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리셴녠의 사위 류야저우 공군 상장 숙청…사상 혐의

정향매
2023년 04월 15일 오후 10:44 업데이트: 2023년 04월 18일 오전 7:45

홍콩 매체 “류야저우 낙마·군내 숙정 시작”
中 공산당 내부 극좌 단체 “그는 두 얼굴 가진 야심가이자 음로론자”
전문가들 “시진핑 반대가 류야저우 낙마의 주된 이유” 

‘친미 성향 장성’으로 알려진 인민해방군 전 공군 상장(上將· 한국군 대장에 해당) 겸 작가인 류야저우(劉亞洲·70)에 대한 숙청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홍콩 ‘성도일보’는 4월 12일, 다수 소식통을 인용해 “류야저우 전 국방대 정치위원이 규율과 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혐의로 낙마했다. 중공 중앙군사위원회는 류야저우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그를 군 사법 기관으로 이첩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군 내 ‘류야저우 지우기’ 운동도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인민해방군 소속 기관들은 2월 말에 이미 ‘3월부터 도서·신문·잡지··서예 작품·강의안을 포함한 류야저우 관련 모든 자료를 삭제하라.’는 내용의 통지를 받았다. 

같은 날 중국 거주 언론인 가오위(高瑜)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군 내에서 ‘류야저우 지우기’ 운동이 시작됐다. 인터넷상에는 아직 조용하다.”라는 글과 함께 관련 사진 2장을 공개했다. 

4월 12일 중국 언론인 가오위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게시한 사진 2장. | 트위터

통지문에는 “4월 10일 ‘타이위안 제7 간부휴양소(太原第7幹部休養所)’ 통지”라고 쓰여있다. 통지에는 “휴양소는 상급 기관 지시에 따라 류야저우 관련 정보를 전면 조사·제거하는 활동을 전개한다.”고 기록되어있다. 통지는 “이번 활동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며 ‘엄숙한 정치 임무’이다.”라고도 밝혔다. ‘간부휴양소’는 중국공산당이 퇴역 군인 복지를 위해 운영하는 기관이다.  

나머지 사진 한 장은 4월 12일 ‘류야저우’의 한자 이름을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百度)’로 검색해 캡처한 사진이다. ‘바이두 백과’와 ‘바이두 뉴스’에는 류야저우의 프로필과 관련 뉴스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   

성도일보에 의하면 중국 공산당은 군 고위 장교 부패 문제를 더 이상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실제 중국 인터넷상에는 아직까지 류야저우에 대한 관영 매체의 최근 보도가 없다. 

4월 12일, 중국공산당 내부 극좌 단체로 알려진 ‘홍색문화연구회(紅色文化研究會)’ 산하 ‘홍색문화망(紅色文化網)’은 ‘류야저우는 누구를 위해 순교하려 하는가’라는 제하의 논평을 게시했다. 해당 글은 류야저우를 두고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이라며 “그는 ‘위대한 인물’이라고 자칭하며 ‘깊은 생각을 가졌다’고 표방하지만, 그는 전형적인 야심가이자 음모론자이다.”라고 비평했다. 

논평은 류야저우의 ‘죄목’도 밝혔다. ▲서방의 민주주의를 주장하고 ‘우리 당(공산당)’의 집권 지위를 송두리째 흔든 죄 ▲‘군대의 국가화’를 호소하며 군에 대한 공산당의 통제를 부정하고 ‘군사위원회 주석 책임제’에 저항·반대한 죄 ▲역사 분쟁을 이용해 공산당 중앙지도부의 전략과 결정을 모함한 죄 등이다. 

류야저우는 공산당 혁명 원로의 후손인 이른바 ‘훙얼다이(紅二代)’이다. 군 장성이지만 작가로도 명성을 얻었다. 

류야저우의 아버지 류젠더는 란저우 군구 후방지원부 부정치위원으로 지낸 고급 장교였다. 류야저우의 장인은 리셴녠(李先念) 전 국가주석(1983~1988). 이른바 중국 공산당 8대 원로 중 한 명이다.

언론인 가오위는 “류야저우는 장쩌민이 집권할 때 대교(大校)에서 장성인 소장(少將), 중장(中將)으로 승진했다. 장쩌민은 리셴녠과 천윈(陳雲)을 통해 덩샤오핑(鄧小平)과 친분을 맺게 됐고 리셴녠은 훗날 중국국가 주석으로 임명됐다. 이러한 장인의 출세는 류야저우에게도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류야저우의 장인은 중국공산당 ‘8대 원로’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리셴녠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오른 쪽)이다. | 사진=1984년 자료사진, 인터넷

류야저우는 가장 주목받는 장성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인민해방군 공군 상장으로서 제18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을 지냈다. 베이징군구 공군 정치부 주임, 청두군구 공군 정치위원, 인민해방군 공군 부정치위원 겸 규율위원회 서기, 국방대 정치위원을 역임했다. 그와 부인 리샤오린(李小林)은 모두 중국 공산당 대표적인 통일전선 공작기관으로 알려진 대외우호협회 회장을 맡은 바 있다.  

류야저우는 군 출신 저명 작가다. 그는 자신을 ‘전략가’로 자칭하며 ‘자유사상을 위해 순교하겠다’는 글을 발표해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9권으로 구성된 ‘류야저우 문집(文集)’을 출간하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던 류야저우가 몰락한 것은 2016년이다. 그해 중국계 할리우드 성인배우 바이링(百靈)을 홍군 대장정 승리 80주년 기념 특집 프로그램의 주연으로 발탁했고 이듬해 1월 공식 퇴직하여 군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종적을 감췄고 중국 당국은 그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3월 24일 홍콩 ‘명보’는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류야저우가 재단, 협회 등을 앞세워 거액의 재산을 탈취한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다. 중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유명 유튜버 쟝펑(江峰)은 “류야저우는 ‘중국공산당이 피라미드형 지휘 구조를 바꾸지 않을 경우 현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류야저우는 시진핑을 정점으로 한 인민해방군은 현대의 복잡한 정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1949년 10월 제2차 국공 내전 중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이 진먼을 두고 전투를 벌였다. 왼쪽 사진은 2004년 류야저우가 발표한 ‘진먼(金門) 전투에 대한 반성’ 글이다. 오른 쪽 상단에는 ‘류야저우 문집(文集)’이다. | 인터넷 사진, 에포크타임스 편집

류야저우는 2004년 발표 글에서 “지금은 대만이 단독으로 대만 독립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서방 사회 전체가 대만을 고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민해방군 해군 중교(중령) 출신 야우청(姚誠)은 14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에 “류야저우는 늘 대만 침공을 반대했다. 반면 그는 러시아가 가장 큰 적이라고 주장했다.”며 “류야저우는 8년간 국방대 정치위원을 지냈다. 인민해방군 장성은 대부분 국방대에서 배출하며 이들은 모두 류야저우를 우러러본다. 하지만 시진핑은 그를 두려워하며 이번 기회에 류야저우를 처벌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으로 망명한 차이샤(蔡霞) 존 중국공산당중앙당교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류야저우는 시진핑을 비판했다 실종된 중국 부동산 재벌 런즈창(任志强)과 같은 신세가 됐다.”고 주장했다. 차이샤는 “이번 사건은 ‘피의 대숙청’의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런즈창은 훙얼다이 출신으로 부동산개발업체 화위안(華遠) 그룹 회장을 지냈다. 그는 2020년 3월 중국 당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는 글을 쓴 이후 갑자기 실종됐다. 이후 4월 7일 중국 당국은 런즈창이 심각한 규율 및 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에포크타임스 시사평론 스산(石山)은 “‘류야저우 지우기’와 같은 운동은 문화대혁명이 끝난 이후 처음이다.”라며 “중국공산당의 좌경화와 시진핑의 독재를 방해한 게 류야저우가 숙청당한 주요 이유다. 하지만 류야저우는 중국공산당 고위층이기 때문에 자유 민주를 주장하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