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전략가 위마오춘, ‘중국이 대만에 집착하는 이유’ 4가지 제시

정향매
2023년 04월 23일 오후 4:24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38

인구가 14억 3000만 명에 육박한다고 자랑하는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은 왜 인구 2300만 명에 불과한 대만(중화민국) 정복에 집착할까?  

위마오춘 (余茂春·Mlie Yu) 미국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 겸 중국센터장은 4월 5일(이하 현지시간) 대만 영자 신문 ‘타이베이타임스’ 기고문에서 “중국이 대만 침공에 열을 올리는 데는 4가지 핵심 동기가 작용한다.”고 제시했다. 

‘대만 통일’은 중국 공산당 ‘해방 이데올로기’의 핵심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신봉하는 중국 공산당은 스스로를 ‘자본주의의 악으로부터 인류를 해방하는 선봉대’라고 착각한다. 이러한 ‘해방 이데올로기’는 중국 공산당이 주장하는 정치적 정당성의 기초다. 

중국 공산당은 1949년 건국 이래 대만보다 수십 배 넓은 영토를 옛 소련·몽골 등 공산주의 이웃 국가와 미얀마 등 우호 국가에 양도했다. 

1949년 대만으로 피신한 중화 민족주의자들을 소탕하지 못함으로써 중국 공산당은 해방 임무가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은 민주주의 국가 대만을 중국 공산당의 명성에 큰 오점을 남긴 존재로 본다. 

마오쩌둥(毛澤東)은 ‘혁명을 끝까지 이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의 뒤를 이은 덩샤오핑(鄧小平), 시진핑(習近平)도 이 일을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은 대만 점령을 수십 년에 걸친 이념 공약의 궁극적 성취로 간주한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치하의 중국이 미국과 동맹국들보다 강하다고 착각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4개월 앞둔 2021년 3월, 시진핑은 “서방이 저물고 동방이 부상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1957년 마오쩌둥이 김일성에게 “동풍(東風)이 서풍을 압도할 적기(適期)다.”라고 말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중국을 부흥하겠다는 야망은 글로벌 초강대국의 통치 집단으로서 스스로를 증명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뿌리 깊은 욕망에서 비롯된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안보를 보장하는 대만을 중국이 점령하면 시진핑의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전 세계에 증명할 수 있다.

▲대만의 민주화 성공이 중국인들에게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 

중국 공산당은 ‘대만의 민주화 성공이 중국 국민들에게 불안정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편집증에 빠져있다.

타이베이가 옹호하는 예술의 자유, 환경 운동, 혁신 정신 등은 베이징의 가혹한 통치 아래 살아가는 중국인들에게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 이런 대만이 끊임없는 괴롭힘과 압력에 굴복한다면 대만은 중국의 여러 디아스포라(고국을 떠나 흩어진 집단) 가운데 번성하고 활기찬 민주 집단들보다 훨씬 덜 매력적인 집단으로 판명될 것이다.  

대만은 강경책을 펼치는 베이징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잠재적인 힘이 있다. 중국 공산당은 홍콩식 탈취를 통해 대만의 고무적인 힘을 제거할 수 있다.

▲中 ‘군사 역량’ 강화·‘책임 회피’ 외교 전략의 일환

중국 인민해방군은 사이버·우주·심해·초음속·전자 무기 등 현대 전쟁에 필요한 많은 분야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 대만을 침공하기 위해 필요한 군사 역량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갖춘 것이다. 

대만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집착은 인민해방군에 동기를 부여한다. 이는 미국과의 대규모 분쟁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 외교관들은 국제 사회에서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면 종종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분노에 찬 독백으로 주제를 바꾼다. 대만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집착은 중국 외교관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그 결과 북한의 무기 확산에서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이르기까지 중국이 ‘건설적인 개입’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여러 사안이 국제 질서에 곪은 상처로 남아 있다.

대만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등대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대만은 또 시진핑이 추구하는 세계 질서를 구축하는 데 마지막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반드시 중국이 대만에 집착하는 4가지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 

위마오춘은 지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 설계자로 평가받는 중국 전문가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중국 정책 수석 고문으로서 대중국 정책의 기본 틀부터 세부적인 전략, 전술까지 총지휘한 배후 인물이다. 한국·일본·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에 대한 주요 정책과 정부 조치를 심의하는 일에도 참여했다. 현재 후버연구소 객원 연구원이자 미국 해군사관학교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