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 외교부의 뒤늦은 “바이든 축하”에 ‘당선’이란 말은 없었다…왜?

장둔, 한동훈
2020년 11월 17일 오후 12:11 업데이트: 2020년 11월 17일 오후 1:52

중국 공산당(중공) 외교부가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바이든 후보의 지난 7일 당선 선언 후 약 일주일 만이다.

지난 13일 왕원빈(汪文斌) 중공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바이든 후보에 관한 질문을 받자 “우리는 바이든 선생과 해리스 여사에게 축하의 뜻을 표한다”(我們向拜登先生和哈里斯女士表示祝賀)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 국민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우리는 미국 대선의 결과가 미국의 법률과 절차에 따라 확정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왕 대변인의 입에서 “당선”, “당선인”이라는 단어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지난 7일 바이든 후보의 당선 선언 이후, 중공의 반응은 국제사회의 큰 관심사의 하나였다.

중공은 내색하지 않았지만, 미국 대선 결과에 가장 신경 쓰인다는 건 국제사회의 공통된 견해였다.

그러나 시진핑 중공 총서기도, 중공 외교부도 이틀째 침묵했고 지난 9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외신들은 이에 관해 질문했다.

당시 왕 대변인은 “대선 결과는 미국의 법과 절차에 따라 확정된다. 중국은 국제 관례에 따를 것”이라며 축하 인사를 미뤘다.

그러다가 나흘 만에 다시 입장을 바꿔 축하 인사를 전한 것이다.

그 사이 미국의 법과 절차에 의해 어떤 상황이 달라진 건 없었다. 트럼프 캠프 측은 소송을 확대하고 있고, 일부 주에서는 재검표에 들어갔다.

미국 대선 상황은 변한 게 없는데 중공의 태도가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대만의 시사평론가 중위안(鍾原)은 9일과 12일 사이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을 짚었다.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서명한 ‘중공군 소유·통제 중국기업에 대한 미국의 투자 금지’ 행정명령이다.

이 행정명령은 미국의 모든 개인·기업·기관 투자자들에 중공 인민해방군의 소유거나 통제를 받는 중국기업 31곳을 상대로 한 투자를 금지한다. 내년 1월 11일부터 발효된다.

또한 이들 기업과 관련돼 이미 집행된 투자에서도 내년 11월 11일까지 전면 철회하도록 했다.

미국 투자자들이 뉴욕 증시 등을 통해 중국기업에 투자하는 금액은 한 해 수십조원 규모다. 미국의 대표적인 공적연금인 연방공무원퇴직연금(TSP)도 중국 주식에 투자한다. 이유는 ‘수익률’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자금이 중공군을 후원하는 중국기업을 거쳐 중공군으로 흘러 들어가 결국 그들의 군사력을 키우는 일에 쓰인다고 판단한다.

이 행정명령은 미국 자금이 중공군에 흘러 들어가는 걸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폼페이오 장관 “중공의 방화벽 해체할 것”

다른 하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10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레이건 연구소에서 한 연설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힘과 솔직함(strength and candor)’ 전략으로 구소련을 해체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공산당을 같은 전략으로 무너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중국인들을 도와 중공군의 방화벽을 무너뜨리고 중국 공산당의 세계 확장을 막는 일은 미국 외교의 최우선 순위에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집권 2기로 순조롭게 전환되고 있다며 대선 결과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중위안은 “중공은 지난 4년간 집권 1기 트럼프 행정부의 체계적이고 단호한 공격에 취약해져 있다. 그런 4년을 한 번 더 겪는다?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중공 외교부는 축하인사가 외신을 통해 국제사회로 전달되리란 걸 안다. 현재 미국 주류언론들의 ‘바이든 당선’ 분위기에 가세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굳건한 중국 공산당 해체 방침에 위협을 느꼈기에 더 참을 수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위안은 또한 “그렇지만 정작 ‘당선’이라는 표현을 쓸 용기는 없었을 것”이라며 “이 뉴스는 중국 매체와 홍콩 언론 여러 곳을 통해 보도됐지만 모두 ‘외교부의 축하 인사’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고 ‘바이든 당선’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의 반체제 언론인 가오위(高瑜) 기자는 자신의 SNS에 “관영매체인 중공 중앙방송(CCTV)과 신화망, 인민망에서는 이 뉴스가 보이지 않았고, 신화망 공식 웨이보만 게재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모든 시스템은 전체주의 권력집단 ‘중국 공산당’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에포크타임스(한국어판)에서는 중국과 중국 공산당이 장악한 국가권력 시스템을 구분하기 위해 ‘중공’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