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의 세계 침투 조사 : 韓 36개국 중 12위, 경제 분야 가장 취약

김태영
2022년 06월 20일 오후 2:11 업데이트: 2022년 06월 20일 오후 6:54

한국은 중국 공산당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국가로 나타났다.

지난 4 25일 대만 비영리 싱크탱크 대만민주실험실(臺灣民主實驗室, DTL)이 발표한 ‘차이나 인덱스(China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36개 국가 중 12번째로 중국 공산당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나라로 밝혀졌다.  차이나 인덱스는 전 세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국 공산당의 국제적 영향력을 조사하고 대응 전략을 강구하기 위해서 대만 민주실험실(이하 DTL)에서 기획·집행한 프로젝트이다. 

DTL 설립 이사장 선보양(沈伯洋) 대만 국립타이베이대학 교수는 차이나 인덱스 출범 배경을 설명하며중국 공산당의 침투에 대비해 세계 각국이 민주적 동맹을 맺을 필요가 있다면서이를 위해 나라 간 비교·측정 가능한 표준 지표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차이나 인덱스 조사 기간은 2021 3월부터 8월까지로 36개 국가를 대상으로 총 9가지 영역인 정치, 경제, 군사, , 외교, 학술, 미디어, 사회, 기술 분야에서 조사가 이뤄졌다설문 조사 형식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국가별 최종 점수는 9개 영역별 11개 지표를 모두 합산하여 산출했다. 설문지는 개인의 의견이나 선호에 편중되지 않도록 사실적 지표인 노출, 압력, 영향면에 초점을 맞춰 설계됐다. 

노출’ 지수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성 등 중국 공산당 침투에 취약한 부문을 평가하는 지표이다. ‘압력’ 지수는 행정부나 입법기관(의회)의 정책을 결정 과정에 있어서 중국 공산당이 경제적 압력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간섭하는 행위를 측정하는 지표이다. 마지막으로영향’지수는 중국 전자제품 및 통신장비 제조기업 화웨이(Huawei) 5G 네트워크 부설 허가 중국에 유리한 국내 정책을 시행하고 해당 정책의 후과에 대해 평가하는 지표이다. 참고로 한국 이동통신사업자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를 사용 중이다. 

조사에는 국립아시아학연구소(미국), 시민의 생각(조지아), 시놉시스(체코), 안드레스벨로재단(스페인) 8 기관이 글로벌 파트너사로 참여했다. 또 관련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학자, 전문가, 언론인, 비정파 싱크탱크연구원, 싱크탱크·시민사회단체·지역사회 대표 등이 DTL 현지 전문가 자격으로 참여했다. DTL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사전에 중국 공산당과의 관계 여부를 철저히 검증했고 설문 응답에 대해서 적어도 하나 이상의 증거 자료를 첨부하도록 요구했다.

조사 결과 36개국 중 중국 공산당의 침투에 가장 많이 노출된 국가는 동남아시아의 캄보디아로 나타났다.  이어 싱가포르(2위), 태국(3위), 페루(4위), 키르기스스탄(5위), 필리핀(6위), 타지키스탄(7위), 말레이시아(8위), 대만(9위), 호주(10위)가 상위 10위권에 랭크됐다.

차이나 인덱스 조사결과 한국은 36개 국가 중 12번째로 중국 공산당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나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 차이나 인덱스 홈페이지 캡쳐 화면

한국은 36개국 중 12위로 같은 동아시아 국가 일본(28)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중국 공산당의 침투 정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해당 수치는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마주한 대만(9)과 유사한 수준이다.

차이나 인덱스 조사 결과 한국은 9가지 조사 영역 중 경제, 법, 정치 분야에서 중국 공산당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차이나 인덱스 자료 캡쳐 화면

 9가지 조사 영역 지수로는 사회(18.2/28) 군사(18.2/27) 분야 나머지 영역에서 모두 36개국 평균 점수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경제(72.7/42), (62.5/40), 정치(52.3/42) 영역은 중국 공산당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중국 공산당의 영향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는 분야는 ‘경제영역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정부가 중국 공산당에 유리한 정책을 결정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설문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의거할 때 한국이 경제 부문에서 중국 공산당의 영향에 노출된 이유로는 다음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015년 설립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이사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은 AIIB 전제 지분 중 4%을 가지고 있어 중국, 인도, 러시아, 독일에 이어 5위이다. AIIB 전체 직원 수로 규모에서는 한국은 중국에 이어 2번째로 많은 AIIB 직원을 보유 중이다. AIIB는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 기구로 꼽힌다. 이 밖에 한국 주요 사업체가 국제상공회의소·일대일로 산업 등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점, 사드 배치를 명분으로 한 ‘한한령’ 등 중국 공산당이 한국 정부 압박 수단으로 경제 제재를 가한 사례, 한국 정부의 대만 독립, 홍콩 민주화운동, 티베트·신장 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 등에 대한 지지 행위를 이유로 중국 공산당이 중국 내 한국 기업을 제재한 사례, 정부가 규제 완화 및 철폐를 통해 경제특구를 설정해 중국의 투자나 경제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것 등이 경제 부문 침투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로 꼽혔다.

‘사영역은 중국 관련 범죄 활동에 대한 심각성을 측정하는 질문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은 중국계 폭력조직 삼합회(三合會)의 국내 활동, 민간부문을 표적으로 한 중국의 산업 스파이 활동, 정부나 주요 시설 및 기업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사이버 공격 관련 설문에서 높은 침투 지수를 기록했다. 마피아, 야쿠자와 더불어 세계 3대 범죄조직으로 꼽히는 삼합회는 1997년 홍콩 주권 반환을 즈음해서 국내에도 침투하여 음란물이나 마약 유통 등의 범죄 행위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영역에서는 국내 정치에 영향을 끼치는 중국 공산당의 공작 활동 여부를 측정하는 질문지로 구성 있다한국 각급 지방자치단체들이 중국 지방 도시들과 ‘자매 도시(友好城市)’ 협정을 체결하고 있는 점, 중국 해외 스파이와 공작 활동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統一戰線工作部) 관련 기금 마련이나 정부 자금 지원, 국내 주요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이 공개적으로 중국 정부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표명한 사례 등에서 높은 침투 점수를 기록했다.

2021년 2월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가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망을 통해 중국 당국에 새해 인삿말을 하고 있는 영상 화면 | 인민망 한국어판 홈페이지 자료 화면 캡쳐

2021년 2월, 설 명절을 앞두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온라인 플랫폼 인민망 한국어판 홈페이지에 당시 박병석 국회의장,  정세균 국무총리, 도종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이재명 경기도 조지사 등 고위 인사들의 ‘새해 인사’ 영상이 업로드돼 논란이 됐다.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는 영상에서 “한국과 중국은 가까운 이웃”이라며 “중국의 어려움은 우리의 어려움”이라고 말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2월 15일 중국 베이징대학교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연설에는 교수와 교직원, 학생 300여 명이 참석했다. | 연합뉴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12월, 중국 베이징대를 방문하여 교직원과 학생 3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 ‘대국’이라고 언급하면서 “중국몽(夢)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나아가서는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란다”고 발언한 것에 이어 한국의 친중 사대 논란에 불을 지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한국 광역·기초자치단체는 총 685개 중국 지방도시와 자매·우호 결연을 맺고 있는 것으로 조사 됐다. 지난 2017~22년 집권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산하 민주연구원은 2019년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와 교류 협정을 체결했다. 같은 해 더불어민주당 청년위원회는 중국 공산당 청년조직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과 유사한 협정을 체결하고 교류를 지속하고 있다.  

차이나 인덱스 구체적인 설문 내용과 세부 데이터는 차이나 인덱스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원문)

DTL 공동 설립자 우밍셴 대표는 중국 공산당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과 공작 활동에 대해 밝힌 이번 차이나 인덱스의 보고서를 통해 국제 정치학자, 중국 문제 전문가, 세계 각국 정책 결정권자(policy maker)들이중국 공산당의 세계 침투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이와 관련된 국제적 인식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DTL은 추후 발간할 차이나 인덱스에서 80여 개국으로 조사 대상을 넓혀 더욱 심도 깊은 연구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