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 ‘천인계획’ 은폐자 특별 사면?… 美 법무부 논의 중

류지윤
2021년 01월 25일 오후 4:24 업데이트: 2021년 01월 25일 오후 4:24

지난 22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법무부 관리들이 특별사면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천인계획’을 은폐한 미국 연구진에게 ‘사실대로 신고하면 과거 잘못을 묻지 않겠다’는 정책을 펴 미국 학자들이 과거에 받은 외국 자금을 공개해도 처벌받을 염려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법무부의 국가 안보 실장 존 더머스(John Demers)를 비롯한 법무부 고위 관계자들이 최근 몇 달간 이 같은 계획을 논의하고 초안을 배포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특별사면을 검토 중인 이 계획은 10여 년 전 연방정부의 계획과 유사한데, 10여 년 전의 계획은 스위스 은행 계좌를 가진 미국인에게 계좌 신고를 독려하려던 것으로 당시 미국 국세청은 해외 탈세로 피해를 본 수십억 달러 환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 관리들은 미국 정부가 국제 학술 협력을 지원하면서 연구자의 외국 자금 출처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학계가 외국 기업과 협력해 자금을 받는 것은 허용하지만 미국 정부 지원을 신청할 때 관련자들에게 이를 반드시 공개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중공 정권과 연관된 기업에 지원을 받으면서 미국 학술 연구비를 부당하게 취득하는 행위를 단속하는 한편 미국 대학들에 캠퍼스 내 중공 침투를 경계하라고 경고해 왔다.

미국 연방 검찰은 2019년 중반 이후 미국 학자들이 중공 정부의 지원을 받는 사실을 속이거나 중국에서 방문한 연구자들이 중공군과의 관계를 숨긴 행위 등 10여 건의 형사 사건을 기소했다. 그중 일부 사건은 이미 유죄를 인정한 사람도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논의 중인 계획은 연방수사국(FBI) 수사관들이 외국 자금의 미국 연구 지원 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한편 이들이 가장 큰 국가 안보 위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수사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그러나 이 계획이 아직 실행되지 않아 일부 검사들은 기존 사건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양쪽에 걸쳐 경비를 받는 미국 학자에 관한 안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전∙현직 법무부 관리들은 법무부가 중국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관련 협력 학자들을 기소하려는 미국 법무부의 노력에 일부 교직원단체와 중국계 미국인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그들은 이것이 흔히 볼 수 있는, 무해한 전문 활동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곡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교수 약 100명은 지난 21일 저녁 라파엘 레이프 MIT 총장에게 연명 서한을 보내 FBI가 그들의 동료인 나노기술 전문가 천강(陳剛) 교수를 기소한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56세의 천강은 중국에서 태어나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그는 외국 은행 계좌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세금 신고서에 허위 진술을 한 전신환 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 보스턴 검찰 측은 천강의 움직임이 중국(중공)에 대한 충성심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천강은 적어도 2012년부터 중공 정부와 협력했다. 그는 뉴욕 주재 중공 총영사관의 초청으로 ‘해외 전문가’를 맡고 있다. 중국 과학 기술 혁신에 도움이 될 학자를 미국에서 모집하는 중공 프로젝트에 참여해 중공 정부와 기업 등에서 별도의 역할을 맡기도 했다.

천강 교수와 미 법원 공고 | 화면 캡처

검찰은 또 천강이 중국에 설립한 한 열에너지 회사의 문서 중에서 그가 참여한 중공의 ‘인재계획’(China Talent Plan)과 관련된 내용을 모두 삭제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도 취했다고 전했다.

2013년 이후 천강은 미국 정부로부터 1,900만 달러의 연방 경비를 받았다. 같은 기간 천강은 중공 정부가 지원하는 중국 공립 연구대학이 제공한 1,900만 달러를 포함해 2,900만 달러의 외국 자금도 받았다. 검찰은 그가 중국에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천강은 MIT에 이 같은 사실 대부분을 숨겼다. MIT는 학술 연구자는 적어도 1년에 한 번씩 이해충돌을 공개하고 외부 전문 활동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천강은 지난 14일 케임브리지에 있는 자택에서 체포됐다.

천강은 혐의를 인정하지 않다가 보석금 100만 달러를 내고 풀려났다.

MIT는 14일 성명에서 천강을 체포한 데 대해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MIT 측은 “MIT는 과학 연구 윤리를 기본적인 책임으로 여기고 있으며, 미국 연구 분야의 부당한 영향력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천 교수는 오랫동안 연구계에 몸담아 존경받고 있다. 그래서 그에 대한 정부의 고발이 더욱 가슴 아프다”고 밝혔다.

MIT는 천 교수 소송의 법적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약속했다.

매사추세츠주 연방검사 앤드류 렐링(Andrew Lelling)은 연구진들이 외국 기업과 협력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가 이에 대해 거짓말하는 것이 문제라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