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 북한대사, 김정은 체제 반대시위 항의하다 영국 경찰 제지 받아

최창근
2023년 02월 20일 오후 2:03 업데이트: 2023년 02월 20일 오후 2:03

주(駐)영국 북한대사가 런던 북한대사관 앞에서 벌어진 ‘김정은 체제 반대 시위’에 항의하다 영국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김주일 국제탈북민연대 사무총장은 2월 1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2월 16일, 주영국 북한대사관 앞에서 벌어진 탈북민 단체들의 시위에서 최일 주영국 북한 대사가 나와서 탈북민들에게 항의하다 현지 경찰에 의해 관내 안으로 다시 들어가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알렸다.

사건이 발생한 2월 16일은 2011년 지병으로 사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생일이다. 북한은 이날을 이른바 ‘광명절’로 지정하여 국경일로 기념하고 있다.

2월 16일, 김정일 생일을 맞이하여 진행된 집회에는 국제탈북민연대, 재영(在英)탈북민총연합회, 평양복음찬양선교단 등 3개 단체를 대표하는 탈북민 약 10명이 모여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과 탈북민 고문 등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탈북자 수기 낭독, 김정은 집권 이후 숙청 사례 발표 등도 이어졌다.

행사를 주도한 국제탈북민연대는 주영국 북한대사관을 향해 “북한 외교관들은 태영호 의원을 본받아 김정은 하수인으로 살지 말고 자유세계로 탈출하라. 독재정권과의 결별을 결단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로 근무하다 지난 2016년 한국으로 망명했다. 태영호 의원은 이날 집회에 영상으로 지지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김주일 국제탈북민연대 사무총장은 시위에서 “김정일의 81번째 생일인 오늘,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은 관내에 추모소를 설치하고 친북 인사를 대거 불러모아 독재자의 사망을 추모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주민 생활고에는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고, 오직 독재 정권 유지를 위해 국제사회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북한 김정은 정권을 규탄했다.

최일 대사는 대사관 청사에 설치된 CCTV 등으로 집회 모습을 살피다 직접 대사관 밖으로 나와 집회를 저지하고 나섰다. 이를 발견한 시위 현장의 영국 경찰들이 “평화적 시위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며 최일 대사에게 대사관 안으로 다시 돌아가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사 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 등에 따르면 대사관‧총영사관 등 재외공관은 북한 영토로 규정되어 치외법권 지역에 해당하지만, 공관(公館) 외 지역은 주재국의 경찰력이 미친다.

영국 경찰 당국은 2022년 10월 16일, 주맨체스터 중국총영사관 앞에서 홍콩 민주화를 요구하던 중국계 시위자가 영사관 안으로 끌려들어가 구타당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국내외 인권단체로부터 “평화적 합법 시위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김주일 사무총장은 “시위가 끝난 뒤 영국 경찰이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위험한 국가로 분류돼 있어 시위대와의 충돌이 우려돼 출동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영국 경찰에 제지당한 최일 주영국 북한대사는 직업외교관 출신으로 주(駐)제네바 유엔대표부 1등 서기관, 주유엔대표부 참사관 등을 거쳐 2016년 11월, 태영호 주영국 공사 망명 사건으로 경질된 현학봉의 뒤를 이어 주영국 북한대사에 임명됐다. 2017년 2월, 고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에게 신임장을 봉정하고 공식 근무를 시작하였으며 2018년 9월 주아일랜드 대사, 2020년 3월 주폴란드 대사를 겸직하고 있다.

주영국 북한대사관은 주이탈리아대사관, 주스페인대사관에 이어 북한이 서유럽 지역에 설치한 3개 대사관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