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하러 나온 노부부에게 혈압계를 그냥 드렸습니다”

이서현
2020년 10월 12일 오전 10:41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29

중고 시장에 혈압계를 내놨던 한 이용자의 거래 후기가 누리꾼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사연의 주인공 A씨는 지난해 이맘때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혈압계를 내놨다.

3만 5천원에 내놨더니 곧 사겠다는 사람의 쪽지가 도착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그런데 거래자는 딱 5천원만 깎아서 3만원에 달라며 사정을 설명했다.

“깍을려고 하는게 아니고 돈이 모자라고 필요해서 그레요, 죄송해요.”

A씨는 맞춤법이 맞지 않은 문자 내용을 보며 거래자가 나이 지긋한 어르신일 것으로 추측했다.

이어 거래자의 사정을 듣고서 “저도 3만원에 꼭 드리고 싶어요!”라고 했다가 “아니 2만5000원에 드릴게요”라고 답장을 보냈다.

[좌] 연합뉴스 [우] 온라인 커뮤니티
두 사람은 서울지하철 5호선 마포역 3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 과정에서도 주고 받은 메시지에도 서로를 향한 배려가 묻어났다.

거래자가 “집사람 몸이 안 좋아 전철 타고 갑니다”라고 하니 A씨는 “교통비 드니까 나오지 마시고 3번 출구 쪽 개찰구에 계세요. 제가 갈게요”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거래자는 “시간 충분하니 천천히 일 보세요. 제가 기다릴게요”라고 답했다.

[좌] 연합뉴스 [우] 온라인 커뮤니티
현장에 도착한 A씨는 거래자를 만나고 살짝 놀랐다.

어르신일 거라 예상은 했지만, 그보다 더 나이가 드신 분들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할아버지가 할머니랑 같이 오셨는데 70세는 돼 보이시더라구요. 두 분 다요. 할머니는 아프신지 앉아계시구요”라며 당시 상황을 적었다.

그는 할아버지에게 꼼꼼히 제품 사용법을 설명해드렸다.

2만 5천원을 받고 돌아서는 순간, 왠지 모를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지난해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와 그보다 2년 먼저 세상을 떠난 외할머니가 문득 떠올랐다.

A씨는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뭐 좀 드릴 게 있으니까 잠시만 거기 계세요!” 하고는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난 노부부에게 2만 5천원을 돌려드렸고, 두 사람은 받지 않으려 했다.

그는 “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생각이 나서 그래요. 저 공무원인데 도와드리고 싶어요. 이거 쓰시고 꼭 건강해지세요”라며 손을 꼭 잡아드렸다고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후 A씨는 할아버지가 작성한 거래 후기도 공개했다.

할아버지는 “35000원에 당근에 올렸어요. 당시 30000원 밖에 없어서 달라고 했어요. 25000원에 주시겠다고 마포구청역에서 만나기로 하여 만났는데 돈은 되돌려 주시고 무료로 주셨어요”라는 칭찬을 남겼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판매자분 감사합니다. 복 많이 받으실 거예요” “할머니 할아버지도 건강하세요” “아직 살만한 세상이네요” “눈물 나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