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싫어하는 말 하지 마”…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자기검열’(상)

저우샤오후이(周曉輝)
2018년 12월 15일 오후 9:06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21

얼마 전 타이베이에서 열린 제55회 금마장 시상식에서 다큐멘터리 작품상을 수상한 푸위(傅榆) 대만 감독의 ‘대만 독립’ 발언이 중국의 날카로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본토 인터넷 생방송이 급속히 중단됐을 뿐만 아니라 중국 공산당 광전총국(廣電總局: 국가 라디오·영화·TV방송 총국), 중앙선전부 및 국가인터넷 정보반은 각종 대형 사이트에 긴급 통지를 보내 푸위 감독 수상 관련 보도를 모두 삭제했다.

또한, 일당독재 정권의 분위기에 젖어 있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중국 본토 참가 감독들과 배우들도 잇따라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했다. 그들은 발언 중 ‘중국 대만’이라고 하거나 시상을 거부하기도 했으며, 금마장 측의 공식 축하파티나 영화사 주최의 파티에 불참했다. 또한, 그들은 ‘중국은 단 한 뼘도 작아질 수 없다’는 중국 공산주의 청년단의 웨이보 지도를 잇따라 SNS에 올렸다. 여기에서 재밌는 것은, 시상식에 참가하지 않았던, 이제 막 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판빙빙(範冰冰)이나 중국 공산당 관영매체로부터 혹평을 받은 양미(楊冪)도 이 지도를 SNS에 올리며 급히 ‘줄서기’를 했다는 점이다.

인기 연예인들의 이런 반응은 중국 공산당 통치하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큰 공포를 느끼는지, 그리고 긴장되고 험악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억압받는지를 만천하에 드러낼 뿐이다.

프랑스의 사상가 몽테스키외(Montesquieu)는 정부를 3가지 유형, 즉 공화제, 입헌군주제, 전제군주제로 구분 지었다. 그리고 이 3가지 체제를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정신적 요인이나 문화적 성향을 각각 덕행, 명예, 공포로 나눴다. 다시 말해, 독재 체제에서의 통치자는 공포로써 인민을 통치한다. 두려움은 사람의 생존 안전에 위협을 받을 때 생기는 기본적인 반응으로, 인간에 대한 상처는 육체적, 심리적, 정신적 혹은 상징적인 의미일 수도 있다.

중국 공산당이 중국 사람들에게 준 두려움은 이미 뼛속 깊이 파고 들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의 억압 아래 절대다수의 사람은 살기 위해, 적어도 겉으로는, 반항이 아닌 순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순종하는 것 외에도, 모든 분야의 사람은 글과 말로 하는 표현을 삼가고 입장 표명을 하지 않으며, 쉽게 당국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는 언행, 글, 행동을 삼가는 등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 중국 사람이 중국 공산당의 억압하에 이런 선택을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에 사는 많은 외국계 중국인이나 외국인들도 자기검열을 한다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공포가 바이러스처럼 세계로 확산됐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간의 조사 보고서에서 많은 정보들이 밝혀졌다.

학자, 대학, 외국계 중국인의 자기검열

올 9월 미국의 여론 잡지인 뉴 리퍼블릭(The New Republic)이 아시아협회 미중관계센터의 선임연구원이자 기자인 피쉬의 장문의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문제에 대한 미국 대학의 자기검열은 우려스러울 정도이며, 외국계 중국인들이 직면한 도전은 더 크다. 이런 ‘전염병’ 은 교내 토론을 제한하고, 학생과 학술계 인사들로 하여금 중국 공산당에 저촉될 만한 주제를 멀리하게 만든다.

미국의 대학교수, 학생, 행정직원, 학교 동문 등을 대상으로 100여 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작성된 보고서에서 피쉬는 “중국 공산당의 민감한 이슈를 건드린 외국 전문 학자들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일관된 징벌 수법은 그들을 심문해 중국 비자 발급을 거부하거나 국내에 있는 그들 가족을 협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에 있는 일부 대학원생들도 항상 자기검열을 한다고 인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일류대학의 백인 대학원생은 “중국 정부와 관련된, 지나치게 정치화된 일에는 절대 개입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 그 이유는 민감한 이슈를 건드리면 향후 중국 비자 취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솔직히 말했다.

미국의 한 중국 역사학자는 “대학원생과 젊은 학자들이 자신들의 연구에서 중국 관련 민감한 주제를 다루지 않게 해달라고 많이들 요청한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그래야만 그들이 중국 비자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피쉬와 대화를 나눈 10여 명은 자기검열을 하지는 않지만, 간혹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협력 파트너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다른 어휘를 골라 쓴다고 밝혔다.

피쉬는 또한 “해외의 중국 학생, 중국 교수 및 중국계 미국인이 미국 대학에서 직면한 자기검열 압박은 중국에 가족도 없고 중국 공민 신분도 아닌 미국 백인들보다 훨씬 크다”고 밝혔다. 중국에 가족이 있는 학생들은 일단 중국 공산당의 민감한 신경을 건드리고 나면 중국 가족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들이 미국 대학 안에서 직면한 도전은 더욱 가혹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메릴랜드대학(University of Maryland)에서 발생한 중국 유학생 양수핑(楊舒平) 사건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확실한 예증이다.

보고서에서 피쉬는 “일부 중국 학생, 미국 교사 및 인권 옹호자들은 모두 중국 출신 학생과 교사들이 때로는 다른 중국 학생, 심지어 미국 교수까지도 감시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한 미국 대학의 정치학 조교수는 “나는 교실 안에서 누군가가 그들이 들은 내용을 신고할까봐 늘 걱정한다”며, “그들이 서로가 서로를 신고한다는 사실은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미국 대학에 있는 교수나 학생은 물론, 특히 외국계 중국인 교수와 학생들까지도 많든 적든 어느 정도 자기검열을 하고 있으며, 일부 미국 대학도 자금과 중국 대학과의 협력을 고려해 학문적으로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 보고서는 몇 가지 예를 들어 설명했다. 컬럼비아대의 현대 티베트 연구 프로젝트의 전(前) 책임자인 로버트 버넷(Robert Barnett)은 “비록 이 대학이 제 연구를 적극적으로 제한하지는 않지만, 흔히 대학 안에는 나와 같은 연구를 하는 학자들을 중국에 보내 학술 협력을 진행하거나 중국 대표와의 대화를 진행하게끔 해주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고 밝혔다. 더욱이 미국의 많은 유명 기관들이 다 그렇다는 것이다.

또한, 보고서에서 피쉬는 미국의 여러 대학과 협력관계에 있는 공자학원을 언급했다. 뉴저지 시립대학의 공자학원 학원장은 “우리는 대만과 파룬궁 같은 민감한 문제를 피한다”고 단언했다.

사실상 미국 대학교수, 학생, 외국계 중국인, 학교 측이 자기검열을 하는 현상처럼, 전 세계 여러 대학에 퍼져 있는 많은 외국 학자, 학생들은 연구 방향을 정하고 의견을 발언하기 전에 자신이 중국행 비자를 받아야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전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중국어를 공부하는 유럽 학생 한 명이 미국의 파룬궁 수련자에게 편지 한통을 썼는데, 나중에 이 파룬궁 수련자의 우편함을 중국 공산당이 훔쳐 갔다. 이에 놀란 유럽 학생은 중국행 비자 발급 여부를 계속해서 물었다. 또한, 유럽 대학의 일부 교수는 중국 공산당 인권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오랜 기간 중국에 가지 못했다.

언론의 자기검열

전 세계 대학, 중국 문제 연구학자, 학생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언론 또한 중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국의 화를 건들지 않으려고 민감한 문제에 대한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 파룬궁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잔인한 박해가 10년 넘게 지속됐는데도 세계 대다수 언론이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2013년 11월, 미국 CNN은 “지난해 중국 공산당 주미대사가 블룸버그사의 편집장을 만나 중국 공산당 지도부 가족의 재무상황을 더는 보도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폭로하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같은 해 5월에는 대만의 인기 토크쇼 진행자 정홍이(鄭弘儀)가 해임됐는데, 그가 중국 관련 민감한 이슈에 대해 자꾸 이야기하는 것을 방송국이 막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것이 중국 공산당이 해외 언론 전파를 막는 특별한 사례는 결코 아니다. 해외에서 중국 공산당 언론을 조사하는 ‘국제 미디어 지원센터’가 얼마 전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그들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의 주요 국제 언론 및 지방 언론을 조사한 결과, 전 세계의 언론 편집 부서들이 뉴스를 발표할 때 항상 ‘중국 요소’를 고려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중국 공산당 관리들은 때로는 외신기자들의 중대 사건 취재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고위 관리들에 관한 민감한 내용을 게재하지 못하도록 노골적으로 압박하거나 아예 비자 발급을 거부해 언론의 자주적인 보도를 막는다”고 밝혔다. 중국은 중국에 우호적인 언론에는 광고 게재를 허가해 독자층을 확보해주거나 기업과 풍성한 계약을 체결하게 해주고, 심지어는 정치적인 약속까지 해주는 등의 보상을 준다. 이것이 바로 많은 언론이 티베트인, 위그루족, 파룬궁 등의 박해 뉴스를 보도하지 않거나 매우 조심스럽게 보도하는 이유이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