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유학생들 ‘엇나간’ 애국심, 한양대 ‘홍콩’ 대자보 훼손…욕설로 위협까지

애나 조
2019년 11월 13일 오후 11:31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55

서울 대학가에 학생들이 게재한 홍콩 민주화 시위 지지 현수막이 훼손되는 일이 속출하는 가운데, 13일 한양대에서도 중국인 유학생들이 몰려들어 대자보를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은 이날 오후 5시경 페이스북에 긴급 호소문을 게재했다. 긴급 호소문에서 “한양대 인문관에서 리플릿을 나눠 주는 학생에 대한 (중국인 유학생들의) 위협 행위가 있었다”면서, “대자보 훼손에 이어 완력으로라도 한양대 학생들의 민주적 의사표현까지 무산시키려는 비민주적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학생들은 이날 오후 12시경 한양대학교 인문관 중앙 현관 옆 게시판에 전지 크기의 대자보를 부착했다. 지난 8일 경찰의 최루탄을 피하려다 추락해 사망한 홍콩과기대 차우츠록 학생이 사망한 사실과 홍콩 항쟁에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한양대학교에 붙어 있는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에 중국인 유학생들이 홍콩 시위 반대하는 문구를 붙여 놨다. | Epoch Times

부착한 지 서너 시간 뒤, 중국유학생들로 보이는 이들 50여 명이 대자보 앞으로 몰려들었고, 그들은 “하나의 중국” “홍콩 경찰 지지한다” “홍콩은 중국 내부의 일이다. 내정간섭하지 말라” 등 메모를 붙이며 거칠게 항의했다. “하나의 중국”이란 문구를 인쇄한 종이를 박스테이프로 붙이거나 오성홍기를 붙이기도 했다. 이들은 대자보를 붙인 학생들이 설치한 테이블을 발로 차기도 했다.

대자보를 훼손하기 위해 몰려든 중국인 유학생들(왼쪽)과 대자보를 지키려는 학생들(오른쪽).|학생 제공

대자보 훼손에 대한 경고문을 붙인 김지문(23) 학생은 중국인 유학생들의 반응에 당황스러웠다면서, “중국어와 영어 욕설이 먼저 날아올지 전혀 몰랐고, 최소한 반대자보를 게시하거나 논리적 비판을 할 줄 알았는데 안타까웠다”라고 말했다.

중국인 유학생들의 엇나간 ‘애국심’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당시 중국인 유학생들은 주한 중국 대사관의 지휘 아래 우리 국민에게 폭력을 휘둘러 이를 말리는 경찰까지 부상을 입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양대 학생은 “중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학생들이 쓴 글이 보이지 않게 의도적으로 훼손하려고 붙여 놓은 게 많은데, 대자보는 우리 대학가의 고유한 민주적 문화다”라며, “한국에 유학와서 이런 문화를 존중하지 않고 비민주적으로 상황을 해결하려고 한 걸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현수막이나 대자보를 훼손한 경우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 대만 이민서는 대만 대학에서 홍콩 지지 포스터를 찢은 혐의로 중국인 관광객을 강제 추방하고 5년내 재입국을 금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