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만 한국대표로 예비역 4성 장군 임명할듯…초대 한철수 대표 이후 최고위직

임명시 양국 관계 개선 예상, 단교 전 주대만대사는 육해공군 참모총장 출신

최창근
2022년 11월 2일 오후 4:56 업데이트: 2022년 11월 2일 오후 4:58

1992년 한·중 수교와 동시 이뤄진 한·대만 단교 이후 ‘상주대표부(Permanent Mission)’를 통한 비(非)공식 외교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대만에 최고위급 인사가 대표(대사)로 파견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 연합뉴스 등은 11월 2일, 한국 정부가 신임 재외 공관장 인선에서 참모총장을 지낸 예비역 4성(星) 장군(육·해·공군 대장)을 주타이베이한국대표부(駐臺北韓國代表部) 대표(대사)에 내정하여 검증 절차를 밟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들은 해당 인사를 거론하며 ‘초급 장교 시절 중국어를 전공했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과 대만의 양국 대표부 대표(대사)가 외교부 실·국장급 인사로 ‘격하’되어 소원해진 외교 관계를 방증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가운데, 한국 정부가 최고위급 인사를 대만 주재 한국 대표로 파견하는 것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외교부는 이달 안에 주타이베이 대표부 대표를 포함한 윤석열 정부 2차 재외공관장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1992년 국교 단절 이전까지 한국과 대만(중화민국)은 최고위급 인사를 대사로 파견했다. 한국에서는 당시 혈맹(血盟)으로 불리던 대만과의 군사 교류 관계 등을 고려하여 예비역 육·해·공군 4성 장군을 주중화민국 대사로 임명했다.

1948년 ‘대한민국 제1호 재외공관’인 주중화민국 대한민국특사관 개설 이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외무차장(차관)을 지낸 독립운동가 정환우를 특사(特使)로 파견했다. 1949년 주중화민국대사관 승격 후 초대 대사로 ‘조선일보’ 사장 출신 독립운동가 신석우를 임명했다.

이후 주중화민국 대사로는 육군 중장(中將) 출신으로 대한민국 국무총리, 국방부 장관, 내무부 장관을 역임한 이범석, 육군사관학교 교장을 지낸 김홍일(육군 중장), 광복군 출신으로 제2대 공군참모총장을 맡은 최용덕, 백범 김구의 차남으로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김신, 육군참모총장, 중앙정보부장 등 박정희 정부 요직을 맡은 김계원, 공군참모총장 출신 옥만호, 해군참모총장으로 예편한 김종곤, 전직 공군참모총장 김상태,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육군 대장) 출신 한철수, 학군사관후보생(ROTC) 출신으로 4성 장군이 된 박노영 전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이 부임했다. 참모총장은 의전 서열상 부처 차관에 앞선다. 한국은 역대 대만 대사로 준(準)장관급 고위직을 임명했던 셈이다.

대만 측에서는 주한국대사로 외교부 차장(차관)급 고위 직업 외교관을 주한국 중화민국대사관 대사로 파견했다. 당시 대만의 주요 우방이자 핵심 수교국이었던 한국 주재 대사는 일종의 승진 코스였다. 외교부 차장 역임 후 주한국 대사로 부임했다 외교부 부장 등 고위직으로 영전했다.

1979~82년 주한국 대사를 역임한 딩마오스(丁懋時)가 대표적이다. 한국 부임 전 대만 행정원 신문국장(국정홍보처장 해당), 외교부 상무차장(사무차관)을 역임했던 그는 주한 대사 이임 후 외교부 정무차장(정무차관), 외교부장(장관), 주미국대표부 대표 등을 역임했다.

‘마지막 주한국 중화민국 대사’ 진수지(金樹基)도 외교부 2인자인 정무차장 출신이었다. 다만 한국과 단교 여파로 진수지 대사는 단교 이후 주독일대표부 대표를 거쳐 주러시아대표부 대표를 마지막으로 외교관 경력을 끝내야 했다.

1992년 8월, 한·대만 단교 후 양국 대사관은 폐쇄되고 서울의 주한국 타이베이대표부, 타이베이의 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가 각각 대사관·총영사관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

한국은 초대 주타이베이대표부 대표로 단교 전 주대만 대사를 지낸 한철수 주브라질 대사를 임명했다. 이후 공군참모차장(공군 중장) 출신 강민수 2대 대표, 중문학자 출신으로 성신여대 총장을 지낸 구양근 7대 대표를 제외한 대표 전원을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임명하였으나 모두 외교부 차관보~국장급이었다. 현 정병원 대표도 외교부 동북아시아국장, 주캐나다 밴쿠버 총영사를 거쳐 부임했다.

대만은 린준셴(林尊賢)을 초대 주한국타이베이 대표로 임명한 후 량잉빈(梁英斌) 5대 대표까지 외교부 주임비서(主任祕書·차관보 해당)~국장급 직업 외교관이나 지한파 언론인(3대 리자이팡 대표, 대만 중앙통신사 한국지국장 역임)를 한국으로 파견했다. 이후 2014년 외교부 정무차장을 지낸 스딩(石定) 대표 부임 후 ‘차장(차관)급’으로 격상됐으나 2022년 부임한 현 량광중(梁光中) 대표도 부임 전 외교부 조약국장을 지낸 직업 외교관이다.

이 속에서 한국 정부가 예비역 4성 장군을 대만 주재 대표로 임명할 경우 단교 후 소원해진 양국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중국의 반발도 예상된다. 중국의 대외 원칙인 ‘하나의 중국’에 의하여 중국의 하나의 성(省)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주대만 한국대표’가 ‘주중국 한국대사’와 사실상 동급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대만 침공 위협을 노골화하는 속에서 ‘군(軍)’ 장성 출신 인사가 부임할 경우 중국의 심기는 더 불편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