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유학생, 독일 대학서 中 공산당 범죄 폭로 활동

남창희
2022년 04월 30일 오전 10:51 업데이트: 2022년 05월 2일 오후 3:26

“중국의 지식인들은 30년 넘게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 이제는 (우리가) 각성할 때다.”

독일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 유학생들이 행동에 나섰다. 강압적인 상하이 방역을 비롯해 중국 공산당의 악행을 고발하는 전단을 각 대학 캠퍼스에 붙이는 활동을 개시했다.

베를린에서 공부 중인 위훙(余虹) 등 몇몇 중국인 유학생들은 지난 3월부터 독일 주요 대학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중국 공산당의 전체주의를 고발하는 전단을 붙여 왔다. 최근에는 반공(反共) 메시지를 담은 내용을 주로 배포하고 있다.

위훙 등이 붙이는 전단은 중국어와 독일어로 돼 있다. 중국어 전단의 내용을 궁금해하는 독일인들에게도 의미를 전달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다. 그러나 우선 목표는 중국인이다. 그녀는 “중국인 학생들이 이 전단을 보고 깨어났으면 좋겠다”고 RFA에 말했다.

독일에서는 대학생들이 전체주의 정권에 항거한 역사적 전례가 있다. 1943년 2월 나치 정권하에서 뮌헨 대학생이었던 조피 숄(21)과 오빠 한스 숄(24)은 동료들과 함께 처형당했다. 이들은 ‘백장미단’을 결성해 1942년 6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나치 정권의 실체를 알리는 전단을 뿌리며 비폭력 저항 운동을 전개했다.

백장미단의 활동에서 영감을 받은 위훙은 뜻을 같이하는 중국인 유학생들과 힘을 합쳐 베를린 훔볼트대와 자유대, 배를린 공과대, 괴팅겐대, 바이에른 밤베르크대 등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대학들을 다니며 교내 게시판에 전단을 붙였다.

지난달 18일에 올린 전단에는 “중국의 미래가 어디로 향할지는 나와 당신의 결단 ― 공산당의 공포통치를 그대로 바라만 보느냐, 아니면 지금이라도 단결해 저항하느냐 ― 에 달려 있다.

중국의 지식인들은 6·4(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30년째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 우리마저 무기력과 자기 기만, 불감증에 잠들어서야 되겠나. 봉쇄된 조국을 외면하고 수치스럽게 살다가 생을 마감할 것인가”라고 중국인 학생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위훙 등 독일의 중국인 유학생들이 현지에서 배포하고 있는 전단 | 트위터

위훙은 트위터도 홍보에 활용했다. 전단을 붙인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 이 전단을 인쇄해 교내 다른 게시판이나 기숙사, 어학원, 중국 음식점이나 버스·지하철역 등 중국인 학생들이 자주 오가는 곳에 널리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신변 안전에 주의할 것도 당부했다.

위훙은 지난달 30일 트위터에 “스위스 취리히의 동창생들도 전단과 활동 상황을 알리는 그림을 붙였다”고 밝혔고, 이달 4일도 “뮌헨에 있는 친구들이 대학 캠퍼스와 기숙사에서 활동 중이다. 다른 독일 대도시에서도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베를린공과대 개강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에도 트위터를 통한 활동상이 전해졌다. 위훙은 “이 학교의 중국인 유학생은 1천 명이 넘는다”며 “내일 개강하면 이 사랑스럽고도 무서운 하얀 전단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베를린공과대 학생회가 주축이 된 독일 대학생들이 3년 전 홍콩 민주화 운동을 성원하는 활동을 펼쳐으나 중국인 유학생 조직의 공격을 받았던 일을 언급하며 “갚아야 할 오래된 원한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공동의 목표를 가진 대만과 홍콩 젊은이들과도 연대를 이뤄, 중국 공산당 정권에 저항하는 활동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RFA는 전단 배포가 상투적인 방식이긴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때론 더 강력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에서 독립영화 제작자로 활동하는 왕룽멍(王龍蒙) 감독은 33년 전 톈안먼 광장에 중국의 봄을 기대하며 모였던 베이징대, 칭화대 학생들을 다시 보는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고 RFA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