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무릎 꿇은 아마존…시진핑 책 별점·리뷰 삭제

이윤정
2021년 12월 22일 오후 3:56 업데이트: 2021년 12월 22일 오후 4:09

세계 최대 시장 中 비위 맞추려 검열·압력에 굴복?
10월, 독일서도 시진핑 비판 책 출판기념회 취소

“시진핑의 책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아무 말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중국에 무릎을 꿇었다.

아마존이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연설과 글을 모은 책에 달린 리뷰, 별점, 댓글을 모두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중국 정부의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일간 뉴욕포스트(New York Post)는 12월 20일, “아마존이 시진핑의 연설과 글을 모은 ‘중국의 통치(The Governance of China)’란 책의 리뷰와 별점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새로운 보고서를 인용, “중국 정부가 2년 전 아마존에 해당 서적 관련 리뷰와 별점을 삭제하도록 요구했고, 아마존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중국 정부의 압력에 굴복한 사례가 하나 더 추가됐다”고도 했다.

총 3부작으로 발간된 ‘중국의 통치’는 시진핑의 연설과 글을 모은 일종의 ‘시진핑 홍보용 서적’이다. 2014년, 1부 출판을 시작으로 2부(2017년), 3부(2020년)가 3년 시차를 두고 발간됐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현재 중국 내 아마존 사이트에서는 해당 서적 리뷰, 별점이 모두 사라졌다. 한국,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는 별점, 리뷰를 확인할 수 있다.

일부 독자, 평론가들이 해당 책에 낮은 별점을 주고 부정적 리뷰를 남기자 중국 당국은 아마존 측에 리뷰, 별점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중국의 검열과 압력에 순순히 굴복한 셈이다.

논란이 일자 아마존은 12월 20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어디서 사업을 하든 법과 규정을 준수한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아마존은 지난 2004년 전자책 단말기 ‘킨들(Kindle)’을 출시했다. 2017년에는 중국 전용 킨들도 출시해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해당 단말기는 중국어를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중국 최대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이 운영 중인 전자책 스토어 미구(Migu)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미구는 40만 개 이상의 전자책 콘텐츠를 유통한다.

뉴욕포스트는 2018년도 아마존 내부 문서를 인용해 “중국은 2017년 말 기준 킨들의 최대 글로벌 시장으로 성장했고 전 세계 판매량의 40%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앞서 아마존은 같은 해(2018년) 내부 문서를 통해 “중국 공산당의 핵심 기반은 사상적 통제와 선전이다. 우리는 그것의 옳고 그름에 대해 판단하지 않는다”며 중국 시장에서 직면한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중국 당국이 시진핑 관련 출판물에 압력을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0월, 독일에서 시진핑 총서기를 다룬 신간 출판기념회가 돌연 취소돼 논란이 일었다. 출판기념회가 취소된 배경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시진핑 총서기를 비판적으로 다룬 책 내용을 문제 삼은 중국 정부의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