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연구원 부부, 美 mRNA 백신 기밀 빼돌린 혐의 인정

한동훈
2022년 05월 27일 오후 2:10 업데이트: 2022년 05월 27일 오후 4:19

미국 주요 제약회사에서 과학자로 일했던 중국계 미국인 부부가 회사의 백신 기밀을 중국으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부부는 지난 19일(현지 시각) 혐의를 인정했다.

미 법무부가 사건 담당 법원인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남편인 우첸옌(58)과 아내 첸리안춘(51)은 지난 1993년 결혼한 뒤 미국 내 여러 제약회사에서 근무했다.

남편 우씨는 지난 2010년 중국으로 건너간 뒤 2012년 ‘테라캡’이라는 연구소를 열고 mRNA 백신 연구를 시작했다. 아내 첸은 미국에 남아 2021년까지 제약회사에서 일하면서 mRNA 백신 연구에 주력했다.

첸은 2013~2018년 사이 여러 차례 회사 컴퓨터에 접속해 기밀 자료를 복사해 회사 밖으로 빼돌렸으며, 이메일을 통해 중국에 있는 남편에게 보냈다. 여기에는 DNA, mRNA 관련 데이터가 담긴 파워포인트와 문서파일 등 백신 기밀 정보가 포함됐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망에 이들이 처음 포착된 것은 지난 2019년이다. FBI는 미국의 수출 규제를 위반한 중국계를 수사하던 중 남편 우씨의 이름이 적힌 파워포인트를 발견했다.

우씨는 위험 물질을 미국으로 밀반입한 혐의도 인정됐다. 그는 작년 2월 중국에 있던 자신의 연구소를 아예 미국으로 옮기려 했다.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그는 연구소에 있던 생물학 샘플과 연구장비 등을 다섯 개의 여행가방에 나눠 담고 상하이에서 시애틀을 경유해, 아내가 있던 샌디에이고로 갔다. 중국계 미국인이었던 그는 생물학적 샘플 등을 세관에 전혀 신고하지 않았다.

세관은 그의 가방을 조사하던 중 부적절하게 포장된 생물학적 샘플 등을 발견했다. 또한 단백질과 화학물질이 담긴 여러 용기가 들어 있는 약 1000개의 원심분리기용 튜브, “삼키면 유해… 흡입하면 독성” 같은 위험 경고가 적힌 라벨이 붙은 샘플도 찾아냈다.

현지 법조계는 백신 기밀 정보 유출도 심각하지만, 위험물질 밀반입은 더욱 심각한 범죄라고 평가했다.

랜디 그로스먼 변호사는 “피고인 우씨는 자신의 실험실에서 가져온 유해 화학물질을 미국에 불법적인 방법으로 운송함으로써 여행자들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중국 기업, 중국인 혹은 중국계 인사들의 산업 스파이 및 지식재산권 침해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FBI에 따르면 중국과 관련된 기술 탈취 활동이 지금까지 2천 건 이상이다.

법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 수립된 ‘차이나 이니셔티브’ 정책에 근거해, 중국의 산업기술 절도에 대응해왔으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고 난 뒤인 올해 2월 이 정책을 폐기했다. 미국 학계 내에 인종 편견(중국 혐오)을 일으킨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