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벨라루스에서 러시아와 ‘조건 없는 대화’ 합의”

한동훈
2022년 02월 28일 오전 10:04 업데이트: 2022년 02월 28일 오전 10:4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운용 부대에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러시아와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각)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프리피야트강(江) 인근의 우크라이나-벨라루스 국경 지대에서 러시아 측과 전제 조건 없이 만나 대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나설지는 확실치 않다.

우크라이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젤렌스키 대통령은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출발과 협상, 귀환 시점에 벨라루스 영토에 배치된 모든 비행기, 헬기, 미사일이 지상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보장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대변인 페디르 베니슬랍스키는 방송에 출연해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이미 벨라루스를 향해 떠났다”고 말했다.

이날 우크라이나의 대화 발표에 앞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과 군 참모총장에게 핵 억지력을 담당하는 부대를 ‘특수 전투 임무 조치’에 돌입하도록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Epoch Times Photo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2022년 2월 26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러시아군과 교전 후 불발탄을 찾고 있다. | Sergei Supinsky/AFP via Getty Images/연합

푸틴 대통령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주요국들이 금융 제재를 가하는 등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이유를 언급했다. 서방 국가들이 자신과 러시아 은행, 러시아 고위층을 상대로 가한 강도 높은 금융 제재가 이번 명령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제재는 러시아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러시아의 동맹국이자 푸틴의 지지자인 벨라루스의 루카셴코 대통령은 현지 언론에 “제재가 계속될 경우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이라며 강한 반대 입장을 내놨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서방 주요국은 27일 러시아 여객기의 자국 영공 비행을 금지하고, 러시아 일부 은행들을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했다. 또한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 연료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3억5천만 달러의 추가 지원안을 발표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1월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과 유탄 발사기, 군수품 등을 우크라이나 전방 부대에 지원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특수 전투 임무’의 최종 목적을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서방 관리들은 이 ‘임무’가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지도부에 대한 참수 작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ABC 방송에 출연해 푸틴 대통령의 핵무기 운용부대 경계 태세 강화 지시와 관련한 질문에 “정당한 이유 없이 긴장 고조와 위협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키 대변인은 “이번 분쟁 내내 푸틴에게서 목격됐던 하나의 패턴”이라며 “국제사회와 미국은 이 프리즘을 통해 이번 사태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