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美 대사에 골드버그 공식 지명…대북제재조정관 출신

이윤정
2022년 02월 12일 오후 4:47 업데이트: 2022년 02월 12일 오후 4:47

오바마 시절 대북제재 이행 총괄한 대북강경파
‘경력대사’ 직업외교관…성 김 대사 이후 처음
도널드 커크 “비핵화 요구하면서 제재 완화 모색할 수도”

장기간 공석이던 주한 미국 대사에 필립 골드버그 주(駐)콜롬비아 대사가 공식 지명됐다. 지난해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 대사가 물러난 지 1년여 만이다.

미 백악관은 2월 11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신임 주한 미국대사에 필립 골드버그 주콜롬비아 대사를 공식 지명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주한 미국대사 자리는 1년 넘게 대사대리 체제로 운영돼 왔다. 로버트 랩슨 공관 차석에 이어 지난해 7월부터 크리스 델 코르소 차석이 대사대리를 맡고 있다.

골드버그 지명자는 2018년 미 국무부 최고 직급인 ‘경력 대사(Career Ambassador)’로 임명된 직업 외교관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부터 주콜롬비아 대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주한 미국 대사에 직업 외교관 출신 인사가 임명된 것은 2011년 성 김 대사(현 주인도네시아 대사) 이후 처음이다.

골드버그는 칠레와 쿠바의 대사 대행을 지냈고 주볼리비아 대사(2006~2008), 국무부 정보조사국(INR)담당 차관보(2010~2013), 주필리핀 대사(2013~2016), 코소보 프리슈티나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09~2010년, 그는 미 국무부의 유엔 대북제재 이행 담당 조정관으로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1874호의 이행을 총괄한 바 있다.

북한이 새해 들어 잇달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이뤄진 골드버그 대사 지명을 두고 바이든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지난 2월 5일(현지 시간) 미국 언론인 도널드 커크(Donald Kirk)의 ‘신임 주한 미 대사가 직면할 힘겨운 도전(Difficult challenges await America’s new South Korea ambassador)’이라는 기고문을 게재했다.

도널드 커크는 한반도·동아시아 외교·정치 문제를 주로 다뤄온 60년 경력의 베테랑 기자이자 저술가다. 북한을 여덟 차례 방문하기도 한 그는 북한 핵 위기, 북한 인권 문제, 남북한 회담 등 북한 관련 보도로 명성을 얻었다.

기고문에서 커크는 골드버그에 대해 “10년도 더 전에 국무부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에 대해 유엔의 제재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대북 강경파”로 소개하며 “(그가) 한미동맹을 튼튼히 하며 북한이 핵 포기 의사를 보여야 대화와 긴장 완화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커크는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와 국무부의 자문 아래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 대사가 지난해 1월 임기를 마친 뒤 1년 넘게 후임자를 지명하지 않았다”며 “미 정부인사 누구도 주한 미 대사를 공석으로 방치한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종전선언을 주장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후임자가 정해지기를 기다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은 대사 지명을 연기함으로써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입장을 조용히 드러냈다”며 “골드버그 대사가 부임하면 비핵화를 철저히 추구하면서도 북미 대화를 위한 인도적 지원과 제재 완화 가능성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북한은 2만8500명의 주한미군 철수를 노리고 있다”며 “골드버그 대사에게 닥칠 가장 어려운 도전은 한미동맹을 끝내고 미국·한국 및 16개국이 북한·중국과 싸웠던 유엔군사령부를 폐지하려는 북한의 꿈에 대한 강력한 해독제로서 한미 군사동맹을 보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골드버그 신임 대사의 실제 부임은 3월 9일 한국 대선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 백악관은 2주 전 한국 정부에 아그레망(주재국 동의)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그레망 부여 이후에도 미 상원 청문회 인준 절차에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