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교수 “한국,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초해 ‘가치동맹’ 복원 필요해”

이시형
2021년 05월 14일 오후 5:01 업데이트: 2021년 12월 29일 오전 10:2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달 12일, 백악관에서 19개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화상회의’를 열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 필요성과 자국 중심의 공급망 확장’을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간 반도체 협력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선택의 기로에 선 한국,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조동근 명예교수를 만나 관련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미국은 반도체 기술 강국이지만 생산은 주로 외부에 의존해왔습니다.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제조 분야의 미국 점유율은 1990년 37%에서 현재 12%로 떨어졌습니다. 최근 반도체 부족으로 미국 자동차 공장들이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미국은 반도체 기술 동맹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 점유율 세계 1위인 한국은 파운드리, 즉, 반도체 수탁생산 시장 점유율 1위인 대만과 함께 양대 반도체 생산기지입니다. 

[조동근 |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

“반도체의 생태계를 미국이 좌지우지하고 싶은데 , 혼자 힘이 안 되니까 한국은 앞으로 파운더리 쪽으로 하면 좋겠다는 거죠. (미국은) 설계하는 데는 많이 있어요. 설계하고 나서 이것을 만들어주는 공장이 필요한데, 그것이 한국하고 대만이 된다는 얘기죠. 삼성전자의 위치가 있기 때문에 미국이 인텔을 중심으로 해서 TSMC(대만 반도체 업체)까지 휘하에 두고  전체적인 생태계의 주인이 되겠다 하는 것이 미국의 구상이죠.”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와 함께 중국의 반도체 패권 도전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조 교수는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은 ‘예견된 전쟁’이며 ‘숙명’이라고 말했습니다.

[조동근 |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

“‘투키디데스 함정’ 아시죠. 신흥강대국이 있고, 기존의 강대국이 있잖아요. 그러면 태양이 둘이 될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긴장이 생기는 거죠. 그게 숙명이야. 그래서 데스틴드 포 워(Destined for war) 예정된 전쟁이죠.

미국의 판단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이 첨단기술이 약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미.중의 기술 패권에서 중국을 완전히 밟으면 다시 G2로서 미국하고 거리를 좁히지 못할 거다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니까 이것은 전략적인 판단이에요.”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굴기’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가로막고 나서면서 중국의 반도체 패권 장악은 어려워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조 교수는 반도체 원천기술 대부분을 미국이 보유하고 있어 중국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조동근 |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

“기본적으로 보면 이 반도체가 하루아침에 나타난 것이 아니에요. 미국에서 반도체는 서서히 천천히 진화됐고 중국은 최근에 들어왔기 때문에 기술력은 비교가 안 됩니다. 첨단기술이 금방 되는 것은 아닙니다.”

조 교수는 또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에 참여하지 못하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조동근 |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

“반도체는 서플라이체인(supply chain),  밸류체인(value chain) 그런 말을 하죠, 경제학에서요. 거기(동맹)에 합류하는 것이 좋아요. 거기에서 이탈되면 TSMC로 몰아줄 겁니다. 그러면 한국은 먹거리가 없어요. 그래서 TSMC, 인텔, 한국의 삼성이 같이 편대를 이루면서 비행을 하는 전투기가 있듯이 우리도 같이 합류를 하는 것이 그게 국익에 도움이 되는 거죠.”

반도체 종주국으로 막강한 기술력과 인력을 갖춘 미국이 ‘반도체 전쟁’에 뛰어들면서 한국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조 교수는 “한국이 현재 필요한 것은 ‘안미경중’을 내세운 ‘전략적 모호성’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초해 ‘가치동맹’을 복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동근 |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

“우리가 보통 얘기할 때 안보는 미국이고 경제는 중국이다  ‘안미경중’을 얘기하는데 그것은 허망한 얘기예요. 사회주의 큰 정부를 통해서 잘 사는 나라가 어디 있냐고.  그거예요. 자유증진을 통해서 경제가 번성하는 거고 그러면서 문화도 번성하고 그 나라가 강해지면서 정치 체제도 굉장히 강건해지는 거죠. 출발은 뭐냐면 사람들한테 자유를 ‘허’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체제가 중요하고 체제에서 이긴 쪽이 지금 경제도 정치도 지배하고 있잖아요.

반도체를 중심으로 미중간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국에도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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