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집권 좌절된 시진핑, 후계자 카드로 승부수 띄울까

강우찬
2021년 03월 3일 오전 9:20 업데이트: 2021년 03월 3일 오전 11:13

뉴스분석

중국 공산당 내년 새 지도부를 결정짓는 ‘제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 총서기가 3연임할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안정적인 장기 집권을 위해, 차기 지도부를 내정함으로써 독재에 따른 공산당 원로들의 반발을 무마하는 방식을 동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당서기가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된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임기는 2기에 걸쳐 총 10년이다. 중국의 최고지도자는 당직과 국가직을 겸하는 형태다. 시진핑은 총서기(당직), 군사위 주석(당직)과 국가주석(국가직)을 가지고 있다.

이 가운데 총서기와 군사위 주석직은 2022년 말 끝나고, 국가주석직은 2023년 초 마무리된다. 다만, 시진핑은 지난 2018년 3월 양회에서 국민의회 격인 인민대표대회를 통해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폐지함으로써 장기집권 초석을 마련한 바 있다.

이후 시진핑은 우상화 정책을 통해 자신을 마오쩌둥(모택동)에 버금가는 ‘지존’의 위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아직 말 한마디로 전 중국을 쥐락펴락하는 수준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정적 제거와 반대세력과의 타협을 오가며 쉼 없이 이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시진핑의 정치적 입지에 대해서는 아직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탄탄하지 못하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 정치경제 평론가 친펑은 “시진핑은 당 원로들의 반발을 억누르기 위해 후계자를 내세우는 방식으로 (계속) 연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내부 파벌 간 물밑 작업이 2019년부터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시진핑 집권 초 자신이 과거 푸젠성이나 저장성에서 근무하던 시절 동료나 부하 직원들을 대거 기용했지만, 이들 가운데 베이징 정계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적었다. 지방 출신인 측근들이 파벌 간 험난한 암투가 벌어지는 중앙무대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당내 기반이 취약했던 시진핑으로서는 이론과 암투에 능한 중앙 정치인들이나, 거대한 세력을 이룬 상하이방과 맞설 수 있는 실력자들이 필요했지만, 인재 부족에 시달렸고 결국 왕치산에게 기대어 반부패 운동을 벌이는 방식으로 교두보를 마련했다.

그러나 그사이 시진핑 진영에 합류한 이들은 진정한 충성파는 적었고, 출세를 위해 아부하는 이들이 많았다는 것.

특히 지난해 미중무역, 중공 바이러스 팬데믹, 홍콩 문제로 각 파벌의 공세에 시달린 시진핑은 종신집권보다는 후계자 구도를 굳히고 안정적인 장기집권을 선택하게 됐다는 분석이 중국 전문가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천민얼은 시진핑의 저장성 인맥의 한 명으로, 베이징 중앙 정계에서 이론 싸움에 밀리지 않을 인물로 평가된다. 1960년대 생으로 차기 지도자 연령대에 적합하다는 점도 후계자 낙점의 한 이유다.

중국 전문가 샤오쉬(曉旭)는 “지난 2018년 양회에서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없앴을 때, 당 안팎에서 적잖은 반발이 일었다. 공산당 스스로도 ‘실패’라고 평가한 문화대혁명 시기로 돌아갔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샤오쉬는 “문화대혁명 이전과 이후를 비교할 때, 중국 공산당의 권력구조에 있어서 가장 큰 차이점은 집단지도체제의 확립과 10년 주기의 임기제다. 마오쩌둥과 같은 절대권력이 재출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시진핑의 지난 8년간 행보와 그려온 ‘청사진’으로 봤을 때,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금기를 깨고 (계속) 연임하려는 진정한 동기가 무엇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계획을 수정해 종신집권 대신 후계자를 내세우면서까지, 중앙집권적 권력을 가지려는 이유에 대해 시진핑의 의중과 속내를 정확히 파악하기에는 아직 정보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시진핑의 집권 목적과는 별개로, 그의 의도대로 이뤄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는 내부적 요인 외에 외부적 요인도 있다. 바로 미국이다.

샤오쉬는 익명의 한 미국 전직 행정부 관리가 워싱턴 민간단체 ‘대서양위원회’를 통해 발표한 ‘더 긴 전보(Longer Telegram): 미국의 새로운 대중 전략을 향하여’라는 기고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 익명의 전직 관리는 미국이 미중관계를 2013년 시진핑 집권 전 궤도로 되돌릴 수 있도록, 시진핑을 꼼짝 못 하게 한 뒤 중공 지도부의 교체를 모색할 것을 제안했다”며 이 기고문은 중국 공산당 원로나 그 자제 그룹의 목소리가 담겼을 수도 있다고 봤다.

이 기고문이 당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시진핑 한 개인을 겨냥해 교체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공산당 원로 및 자제 그룹과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견해다.

시진핑이 반대 파벌들의 공세를 차기 후계자 옹립 카드로 넘길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