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 ‘원신’ 백도어 설치 논란, 탈퇴도 안 돼…개인정보 유출 우려

한동훈
2020년 09월 29일 오후 5:13 업데이트: 2020년 09월 29일 오후 5:37

중국 게임업체 미호요(miHoYo)에서 개발한 게임 ‘원신’이 백도어 논란에 휩싸였다.

PC 버전과 모바일 버전(아이폰,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테이션4 버전으로 발매된 이 게임은 PC 버전을 설치하면 ‘안티치트’ 커널프로그램이 설치된다.

이 프로그램은 라이엇 게임즈의 슈팅 게임 ‘발로란트’의 뱅가드처럼 커널영역(운영체제 등이 사용하는 메모리 공간)에 있는 모든 정보를 읽을 수 있다.

원신 PC 버전 설치 시 시스템에 설치되는 커널 프로그램 | 온라인 커뮤니티

시스템의 핵심적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백도어가 설치되는 꼴이다.

특히 이 백도어는 게임 종료 후에도 백그라운드로 실행되며, 게임을 삭제하더라도 그대로 남아 작동한다.

백도어 논란이 일자 원신 측은 해명에 나섰다.

원신 운영진은 공지를 통해 “매크로 방지 데이터 분석을 위해 사용되는 프로그램”이라며 프로그램의 존재와 작동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또한 추가 공지를 통해 해당 안티치트 프로그램(백도어)이 게임 종료나 삭제 후에도 실행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백도어 논란 등에 원신 측이 밝힌 공지 | 화면 캡처

문제는 백도어의 존재만이 아니다.

‘들어올 땐 자유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식의 계정 운영 정책도 논란거리다.

원신 측은 게임 플레이를 위해 이용자의 가입을 요구하지만, 한번 가입하면 탈퇴할 수 없다.

또한 계정이나 개인정보를 삭제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는다.

탈퇴 불가를 안내한 고객센터 답변 |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 약관과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논란거리다.

28일 발매된 ‘원신’의 일본 이용자 약관에서는 “당사는 제공받은 개인정보의 완전한 보호를 약속할 수 없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한국 이용자 약관에는 이 같은 내용은 없으나, 중국 기업 특성상 개인정보를 보호받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이용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원신 일본 버전 이용약관 | 온라인 커뮤니티

중국 공산당은 국가정보법을 제정해 중국의 모든 개인과 단체에 정보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중국의 모든 조직과 공민(국민)은 국가의 정보업무에 협조해야 하며, 이런 정보업무의 비밀을 공개해서는 안된다.

만약 백도어가 이 법에 따라 설치됐을 경우, 이용자들이 어떤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는지 문의하더라도 원신 측은 중국의 국가정보법에 따라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

원신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롤이나 발로란트에도 유사한 프로그램이 설치됐다는 점에서 원신에만 너무 까다로운 기준을 요구해선 안된다는 반론이 나온다.

그러나 강압적인 검열과 국민 감시로 알려진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행태에 비추어 볼 때, 중국 게임업체 미호요가 이용자 정보 보호를 어느 정도로 보장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