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전하는 에너지 기업 채권자로 나서

FAN YU
2016년 04월 19일 오후 1:27 업데이트: 2019년 10월 23일 오후 11:29

중국은 자본조달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신흥시장 에너지 기업들에게 최고의 채권자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 24개월간 브랜트유가 64% 폭락한 가운데, 중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더) 러시아나 브라질 같은 신흥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에너지 회사에다 대량의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장기간에 걸쳐 중국은 조금씩 접근방식을 조정해왔다. 전면적인 구매를 피하면서 돈을 대출해주거나 소지분을 가지는 방식으로 중국은 장기적인 소유권의 복잡한 문제를 피하면서 필요한 에너지의 공급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3월 초에 러시아 국영 가즈프롬(Gazprom)은 중국은행으로부터 5년간에 걸쳐, 20억 유로의 차관을 받았다. 이 회사가 얻어낸 가장 대규모 차관이다. 이 자금으로 가즈프롬이 야심적인 기반시설 프로젝트를 계속할 수 있게 하는 결정적인 생명줄이 제공되었다

지난 달, 고전하던 브라질의 국영기업, 페트로브라스(Petrobras)는 중국 기업에 석유 공급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100억 달러의 차관을 중국개발은행으로부터 받았다. 페트로브라스는 석유업계에서 가장 부채가 많은 기업으로 유가가 몇 년래 최저치로 떨어진 지난 2년간 파산의 위기에 처해있는 기업이다.

최근의 에너지 거래건 (공급계약조건 대출 구조)은 과거 중국이 선호하던 에너지업계의 자산을 인수하던 구매 패턴에서 벗어나 있다.

중국의 최대 해외 에너지 기업 인수건으로, 골치거리가 되어버린 넥센(Nexen) 관련 실패의 교훈으로, 중국인들이 크게 배웠다고 추정된다.

지난 2012년,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150억 달러 규모의 캐나다 오일샌드 시추사 넥센을 많은 규제당국의 검토 끝에 150억 달러라는 이례적인 가격에 구매했다. 그 거래는 캐나다 총리 스티븐 하퍼가 승인을 했고, 중국은 일자리를 유지하고 캐나다에서의 성장촉진을 약속했다.

넥센은 롱레이크 오일샌드 프로젝트로 가치창출을 해보려고 애를 썼지만, 여러 해 동안 비용만 발생했고, 비엠오캐피털마켓(BMO Capital Markets)에 따르면, 현재 알버타주에서 최저 생산성의 오일샌드다.

실망스런 재무결과에 더해 넥센에 기업홍보 악재가 발생했다. 2015년 넥센 송유관이 터져, 3만 배럴 이상의 원유가 알버타주로 누출되어, 일시적으로 감산했다. 회사는 공개 사과해야 했고, 수개월동안 넥센의 에너지 생산량은 축소되었다.

넥센은 또한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있고, 3월 17일에는 유가하락을 이유로 북미와 영국에서 400개의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왕동진 차이나내셔널페트로리엄(CNPC) 부회장(왼쪽)과 알렉세이 밀러 가스프롬 CEO가 지난해 5월 8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양측의 행사에 참석했다. | AP

중국은 오랫동안 세계 최대 석유매장량을 자랑하는 캐나다 오일샌드를 탐내왔다. 하지만 캐나다트러스트(Canada Trust)분석에 따르면, 캐나다 오일샌드는 추출비용이 높고 저등급 중질유여서 생산자로서는 배럴당 50달러 수준이 손익분기점이다. CNOOC의 넥센 인수 이래, 요즈음의 저유가 환경이 넥센의 가치를 더 하락시켜, 넥센의 사례는 중국기업에 의한 최악의 에너지 기업 인수로 기록되고 있다.

원유가 하락이 2014년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 후 곧이어 시작되었다. 중국은 특히 러시아의 북극과 시베리아의 몇몇 석유 가스 프로젝트에 뛰어들어, 떠나간 서방 기업을 대신해 기술적 재정적인 갭을 메우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 에너지 소비대국으로서, 중국은 에너지 사업이 특별히 어려운 시기에, 자금부족에 시달리는 에너지 생산자를 이용할 만하다. 넥센의 인수 경험 이후 현명해진 중국은 대출과 전략적 파트너십에 의존해 선택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러시아의 제일 큰 오일 생산업체, 로스네프트 NK 오에이오(Rosneft NK OAO)는 중국기업과 협상 중이다. 서방제재로 엑손모바일이 합작 사업에서 빠져나간 후에, 2014년 원래 취소 되었던 북극 연안 프로젝트에 중국기업이 투자하도록 협상 중이다. 로스네프트는 지난해 중국과 5000억 달러 상당의 20년 계약을 체결했고, 이로써 중국 넘버원 석유 공급자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러시아로 대체될 수 있다.

글로벌리스크인사이트(Global Risk Insight) 보고에 따르면, 모스크바는 중국기업이 특정 프로젝트에서 지배지분을 얻도록 하기 위해서, 러시아의 제한적인 국가 소유권 규제 완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의 20억 유로에 달하는 가즈프롬에 대한 차관은, 회사의 전반적인 자본요구에 비해서는 적은 액수지만, 주요 중국은행과 러시아 기업 간의 첫 번째 금융계약이란 점이 중요하다.

가즈프롬은 2014년 11월, 중국국영석유공사(CNPC)와 4000억 달러 상당에 달하는 30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시간이 흐르면, 러시아의 가장 큰 가스 고객으로서 중국이 독일을 제칠 것이다.

중국도 차관을 제공할 때 신중하게 골랐다. CNPC 공급계약 시, 가즈프롬은 현재 건설 중인 새로운 송유관(극동아시아 국가들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시베리아의 힘’ 프로젝트)에 중국이 자금을 대는 250억 달러 금융 패키지도 최종작업 중이었다. 그러나 이 거래는 결국 베이징이 회사가 원하는 것보다 더 높은 이율을 요구했기 때문에 틀어졌다.

이들 회사의 채권자로서, 중국은 레버리지를 유지하고, 이자를 받으며, 미래의 에너지 공급을 확보한다.

에너지 생산자가 파산하거나 채무 불이행 상태가 되는 드문 경우에(국영기업에서는 일어날 법하지 않지만), 중국은 차관을 자산으로 재조정 혹은 전환하는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