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명 시험접종, 큰 부작용 無”라는 중국산 백신…내부 전문가 평가는?

류지윤
2020년 10월 28일 오전 9:56 업데이트: 2020년 10월 28일 오전 10:53

중국 공산당(중공) 당국이 아직 3상 시험이 끝나지 않은 중공 폐렴(코로나19) 백신을 6만명에게 접종했지만, 큰 부작용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해당 백신을) 당분간 접종할 필요가 없다”는 보건당국 내부 전문가 발언이 나와, 백신의 불안정성에 대해 우회적으로 경고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내부 고발자를 강하게 처벌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 전문가가 완곡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전염병 수석전문가 우쭌유(吳尊友)는 지난 21일 푸젠성에서 열린 기술포럼에서 “아직 백신 3상이 끝나지 않았다”며 “효능과 안전성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일반시민은 당분간 백신 접종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3상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예비 단계의 결과이므로 절대적인 안전성을 보장할 수는 없다”고 했다.

우쭌유의 발언은 전날(20일) 중공 보건당국의 발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에 따르면, 이날 보건당국이 주도한 정부 합동브리핑에서는 3상 시험이 끝나지 않은 백신을 지원자 6만명이 맞았지만 큰 부작용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당국은 접종 규모를 확대하겠다고도 했으며, 중국 저장성에서는 이미 임상 3상 단계 백신 접종을 개시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백신 13개가 임상 단계에 있으며 이 가운데 4개가 사실상 최종단계인 3상 시험 중이다.

임상 3상 중인 중국산 백신 4개는 바이오기술이 개발한 2종, 시노백(科興中維·커싱중웨이) 1종, 군사과학연구원과 캔시노가 공동개발한 1종 등이다.

수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임상 3상은 가장 비용이 많이 들며, 1·2단계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부작용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 신약 개발의 고비로 꼽힌다.

세계 신약허가 기관 중 승인절차가 가장 까다로운 미국 식품의약처(FDA)의 임상 3상 평균 성공률은 58.1%이며, 임상 1상에서 최종 승인까지 전체 통과확률은 9.6%에 그친다.

중국에서는 3상 진행 중인 백신을 접종한 지원자가 졸음, 무기력, 어지러움,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에 과학기술부 사회발전과학기술국 부국장은 “어떤 백신이든 연구개발 시험이나 출시 직후에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접수된 보고는 모두 경미한 것으로 기본적으로는 안전성을 보였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백신 부작용은 중국과 개발 경쟁을 펼치는 다른 국가에서는 가볍지 않은 문제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와 공동으로 백신 개발 중인 미 바이오 기업 모더나는 3상 시험 참여자 중 5명이 백신을 접종한 뒤 무기력, 발열, 두통 등의 증세를 보이자 임상시험을 잠시 중단했다가 재개했다.

영국 옥스포드대학과 손잡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 중인 백신 역시 지난 9월 영국 환자 부작용이 보고돼 일시 중단됐다가 재개됐으며, 10월에는 브라질 지원자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홍콩대학 생물화학과 진둥옌(金冬雁) 교수는 “위급하다면 3상 시험이 끝나지 않은 백신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지금 중국의 상황은 그 정도는 아니다”라며 “잘못하면 중국의 의약품과 백신 심사체계가 엉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