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11개 정당에 활동 중지명령…“친러 행위” 주장

한동훈
2022년 03월 21일 오후 12:39 업데이트: 2022년 03월 21일 오후 12:39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당 11곳에 활동 중단을 명령했다. 러시아를 지지하는 활동을 벌였다는 게 이유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화상연설을 통해 “러시아에 의한 대규모 전쟁이 벌어진 상황”이라며 “러시아와 일부 (우크라이나) 정치단체 사이의 연관성을 고려해 계엄령 기간 다수 정당의 활동을 중지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불화를 만들고 (러시아에) 부역하려는 정치인들의 활동은 어떤 것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전쟁을 통해 국익보다 자신의 정당, 개인적 야망을 앞세우려는 사람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활동 중지 명령이 내려진 11개 정당은 야당강령-생명을 위해!, 샤리당, 나시, 야권블록, 좌파반대당, 좌파연합, 더자바, 진보사회당, 사회주의당, 볼로디미르 살도 블록 등이다.

우크라이나 법무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11개 정당의 활동을 즉각 중단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은 이들 정당이 친러 성향이라고 보도했으나 구체적 사례는 전하지 않았다. 법무부 역시 러시아와의 관련성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모든 TV방송을 하나로 통합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이로써 전국의 모든 채널이 하나의 방송만 내보내게 된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계엄령이 선포돼 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 침공 당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국민총동원령을 내렸다.

젤렌스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협상으로) 이 전쟁을 멈출 수 있는 1%의 기회가 있다면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협상이 실패한다면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리는 매일 무고한 생명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3차 대전으로 번지는 상황은 미국과 유럽 모두가 우려하는 바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제공해 줄 것과 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줄 것을 미국과 EU에 요구해왔다. 그러나 미국·EU는 러시아와 직접 충돌이 일어난다며 이를 거부했다.

러시아의 침공에 우크라이나가 거세게 항전하고 있지만, 전쟁이 길어지면서 인명·재산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공격을 받은 마리우폴에서는 주민 40만명 중 상당수가 식수와 음식, 전력을 거의 공급받지 못한 채 고립돼 있다고 현지 관리들은 전했다.

한편, 전날 마리우폴 시위회는 수천 명의 주민을 지난주 러시아로 추방했다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밝혔다. 이들은 러시아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