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 시진핑-바이든 회담 추진… 기후와 방역에 집중

정용진
2021년 01월 26일 오후 2:03 업데이트: 2021년 01월 26일 오후 9:59

지난 22일 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이징이 곤경에 처한 미·중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막후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은 지난해 12월에 이미 중국 공산당(중공)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정치국의 양제츠(楊潔篪) 위원을 워싱턴 DC로 파견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시진핑 주석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한 직후 나온 이 아이디어는 최근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대사를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베이징은 양제츠를 통해, 무역 문제를 최우선으로 다뤘던 트럼프 전 행정부 때와는 달리 바이든 대통령이 중시하고 있는 기후변화와 전염병 상황에 초점을 맞추어 바이든과 시진핑의 첫 만남을 추진할 계획이다.

WSJ는 중공 내부 상황에 정통한 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측은 아직 미·중 간의 견해차가 큰 데다 선뜻 정상회담을 제안했다가 미국 측으로부터 거절당할까 봐 바이든 정부와 접촉함에 있어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DC 주재 중국대사관은 22일 늦게 “중국 측은 WSJ 보도에서 언급된 어떤 서한도 작성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명은 베이징이 만남을 제안했는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WSJ는 중국 측의 이번 움직임은 베이징이 워싱턴 DC와의 불안정한 관계를 신속히 안정시키기를 원하고 있으며, 동요하는 미·중 관계가 줄곧 경제 재건의 큰 걸림돌이 돼왔기 때문에 전염병 상황 이후 경제 재건 과정에 전념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음이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과 기술 방면에서, 그리고 중공이 코로나19 팬데믹‧영토‧인권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 등의 방면에서 과거 몇십 년 동안 미국이 취해온 대중국 유화정책을 뒤집고 몇천만 개의 중국 수출상품에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중 관계가 몇십 년 이래 최악의 상태가 되었다.

현재, 바이든의 외교안보팀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여전히 상원의 인준을 기다리고 있으며 재무부, 국무부, 펜타곤에서 중국 측과 상대할 실무급 인사의 명단이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의회 임명이 필요 없는 백악관 내 바이든 팀은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신장(新疆)에서 생산된 목화와 토마토를 수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화웨이 등 중공 군부와 관련 있는 과학기술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글로벌 공급망을 차단하고, 홍콩의 민주적 항의 시위 진압에 가담한 중공 고위 관리를 제재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바이든 팀은 트럼프의 대중국 조치 가운데 지속하여야 할 것이 무엇인지 검토하는 것 외에도 중국의 남중국해 영토 주장과 호주를 포함한 미국 동맹국들에 대한 중공의 경제적 압박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은 대통령 선거 기간 중 무역정책은 그의 우선순위 중 하나가 아니라는 점을 이미 분명히 밝혔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데이비드 달러 중국 문제 전문가는 “중국 측이 기후변화와 전염병 방역 등 바이든의 정책 우선순위와 일치되는 의제를 제안함으로써 양국 간 전반적인 관계 개선을 도모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요 의제는 글로벌 공공재가 될 것이며, 이것은 ‘우리가 더 많은 콩을 살 것이다’가 아니다. 그것은 지난날의 일이다”라고 말했다.

오바마 정부 시절 주중 미국 경제 및 금융 특사였던 두다웨이(杜大偉)는 미·중 간의 담판은 우선 양제츠와 블링컨보다 낮은 각료급부터 시작될 것이며 그들이 2021년 대부분을 이 논의에 공을 들인 뒤에야 양국 정상 간 회담을 확정 지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가 중공의 불공정 무역 및 미국 상품 구매 확대 문제를 우선적인 위치에 놓았던 것과는 달리 전 세계 공공복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무역정책에서도 기존의 정책 대신 기후변화와 전염병 대응을 위한 협력으로 방향을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WSJ에 의하면 “중국 측 관리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결국 ‘미·중 무역협정’을 새롭게 담판 지으려고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베이징은 중공 지도부가 이미 정책의 초점을 국내 소비 촉진으로 전환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때까지 기꺼이 기다릴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바이든이 선택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 지명자가 1단계 협정을 추진하거나 추가 협상을 벌일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