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요소수 사태에 국정원 책임론 제기

이진백
2021년 11월 25일 오후 5:26 업데이트: 2021년 11월 26일 오전 4:19

박지원 원장 해외 정보 수집 판단에 문제 있음시인
검찰 해외주재관 경력 김종민 변호사 국내 정보 수집권 폐지도 문제비판

최근 중국발 요소수 부족 사태가 파장을 일으켰다. 사태 원인 중 하나로 국가정보원의 정보 수집 및 정보가치 판단 문제가 지적된다.

11월 2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국내 요소수 부족 사태에 대해 “중국의 요소 수출 검사 의무화 고시에 대해 국정원의 중국 현지 정보관이 보고했지만 단편 첩보로 간과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국회 정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병기 의원은 이에 대해 “국정원이 심각성을 간과하는 바람에 요소수 문제에 선제적 대응을 못했다며 박 원장이 사과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의 해외 정보 수집 및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하는 셈이다. 중국 정부의 요소수 수출검사 의무화 고시가 미칠 파급력을 예상하지 못하고 안일하게 판단한 것임을 시사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요소수 부족 사태와 관련 “예측 가능한 부분이 있었음에도 정부 대처가 미흡했고 국정원의 해외 정보 파악이 안돼 국민 불편을 초래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해당 발언은 11월 10일 요소수 사태 관련 기업인 롯데정밀화학 울산사업장 시찰 현장에서 나왔다.

이 대표는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첩보가 여러 경로를 통해서 한 달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정원의 정치 관여 기능을 최소화하고 해외 기능을 확대하겠다고 하고선 이런 긴밀한 정보가 파악이 안돼 국민 불편을 초래했다”라고 지적했다. 이 속에서 나온 박지원 원장의 발언은 이 대표의 지적을 간접 시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한 국가정보원 개혁의 핵심인 ‘국내 정보 수집권 폐지’가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보란 국내·외 정보를 취합하여 유기적으로 분석해야 하는데 정보수집의 한 축인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이 폐지되어 문제를 야기했다는 주장이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11월 9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요소수 대란의 근본 원인 중 하나가 국정원 국내 정보 파트를 궤멸시켜 버린 것이다, (중략)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려면 정보가 필수다. 국정원은 국내와 해외 정보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를 청와대와 정부 각 부처, 지자체에 신속히 뿌려 정책과 행정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면 각 기업이나 민간 기관과 국정원 직원들이 접촉하여 정확한 실태 파악을 하고 애로사항 등을 청취하는 것이 국내 정보 파트가 해야 할 일이다. (현 정부는) 국정원 국내 정보 파트를 민간인 사찰 조직 정도로 생각하여 완전히 없애 버렸으니 요소수 대란 같은 것도 전혀 파악이 안 되었고 이 난리가 난 것이다. 정보는 국내 정보와 해외 정보가 결합될 때 의미가 있다. 요소수 대란도 호주의 대중국 석탄 수출 금지, 석탄 가격 상승에 따른 중국 내 요소 생산 격감과 직접 연관이 있다. 이런 정보는 정부기관 중 국내정보망과 해외 정보망을 가진 국정원 외에는 수집하고 분석할 능력이 없다. 국정원 국내 정보 파트 폐지 후 청와대는 경찰 정보에 의존해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국정상황실이 창구다. 그러나 경찰은 치안정보 수집 권한만 있을 뿐이고 그 이외 정보 수집은 전부 법 위반이다. 해외정보망도 없고 정보를 다루는 능력 자체가 국정원에 미치지 못한다. 국정원 정보와 국내 글로벌 기업들이 수집한 정보를 종합할 때 정확한 고급 정보가 생산된다. 그 정보가 국정운영에 반영될 수 있어야 요소수 대란, 백신 대란 같은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고 썼다.

김종민 변호사는 “정치개입, 민간인 사찰 같은 과거의 부적적한 과거와 단절하고 순기능을 살리는 방향으로 국정원을 정상화시키지 않으면 제2, 제3의 요소수 대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종민 변호사(사법연수원 21기)는 수원지검 안산지청 차장검사,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역임하기도 했으나 현 정부의 검찰·국정원 개혁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검사시절인 2007~2009년 주 프랑스대사관 법무협력관으로 재외공관 근무 경력이 있다.

/취재본부 이진백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