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 도발 격화에 미중 항모전단 첫 대치 가능성

선저우(沈舟)
2021년 04월 9일 오후 5:08 업데이트: 2021년 04월 11일 오후 9:58

지난 4일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중공(중국 공산당)의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호와 5척의 호위함이 미야코 해협을 통과했다. 중공 항공모함의 이번 출동은 동해와 태평양에서 군사적 도발을 대폭 격화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중공 국방부는 관련 소식을 제때 발표하지 않았지만, 중국의 싱크탱크 ‘남중국해 전략태세 감지계획’(SCS Probing Initiative)은 미국 루스벨트호(CVN-71) 항모전단이 말라카 해협을 거쳐 남중국해로 들어왔다고 밝혔다.

중공의 도발 격화에 맞서 미군은 일찍이 여러 시나리오를 짜놓고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가장 직접적인 옵션은 당연히 루스벨트호 함대를 전속력으로 전진시켜 중공의 랴오닝호 항모전단을 직접 압박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태평양에서 미중 항공모함의 첫 대결이 될 것이다.

지도=구글맵

미중 항공모함 대결 가상 시나리오

중공군은 아마 이 일을 오랫동안 꿈꾸어 왔겠지만, 마음속으로는 굉장히 두려워하고 있을 것이다. 랴오닝호가 탑재할 수 있는 함재 전투기는 제한돼 있어 가득 실으면 약 20~22대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젠-15(J-15) 함재 전투기가 상당히 무거워서 탄도 싣지 못하고 기름탱크도 가득 채울 수 없어 공중 급유를 받아야 한다.

10~12대의 젠-15가 탄을 싣고 기름은 반만 채워 띄우고, 나머지 절반의 젠-15는 탄 없이 기름만 가득 채워 띄운 뒤 급유만 맡는 것이다. 이런 전력으론 미군의 항공모함에 맞서기 어렵다.

만약 이번에 랴오닝호가 함재기마저 충분히 탑재하지 않았다면 아마 크게 망신을 당하게 될 것이다. 젠-15 함재기가 전부 랴오닝호에 올라있을 경우 현재 하이난다오(海南島)에 있는 산둥(山東)호에는 함재기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군의 루스벨트호에는 바깥에 4~6대의 E-2C 조기경보 통제기와 4~6대의 EA-18G 그라울러(전자전 공격기)가 달린 최소 36대의 F/A-18E/F 슈퍼 호넷 전투기와 그 외 각종 헬리콥터 등 총 약 90대의 항공기가 탑재돼 있을 것이다.

만약 루스벨트호가 진짜로 랴오닝호의 잠재적 항로를 겨냥해 직접적인 해상 대치를 선택한다면 중공 항공모함의 실제 전력과 훈련 수준을 가늠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루스벨트호는 수백km 떨어진 곳에서도 대량의 함재기를 띄울 수 있고, 랴오닝호가 제때 조기 경보를 울리고 대응할 수 있는지, 어떤 전술을 구사할지 다시 살펴볼 수 있다.

미군이 랴오닝호와 직접 대치할지는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데, 만약 그가 강세를 유지하길 원한다면 중공의 격상된 도발을 용납하지 않고 루스벨트호에 랴오닝호를 직접 압박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만약 그가 인도∙태평양 사령부나 7함대 지휘관에게 권한을 부여한다면 더욱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때가 되면 랴오닝호 항모전단의 실제 조기경보 범위가 얼마나 되는지, 젠-15가 몇 대나 탑재돼 있는지, 한 대를 띄우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압박 속에 제대로 이착륙할 수 있는지, 지휘관이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 그리고 수상 전함과 수중 잠수함의 협조, 대(對)잠수함 능력 등이 모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중공은 전력 노출이 두렵지 않다면 예정대로 대만 동부를 우회해 곧장 필리핀해로 내려가 괌까지 압박할 수도 있고, 미군 항공모함이 온다는 사실을 알지만 직접 대치할 용기가 없다면 아마 금방 되돌아갈 것이다.

랴오닝호가 출동한 시각은 마침 루스벨트호가 인도양에서 인도 해군과 훈련하던 중이었다. 루스벨트호는 제때 명령을 받은 듯 말라카 해협을 지나 남해로 귀환했다. 만약 미∙중 항공모함이 실제로 대치한다면 태평양에서의 미∙중 군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이자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미군이 태평양에서 대응한 가장 직접적인 도전이 될 것이다.

지도=구글맵

또 다른 미중 항공모함 대결 시나리오

랴오닝호의 항로는 시진핑이 직접 명령한 것으로 보이며, 다른 군사위원회 주석이나 위원, 해군사령관은 명령을 내릴 권한은 없고 단지 의견을 제출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중 항공모함이 직접 대치할 것인지에 대한 주도권은 전적으로 미군에 있다. 실제로 그렇게 되면 시진핑과 중공군 고위층의 능력을 직접 시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바이든이 직접적인 충돌을 우려해 어쩌면 국방부에 간여할 수도 있지만, 아니라면 그는 당연히 오스틴 국방부 장관에게 맡겨야 하며, 화약 냄새로 가득 찬 장면이 나오지 않는 한 바이든은 전시 상황실에서 전쟁을 관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군엔 이지스함만 대동해 내보내는 옵션도 있다. 중공 함재기는 아직 미군의 이지스함을 위협할 정도도 안 될 것이고, 수중에서도 버지니아급이나 로스앤젤레스급 공격 잠수함을 띄워 추적해 마찬가지로 중공 항모전단의 반응 능력과 대잠수함 수준을 테스트해 볼 수 있다.

미군은 또 F-35B 스텔스 전투기 6대를 탑재한 USS 아메리카(LHA-6) 강습상륙함을 출격시켜 랴오닝호에 접근할 수도 있다. 정찰기를 교대로 다른 위치에서 접근시켜 중공 호위함의 레이더 탐지 능력을 테스트하거나 중공의 수중 잠수함을 몰래 살펴보는 옵션도 있다.

미군 항공모함이 중공과 대치하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모습이 나올 수도 있다. 루스벨트호 항모전단은 남중국해에서 난사(南沙)군도까지 접근해 중공의 인공 군사기지를 공격할 태세를 갖출 수 있다. 또 강습상륙함대에 해병대가 타고 있다면 마찬가지로 시진핑의 신경을 긁을 수 있다. 미군 폭격기와 전투기가 동해에 날아들어 동해에 대한 공격을 모의하는 동시에 남해로 날아가 미군 정찰기가 다시 중공 연안 군사기지에 접근하는 것도 가능하다.

랴오닝호는 갑작스럽게 출동했지만 미군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충분히 예측했을 것이다. 다만, 태평양에서 중공의 공개적인 도전에 미군도 약간은 동요했을지 모른다.

중공의 항공모함 전개로 태평양에서의 미중 간 군사적 대립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든 것만큼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