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원정 장기이식 극성… 보험금 지급 논란

Lee Jisung
2013년 02월 23일 오후 12:26 업데이트: 2019년 11월 6일 오후 3:07

中 강제장기적출 희생자… 파룬궁 수련자, 위구르인 등 소수적 약자들
STOP 생체장기적출’… UN·EU·미의회 등 ‘세계가 하나되어 움직이다’
이스라엘 법 바꾼 랍비박사 “의사가 나서고 언론이 보도하자 法 개정”

“제 남편이 파룬궁 수련인 2000명의 각막을 적출했고, 다른 장기도 적출한 뒤 시체를 소각했습니다.”

이 끔찍한 증언은 강제장기적출에 가담했던 한 중국 외과의사의 부인이자 쑤쟈툰 병원의 직원이었던 안니(가명)의 증언이다. 안니의 증언에 따르면, 랴오닝성 선양시 쑤쟈툰 현전중서의 결합병원 외과의사인 그녀의 남편이 2003년 10월까지 약 2년간 2000여 명의 각막을 적출했으며, 다른 주요 장기도 다른 의사들에 의해 모두 적출되기 때문에 시체로 처리된다고 한다. 아울러 수술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모두 “신체가 건강했다”고 밝혔다.

강제장기적출은 장기 제공자의 동의 없이 매매를 위해 강제로 장기를 적출 하는 불법행위를 말한다. 이는 합법적인 장기기증을 통한 이식과 달리 명백한 범죄행위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이런 범죄행위가 정부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는 장기이식을 필요로 하는 우리나라 환자들이 중국으로 원정 장기이식을 가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법률적, 의료적, 윤리적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장기이식윤리협회(IAEOT) 이승원 회장 (사진=정인권 기자)

한국, 국제사회 움직임에 동참하다

지난 2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신관 2층 소회의실에서 국제장기이식윤리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Ethical Organ Transplants, 이하 IAEOT) 주최로 ‘장기이식의 현실과 미래’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기조발제를 맡은 IAEOT 이은지 총무이사는 “나치의 생체실험이 가능했던 이유는 과학자들이 ‘과학의 진보를 위한 사명’이라는 이유로 도덕적 책임을 회피했기 때문”이라며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제장기적출과 중국원정 장기이식 역시  더이상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문제로 이에 대해 알려 그들을 일깨우고 정의를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제사회는 수년 전부터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왔다”고 밝히며 “세계가 하나 되어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 한국도 깨어나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제사회는 중국의 강제장기적출을 저지하기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캐나다와 이스라엘에서는 장기이식 관련 법을 개정해 해결방안은 모색했으며, 대만은 법안개정을 준비 중이다. 또한, 호주에서는 장기이식 프로그램에 참가한 중국인 의사들에게 사형수 장기를 적출 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의무사항으로 요구하고 있다.

세계의학협회(the World Medical Association, WMA) 이사회에서는 지난 2006년 ‘중국에서의 장기기증에 관한 결의’를 발표 “중국 의학협회는 사형수 장기적출과 이식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식협회(The Transplantation Society, TTS) 역시 “사형수 장기 사용이 포함된 중국의 국제회의와 의학서적 발표를 반대”하며 이에 동참했다.

지난 2012년 9월 12일에는 미 의회에서 ‘중국의 정치적, 종교적 반대인사의 생체장기적출’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으며, 같은 달 18일에는 제네바에서 열린 제21차 UN인권이사회에서 파룬궁 수련자에 대한 생체장기적출 문제가 논의됐다.

올해 1월 29일에는 유럽의회에서 맥밀란 스콧 EU 부의장 주최로 중국 내 강제장기적출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국민대 법과대학 채승우 교수, 서울시 이정찬 의원, 경민대 남영진 교수(전 엠네스티 한국지부이사장), 사법개혁범국민연대 정구진 상임대표. 사진=정인권 기자

이날 축사를 맡은 서울시 이정찬 의원은 “장기이식 환자가 중국으로 갔다가 잘못된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특히 중국의 장기이식이 파룬궁 수련자, 위구르인 등 사회적 약자였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사법개혁범국민연대 상임대표이자 파룬궁박해진상조사연합(CIPFG) 아시아 부단장을 맡고 있는 정구진 대표도 축사를 통해 “파룬궁 수련생에 대한 중국내 생체장기적출은 돈벌이 수단으로 자행되고 있으며, 그 이익은 공산당 간부에게 돌아가고 있어 큰 충격이었다”며 “이를 국제사회가 저지하지 못하는 것은 비극”이라고 말했다.

中원정 장기이식의 ‘의학적’ 문제점

2011년 우리나라 국내 장기이식 현황을 보면, 장기이식 기증자는 2496명인데 비해 이식 대기자는 2만1861명으로 10배나 많다. 기증희망자 수는 101만8941명으로 집계됐다.

토론회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국민대 법과대학 채승우 교수는 “국내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은 국내 장기적출 및 이식에 대해서만 다룰 뿐 국외 장기이식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이식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중국 등 해외로 나가서 수술을 받고 돌아오는 것은 이미 공지의 사실”이라고 말했다.

채 교수는 국제장기이식의 문제점을 의학적, 법률적, 윤리적 관점에서 지적했다. 먼저 의학적 문제점으로는 “중국에서 장기이식을 받고 온 환자들에게 있어 감염 등 합병증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장기이식에 있어 장기공여자의 혈액수치, 병력 및 이식수술에 관한 의학정보가 중요한데 중국에서 이식받은 환자의 경우 이런 공여자의 정보가 없다”며 “이는 사후처치에 곤란을 가져오며, 이식학회 입장에서도 불가능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적’ 문제와 보험금

해외원정 장기이식 환자들도 국내 보험금 및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을까? 국내 언론보도에 의하면, 불법 장기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에 대해서도 국내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장기를 기증받고자 하는 사람은 법률의 규정에 따라 이식대기자로 등록하게 되고(제14조), 국립장기이식관리기관의 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선정기준에 따라 이식대상자를 선정하게 된다(제26조 제1항).

그런데 중국원정 장기이식은 이런 절차 없이 중국 병원에 비용만 지불한 채 이식을 받는다. 이에 대해 채승우 교수는 “우리나라 실정법상 장기매매는 금지되고, 어기면 처벌 받는다”면서 “적법한 법적, 의학적 절찰 없이 장기를 이식받는 행위는 장기 및 의료서비스를 포괄적으로 구매하는 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즉, 포괄적인 장기매매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채 교수는 “불법 장기이식 수술을 받은 경우 (원칙적으로)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만약 보험가입자가 불법 장기이식을 받고도 정당한 이식수술을 받은 것처럼 해 보험금을 탔다면 보험사기에 해당하고, 보험계약 내용 자체가 적법 절차에 의한 해외 이식수술이 아님에도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면 보험계약 자체가 위법이라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 역시 지급돼 왔다. 불법원정 장기이식 후 국내로 돌아와 면역억제제 처방 등 사후 치료를 받는 환자들도 일반적인 절차와 동일하게 보험급여가 지급된 것이다.

하지만 채 교수는 “대만의 경우, 면역억제제 처방으로 연간 3000억 원이 들어가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건강보험 재정이 탄탄하지 못한데 불법으로 수술을 받고 온 사람들에게 돈이 들어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이스라엘과 말레이시아의 사례를 참고로 제시했다. 이들 나라에서는 최근 장기이식법이 개정돼 불법 장기이식 수술을 받는 환자에 대한 보험회사의 보상이나 국가 보험혜택이 전면 중지됐다. 법 개정을 통해 두 나라는 중국으로 가는 이식 여행이 거의 사라졌다.

‘윤리적’ 문제와 이스탄불 선언

2008년 전세계 78개국 150명 이상의 대표자들이 이스탄불 모여 발표한 ‘장기불법 거래와 이식여행에 관한 이스탄불 선언’에 따르면, 장기거래 및 이식관광(Travel for transplantation)을 금지하고 있다.

채승우 교수는 “이스탄불 선언에서는 ‘이식관광’이라는 표현을 쓴다”면서 “이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돈을 주고 사고 판다는 것을 뜻하고, 나아가 타국가의 국민이 이식받을 권리를 빼앗는 행위기 때문에 이식관광을 금지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채 교수는 “전 세계적인 추세는 이식관광에 대한 논의와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 이런 논의에 대한 바탕도 없다”고 꼬집으며 “이런 사실을 많이 알리고 논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제사회에서는 전세계 의사들의 모임인 DAFOH(Doctors Against Forced Organ Harvesting)가 먼저 나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찾았듯이 우리나라도 문제의 출발은 의사들”이라며 “국제장기이식에 대한 기본원칙들을 다시 확인하고, 우리나라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일이다”고 말했다.

DAFOH는 지난 2007년 출범해 미국 워싱턴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하는 ‘강제적출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모임’으로 세계 12개국 250여 명의 의사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DAFOH는 히포크라테스 선서, 제네바 선언, 헬싱키 선언 등 의료윤리 강령에 따라, 최악의 의료 부정의(不正義)라 할 수 있는 강제장기적출을 막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이스라엘 이식학회 학회장인 제이콥 랍비 박사(Jacob Lavee, MD) , 사진=정인권 기자

이스라엘 장기이식법을 바꾼 의사

이날 두 번째 발표자는 이스라엘 이식학회 학회장이자 중국의 강제장기적출 범죄를 다룬 ‘국가가 장기를 약탈하다(원제:State Organs)’의 공동저자인 제이콥 랍비 박사(Jacob Lavee, MD)였다. 그는 이스라엘에서 장기이식법이 개정된 과정을 소개하며 IAEOT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랍비 박사는 2005년 심부전을 앓고 있는 자신의 환자가 중국에서 심장을 2주 만에 이식받는 것을 목격한 것이 계기가 돼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제장기적출에 대해 조사하게 됐다.

그는 2006년 조사에 착수했고, 중국에서 사형수, 양심수로부터 동의 없이 장기를 강제 적출해 매매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환자들이 중국 원정 장기이식을 받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조사결과를 2006년 10월 이스라엘 의학협회 저널에 발표하며 “중국원정 장기이식 환자에게 보험을 지원하는 것은 강제장기적출이 윤리적이라고 인정하는 꼴이다”면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전문가와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냈으며, 이 과정에서 중국대사관이 이스라엘 외교부와 보건부에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제장기적출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중국대사관의 압력행사는 이스라엘 대중들의 야유를 받았다.

이후 이스라엘 국회 보건위원회에서는 공청회를 개최 “중국에서의 끔찍한 장기이식을 비난하고, 환자를 장기이식 목적으로 중국에 보내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결의했으며, 결국 2008년 3월 새로운 장기이식법을 통과시켰다. 새로운 법안의 내용은 “불법 장기획득 또는 불법 장기매매에 연루된 경우에는 해외에서 수행된 장기이식에 대한 어떠한 치료비 보상도 금지한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이스라엘의 해외원정 장기이식은 2006년 155명에서 2011년 26명으로 급감했고, 오히려 자국 내 장기기증이 활성화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랍비 박사는 “폴란드 나치수용소 생존자의 아들로서 특히 이스라엘에 있는 우리가 (중국의 강제장기적출에 대해) 계속 침묵하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행동을 계속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면서 “처음엔 돈키호테가 풍차와 싸우는 느낌이었지만 언론 보도와 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결국 중국으로의 장기이식 여행을 중단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 내 엠네스티 활동의 어려움과 인권상황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경민대 남영진 교수(전 엠네스티 한국지부이사장)는 “중국에서 현지조사활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엠네스티 전세계 총회에서 파룬궁 수련자에 대한 강제장기적출 문제가 캠패인으로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것은 기본적인 인권말살”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중국에서는 국가가 조직적으로 (강제장기적출을) 하고 있고, 여러 가지 증거도 있기 때문에 이를 방관하면 안된다”고 말하며 “제도를 바꾸고 중국의 분위기를 바꿔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중국에서 강제장기적출 위기를 넘겼던 이인순(중국국적 50대 여성, 가명)씨와 중국으로 원정 장기이식을 갔다 온 국내 여성환자가 직접 육성 증언을 했으며, 탈북자 김혜숙(52)씨가 영상으로 중국의 아동 장기매매에 대해 증언했다.

중국에서 장기이식 수술을 받고 왔다는 여성은 “실제로 중국에서 장기이식과 관련해 거대한 ‘블랙 마켓’이 존재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하지만 그 장기가 강제로 적출된다는 것을 토론회에서 알게 돼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이식은 환자나 가족의 입장도 고려해 공개적으로 논의를 하는 것이 중국원정 이식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중국 노동교양소(이하 노교소)에서 장기이식에 필요한 혈액검사 등을 받았다는 파룬궁 수련자 이인순 씨는 자신의 노교소 생활을 폭로하며, 강제장기적출이 국가차원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음을 증언했다.

그녀는 “노교소에 수감된 파룬궁 수련자들이 혈액검사를 포함한 건강검진을 받는 것은 중국공산당 고위층의 지시를 통해 중국 전역의 모든 노교소에서 발생하고 있다”면서 “수백만의 선량한 수련자들을 불법 감금한 채 장기공급원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침 9시부터 시작된 토론회는 객석의 많은 인사들의 참여와 함께 12시가 넘어서 끝났다. 이날 토론회 마치며 IAEOT 이승원 회장은 “한국은 이식학회 의사들이 제대로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으며 “일반 의사들과 국민들에게 이 사실을 널리 알려 중국에서 더 이상 이런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애쓸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도덕성 회복 캠패인’을 통해 각계 각층의 많은 정의 인사들의 참여를 도모하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중국에서 강제장기적출 위기를 넘겼던 파룬궁 수련자 이인순 씨(중국국적 50대 여성, 가명) 아래) 국내에서 중국으로 원정 장기이식을 갔다온 여성 (사진=정인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