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화’ 된 홍콩, 1월 수출액 70년 만에 최대폭 감소

캐슬린 리(Kathleen Li)
2023년 03월 11일 오후 6:10 업데이트: 2024년 01월 6일 오후 7:52

홍콩의 올해 1월 수출액이 7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때 아시아 최대 무역도시였던 홍콩의 이 같은 현 상황을 두고 ‘홍콩의 중국화’가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홍콩 당국이 발표한 2023년 1월 무역 통계에 따르면, 홍콩의 1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36.7% 감소한 2909억 홍콩달러(한화 약 49조1600억원)를 기록했다. 1월 수입액 역시 전년보다 30.2% 감소했다. 1953년 9월 이후 70년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일본으로의 수출은 절반으로 줄었고, 대만으로의 수출도 45.1% 감소했다. 독일과 영국, 미국으로의 수출은 각각 40%, 27%, 28.8% 떨어지는 등 전 세계에서 감소세가 이어졌다.

Philippe Lopez/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대만보다도 더 나쁜 홍콩 상황

홍콩의 상황은 이웃 대만보다 훨씬 더 좋지 않다.

대만 또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수출이 역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만 재정부는 1월 대만 수출액이 315억1000만 달러(약 39조5000억원)로 전년 대비 21.2% 감소했다고 밝혔다. 수입액은 16.6% 줄었다.

이런 가운데에도 일부 선진국에 대한 수출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으로의 수출은 전년 대비 3.1% 늘었고, 유럽으로의 수출 또한 2.5%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 연속 수출액이 줄어들고 있는 홍콩의 경우 지난해 4분기에만 미국과 일본, 호주 등 주요 수출국가로의 수출이 화물 중량 기준 두 자릿수 수준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세계와의 디커플링

중국 금융 시스템 전문가인 알버트 송 연구원은 이달 2일 에포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의 수출입이 모두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중국 본토가 세계와 점점 디커플링(비동조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과거 홍콩은 독립된 자치지역으로 규정돼 외환거래, 무역과 관세, 투자 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 본토와 서방 국가 간 복합적인 이해관계를 중재하고 무역을 가능케 한 곳이 바로 홍콩이었다.

송 연구원은 “자유무역지대인 홍콩은 막대한 양의 기업 주문을 소화했다”며 일례로 지난 2016년 홍콩의 기업 간 무역 규모는 5000억 달러에 육박했다고 설명했다.

Aleksander Solum/Reuters/연합뉴스

“앞으로도 더욱 나빠질 것”

홍콩 정부는 “세계 경제 성장 둔화가 단기적으로 홍콩의 수출에 부담을 가할 것이지만, 중국 본토의 경제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문제가 부분적으로 상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정작 중국 본토 또한 세계 경제 성장 둔화의 영향에 직격타를 맞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달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이 발표한 1월 국제수지 데이터에 따르면 1월 중국의 국제수지 서비스 무역 적자는 직전 달보다 40% 증가한 154억 달러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