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홍콩 직접 지배 강화하는 ‘국가안보처’ 신설…‘보안법’은 연기

에바 푸
2020년 06월 21일 오후 12:19 업데이트: 2020년 06월 22일 오전 9:58

중국 공산당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처리를 연기했다.

20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제19차 회의에 상정된 4개 법안 중 홍콩보안법을 제외한 3개만 통과시켰다.

홍콩보안법 처리는 다음 달 임시회의 때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처리 연기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비난여론과 미국·영국의 강력한 반대가 압박으로 작용했으리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러나 홍콩에 대한 중국의 고삐가 늦춰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회의 폐막일에 공개된 홍콩보안법 초안에서 중국 공산당이 홍콩 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한 조항들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우선 ‘홍콩 국가안보처’ 신설이 눈에 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국가안보처는 홍콩 내 국가 분열 세력의 감시와 처벌을 위한 기관이다.

이를 위해 국가안보처는 홍콩의 안보리스크를 분석하며, 홍콩 정부에 안보 전략과 정책 수립을 위한 의견 제안, 감독, 지도, 협력의 권한을 가진다. 홍콩에서 첩보 활동 역시 가능하다.

초안에는 국가안보처가 홍콩 사법기관, 집법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한다고 명시했다. 사실상 기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음으로는 ‘홍콩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설치다.

홍콩 NSC는 공산당 지도부가 감독하고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의장으로 앉힌다. 이사들은 당 지도부가 지명한다.

행정장관에 대한 조항도 있다.

캐리 람 행정장관에게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재판에서 사건을 심리할 판사를 지명할 권한이 주어진다.

또한 신화통신은 기존 홍콩 법률과 충돌할 경우, 홍콩보안법이 우선한다는 조항도 포함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홍콩 민주진영 “홍콩 사법독립 저해”

홍콩보안법 초안이 공개되자 홍콩 시민사회와 범민주 진영에서는 즉각 우려 성명을 발표하며 반발했다.

범민주 진영인 공민당(公民黨)의 앨빈 영 주석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법은) 홍콩의 사법기관과 집법기관을 관통하는 날카로운 칼”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민주화 운동가도 “중국 공산당에 반대하거나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국가안보’라는 구실로 탄압하는 악법”이라고 지적했다.

학생 활동가 조슈아 웡은 이날 트위터에 “이 법은 홍콩의 사법적 독립성을 훼손한다”며 “인권 기록이 가장 열악한 국가인 중국에 국가안보 침해 여부를 해석할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고 썼다.

그는 또한 “이른바 모든 ‘인권 보장’은 증발할 것”이라며 “범법자들은 중국 본토로 송환돼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갇히게 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홍콩 경찰은 지난 12일 코즈웨이베이(Causeway Bay)에서 민주화 시위에 참가한 남성(맨 왼쪽)을 체포했다. | Anthony Wallace/AFP via Getty Images

홍콩의 반(反)중 항쟁사를 집필한 미국 학자 댄 개럿은 에포크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국가안보처는 홍콩 자치권의 남은 흔적마저 없애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럿은 “국가안보 사건 담당 판사를 홍콩 정부에서 지정한다. 이 판사는 아마 베이징에서 선택한 인물일 것”이라며 “법원이 중국 공산당의 정치쇼 무대가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홍콩의 자치권에 강한 관심을 보여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 공산당의 홍콩 자치권 축소 움직임에 대해 “특별지위 박탈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경고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8일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는 홍콩이 누리는 정치적 자유에 비례할 것”이라며 오는 9월 예정된 홍콩 입법위원(국회의원 격) 선거를 주목하겠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은 홍콩보안법 제정을 밝히며 “국가안보와 인권 사이의 균형을 맞추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댄 개럿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무슬림 탄압과 홍콩 민주화 시위 강경 진압을 사례로 들며 “이미 상황을 다 아는 홍콩인들과 국제사회에 터무니없는 변명을 하고 있다”고 이를 일축했다.

그는 “공산주의 통치에서는 공산주의 애국자들만 권리를 인정받는다. 단, 그것도 공산당과 이해관계가 맞을 때만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