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출석한 조슈아 웡 ‘홍콩인권법’ 통과 촉구…중국 공산당 좌불안석

TANG HAO
2019년 09월 22일 오후 8:46 업데이트: 2019년 09월 22일 오후 8:52

지난 17일 홍콩 데모시스토당 비서장 조슈아 웡과 홍콩 가수 데니스 호가 미국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 청문회에 참석해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의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현재 홍콩이 중국 공산당 독재가 가져온 곤경에 직면해 있음을 설명하면서 송환법 반대 운동이 단순한 지역적 정치 운동이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세계 가치와 자유 인권의 수호, 공산당 침략에 저항하는 전 세계적 운동임을 밝혔다.

홍콩 우산 혁명의 주역이자 민주주의 시위를 이끌어 온 조슈아 웡은 “2019년은 역사의 분수령이 될 것을 확신한다”면서, 미 의회가 추진 중인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그는 홍콩의 ‘일국양제’가 현재는 이미 ‘일국일제’에 매우 근접했다며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요구하는 것은 홍콩의 전체적 구조 개혁이며 이는 바로 자유선거다. 이것이 전체 사건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청문회에 함께 참석한 홍콩 가수 데니스 호는 “이번 홍콩 시위는 전 세계의 싸움으로,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의 최전선에 홍콩이 있다”면서, “이것은 외국의 간섭에 대한 호소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한 호소”라고 주장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최근 미국을 계속 비난하면서 법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1992년 미 의회에서 통과시킨 ‘홍콩정책법’

1997년 홍콩 주권이 중국 공산당에 넘어가면서 홍콩의 미래에 대해 홍콩 시민뿐 아니라 세계 각국도 우려했다.

1997년 이후 미국과 홍콩의 관계를 규정하기 위해 미국 의회는 1992년 ‘홍콩정책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라 홍콩은 ‘독립 관세 지역’으로 인정받고 ‘영·중 공동성명’에 근거해 ‘일국양제’를 실시하는 특수 도시가 됐다. 미국은 홍콩에 관세 우대 지위를 부여했고 홍콩에서 미국의 수많은 상품, 기술, 금융서비스 등을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게 했다. 또한 홍콩 시장에서 미국 달러 교환의 자유를 부여했고 홍콩 여권으로 미국에 쉽게 입국할 수 있게 했다.

요컨대 ‘홍콩정책법’은 홍콩을 중국 본토와 다르게 대하며 주권 이양 후에도 계속 자유와 인권과 법치를 누리게 했다. 이후 미국은 홍콩과 정치, 경제, 무역, 금융, 이민 등등에서 협력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해 왔다. 홍콩은 고도의 투명한 법치와 자치 시스템을 기반으로 지금까지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로 우뚝 설 수 있었다.

2014년 우산 혁명이 일어나자 미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는 같은 해 11월 ‘홍콩 인권 및 민주 법안’을 제출했다. 홍콩이 계속 충분한 자치권을 누리고 있음을 행정부가 의회에 증명해야만, 미국이 홍콩에 특별 지위를 계속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우산 혁명이 막을 내리면서 법안에 대한 논의가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올해 6월 홍콩에서 송환법 반대 운동이 벌어지자 미국의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과 밴 카딘 민주당 상원의원이 공동 발의해 다시 ‘홍콩 인권 및 민주 법안’을 제출했다.

2019년 수정안의 요점

이 법안은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친 후 다음과 같은 요점을 담게 됐다.

  • 美 국무장관은 미국이 제공하는 관세 및 기타 특혜 대우를 홍콩이 누릴 수 있도록, 홍콩이 여전히 충분한 자치를 누리고 있는지 매년 심사해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 앞으로는 만일 홍콩에서 국가 안전과 관련된 법령이 제정되면, 미 대통령과 국무장관은 이 법령이 ‘영·중 공동 성명’에 저촉되는지, 홍콩시민과 외국인 주민의 인권을 제한하는지 심사해야 한다.
  • 만일 홍콩시민이 비폭력 저항에 참여해 홍콩 정부에 의해 구속되더라도 미국은 이를 이유로 유학 비자나 취업 비자 발급을 거부하지 않는다.
  • 홍콩 정부는 정치 개혁을 단행해 홍콩 유권자가 직선제를 통해 행정장관과 입법의원을 선출할 수 있게 하고, 2020년 입법회 선거 시 전면적 공개 보통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 미국 대통령은 홍콩 관료와 중국 관료를 포함해, 홍콩의 기본 자유를 탄압한 데 관련된 사람의 명단을 작성해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미국은 이런 사람들의 미국 내 재산을 동결하고 그들의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할 수 있다.

즉,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은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특별지위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만일 홍콩 사회가 ‘홍콩 인권 및 민주 법안’이 요구하는 충분한 자치권을 상실했다고 판단되면 미 의회는 투표를 통해 ‘홍콩정책법’을 중지 시켜 홍콩에 대해 특별 관세 및 특수 우대 지위를 정지시킬 수 있다. 즉 홍콩은 중국 본토의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 지위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홍콩 시민이 미국에서 ‘홍콩 인권 및 민주 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라는 이유는 중국과 홍콩 관료들에게 두려움을 주고 홍콩이 계속 ‘일국양제’라는 고도의 자치를 누릴 수 있게 하며, 홍콩의 자유와 인권과 법치를 보장하면서 홍콩에 전면적 직선제의 민주정치 실현을 추진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 공산당은 왜 ‘홍콩 인권 및 민주 법안’을 두려워하며 반대하는 것일까?

법안 통과는 홍콩 정부와 중국 공산당에 악몽

우선 중국 경제의 대홍콩 의존도는 매우 높다. 중국 GDP에 대한 홍콩의 공헌도는 1997년 20%였지만 현재는 3%로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홍콩을 통과해 중국에 진입한 외자 투자(FDI)는 899억 달러로 전 중국 외자 투자의 66.6%를 차지한다.

게다가 지난해 205개 기업이 홍콩 증시에 상장했는데 이는 세계 최다 건수다. 그중 103개 기업이 중국기업이고 이는 50%를 넘는 수치다. 작년 홍콩 주식 공개 자금 수급은 2865억 홍콩 달러(약 43조 4600억 원)였는데 이 중 중국기업의 모금액은 2737억 홍콩달러(약 41조 5200억 원)로서 전체의 95.6%에 달한다.

일단 홍콩이 고도 자치와 법치를 잃어 특수 관세 지역의 지위 및 미국이 제공한 여러 가지 무역 우대를 상실하게 되면, 홍콩 금융업과 무역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대량의 자금이 해외로 유출될 것이며 실업이 증가하고 부동산 가격이 대폭 하락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중국 공산당과 홍콩 정부가 홍콩의 일국양제와 고도자치를 계속 파괴한다면 홍콩은 ‘폐항’으로 변할 수 있다.

홍콩이 폐항되면 중국 경제와 기업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러므로 미국이 이 법안을 통과시키면 홍콩 정부와 중국 공산당은 좌불안석이 될 것이 틀림없다.

둘째, 홍콩은 중국의 중요한 기술 수입 창구다. 중국 정부와 군부는 홍콩에 민영기업 여러 개를 설립해 미국으로부터 군민이 함께 쓰는 민감한 기술과 제품을 구매한 뒤 이를 본토로 보내 군대가 사용하게 하거나 리버스 엔지니어링(분해하며 기술을 배우는 것)에 사용한다. 중국이 이란에 공급한 일부 무기는 홍콩을 통해 수입된 미국 기술 제품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셋째, 홍콩은 중국 공산당 귀족들의 금고이자 자금 세탁 경로다. 수많은 중국 공산당 귀족층, 관얼다이(官二代:고위 관직의 대물림), 푸얼다이(富二代:선친의 부를 물려받은 재벌 2세)들이 중국 경제가 불안하다는 것을 알고 대량의 자금을 홍콩에 보관하고 있으며, 홍콩을 통해 해외 각지에 빼돌리기도 한다. 일단 홍콩이 우대지위를 잃게 되면 귀족층은 자금 이전과 세탁의 통로를 잃게 되고 그들이 홍콩에 보관하던 자금은 당의 추적에 걸려 몰수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일부 공산당 귀족층이 암암리에 이번 송환법 반대 운동에 뒷돈을 대면서 자기 재산과 생명의 안전을 기하고 있다.

넷째, 홍콩 문제는 미중 무역 협상에 불리하다. 미중 무역전과 협상이 계속되는 동안 홍콩 문제는 중국의 약점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특히 미국이 ‘홍콩 인권 및 민주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중국 공산당은 머리 위에 칼이 매달려 있는 것처럼 커다란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다섯째, 중국 관료들은 해외 자산이 동결될 것을 두려워한다. 대다수 관료는 재산을 미국으로 빼돌리고 가족과 자녀를 미국에 이민 보냈다. 미국 정부도 이미 이런 사람들의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중국 관료가 홍콩 인권, 자유, 법치의 탄압에 연루된 것으로 판명되면, 그들의 미국 내 해외자산은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릴 것이고 자신도 다시는 미국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홍콩 인권 및 민주 법안’은 홍콩 시민이 간절히 바라는 방패이자 보검이며, 중국 공산당과 홍콩 정부의 관리들에겐 족쇄이자 악몽이다.

특히 내년은 미국이 대규모 선거에 돌입한다. 대통령 선거뿐 아니라 의회 상·하원도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 시점에서 미국 여야 정치인은 모두 홍콩에 관심을 두고 홍콩을 지지하며 보편적 세계 가치를 지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