원 전원의 임기를 연장한 것은 꼭두각시 의회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의도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