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 외국 제재법’으로 기업들 곤경에 처할 듯”

2021년 06월 9일 오후 12:53 업데이트: 2021년 06월 9일 오후 12:53

홍콩매체 “서방 제재 거부·중국 제재 협조 강제할 것”

중국이 추진하는 ‘반(反) 외국 제재법’으로 기업들이 곤경에 처할 전망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 보도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오는 10일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 외국 제재법’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지만 기업들은 서방과 중국 간 싸움에 휘말려 들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SCMP는 법안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법이 인권 문제를 이유로 서방이 중국에 제재를 부과하는 것을 막지는 못해도 중국이 보복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기업들에는 서방의 제재를 따르지 않도록 강제할 것이며,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들에는 중국이 제재를 가하는 단체와 관계하는 것을 피하라는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주 중국정책센터의 애덤 니 연구원은 해당 법이 대체로 상징적이지만 제재에 협력하는 누구라도 활동에 제약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출입기업, 금융계, 기술기업 등은 자신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라며 “서방의 제재를 이행하지 않으면 미국과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반대로 제재를 이행하면 중국의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 기업은 제재 이행과 관련한 손익을 가늠해야 하는데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상황이 되면 기업이 이를 판단하는 것은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 자문역인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교수는 “기업활동과 공급망은 매우 복잡하다”면서 “기업들이 어떤 정도로든 외국의 제재에 협력하게 되면 그들은 그에 따른 파장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헨리 가오 싱가포르 경영대(SMU) 교수는 “해당 법의 제정은 서방, 특히 미국을 향해 중국이 보내는 신호”라며 “중국이 제재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해당 법으로 외국 기업들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중국은 최소한 처음에는 해당 법의 적용에 매우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사범대 황펑 교수는 그간 중국기업들은 서방의 제재를 따르는 것과 중국의 규정을 준수하는 것 사이에서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었는데, 새로운 법으로 숨통이 틔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법의 제정으로 중국 기업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제재 이행 면제를 신청할 법적 근거를 얻게 됐다”면서 “중국 기업은 미국 정부에 중국의 법을 준수해야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힐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