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구권, 보호무역주의 정서 팽배

FAN YU
2016년 12월 20일 오후 5:09 업데이트: 2019년 10월 23일 오후 5:17

12월 2일, 중국의 한 기업이 독일 반도체 기업 아익스트론 인수계획을 철회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로 인해 이를 저지했기 때문이다. 이번 움직임으로 서구권이 중국의 투자를 견제하고 있음이 증명됐다.

오바마 미 대통령과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중국 푸젠 그랜드 칩 펀드(Fujian Grand Chip Fund)에게 아익스트론의 미국 자회사 인수를 포기하라고 명령했다.

이 결정은 예상됐다. 10월 말, 독일 정부가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보안 관련 첩보’를 이유로 6억 7000만 유로(8293억원)의 아익스트론-푸젠 합병에 대한 중점지원을 철회한 바 있었다.

CFIUS는 국가 간 거래에 제동을 건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질화칼륨이라고 불리는 화합물 생산 기술과 밀접한 문제로 추측된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 물질은 레이더, 안테나 및 레이저와 같은 군사 장비 생산에 사용된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가 해외 기업의 투자를 거부한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조사 강화

아익스트론 사태는 중국 투자를 반대하는 정서가 미국과 유럽에 팽배하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지그마 가브리엘 독일 경제 장관은 ‘특히 중요한 핵심 기술’을 가진 EU 기업에 대한 해외 기업의 인수 합병을 제한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중국의 가전 제조사 메이디(Midea)가 독일의 로봇 엔지니어링 기업인 쿠카를 올해 45억 유로(5조 5599억원)에 인수했다. 그 뒤 중국 투자에 대한 독일의 우려가 커졌다. 쿠카가 독일 및 미국 방위 기업의 주요 공급처다.

미국은 국가 간 거래와 관련한 검토 과정도 강화하고 있다. 올 초 CFIUS는 중국 사모펀드 고스케일(Go Scale)이 네덜란드의 거대 테크놀로지 기업인 필립스 NV(Philips NV) 조명부문 자회사 루미레즈(Lumileds)를 인수하려는 시도를 막은 바 있다. 또 2월, 중국 칭화 유니그룹도 마찬가지로 CFIUS 조사를 앞두고 디지털 저장장치 제조업체 웨스턴 디지털 인수 계획을 포기했다.

경제 분석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하면 중국의 미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추가적으로 조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중국의 무역 및 경제 정책에 대해 엄격한 검토를 시행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보호무역주의

오늘날 중국 기업들이 서구에서 맞닥뜨린 상황은 서구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직면하고 있는 장벽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있다. 은행, 증권, 통신, 운송 및 전문 서비스와 같은 중국 산업은 인수나 지배주주 합류에 있어서 외국계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중국 당국에 의해 ‘제한’ 목록에서 벗어난 일부 업계가 있지만 서구 기업들은 중국 내 보호무역주의 정서가 여전히 팽배하다고 생각한다.

미카엘 클라우스 주중 독일 대사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독일 기업들은 중국의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심각하게 높아졌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클라우스 대사는 “특히 올해 초부터 더 많은 불만이 접수됐으며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지난 10년간 중국의 경제 성장으로 인해 수혜를 받았지만 여전히 현지 파트너사와 함께 자동차를 생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내 미국 기업의 상황도 비슷하다. 금년 초 중국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중국에 진출한 10개의 미국 기업 중 하나 꼴로 높은 규제 장벽으로 사업 부문의 일부를 이전할 계획이거나 이미 이전을 완료했다고 답했다.

특히 테크놀로지, 제조업 및 천연자원 영역의 미국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태도에 대해 가장 부정적이었다. 83%의 기업이 배척을 받는다고 느꼈으며, 이는 실제 재정 상황으로 나타났다. 작년엔 64%만 흑자였고 2014년에는 73%가 감소 추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