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명음대 교수들, 제주 함덕고서 국내 음악 전공생들과 ‘사제의 연’

신종코로나도 막지 못한 클래식 열기 '2020 유로 뮤직 아카데미'

윤건우
2020년 02월 10일 오후 10:46 업데이트: 2020년 02월 11일 오후 12:33

세계 유명 음악대학 교수를 초빙해 음악 꿈나무들에게 새로운 교육과 경험을 제공하는 자리가 청정 자연을 자랑하는 제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마련됐다.

지난달 29일부터 2월 10일까지 제주시 조천읍 제주함덕고등학교에서는 클래식 예술을 주축으로 하는 국내 공연기획사인 유로아트가 주최하는 음악 교육 프로그램 ‘유로 뮤직 아카데미’가 열렸다.

올 겨울 들어 최강한파가 몰아쳤던 6일과 다음날인 7일 이틀간 현장에서 지켜본 유로 뮤직 아카데미는 수준 높은 교수들과 진지한 음악 전공학생들이 모인 만남의 장이자 지역민에게는 청아한 클래식의 선율을 만끽하는 예술의 향연이 되었다.

아카데미 기간에는 2월 5~8일(1차), 7~10일(2차)에 각 3박4일씩 피아노 세미나가 함께 진행됐다.

1차 세미나가 한창이던 6일 피아니스트 김정원 전 경희대 교수는 “뮤직 페스티발과 아카데미에 많이 참여해 봤다”면서 “제주라는 아름다운 환경이 외국에서 오신 분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고, 한곳(함덕고)에서 충분히 연습하고 밥 먹고 레슨받고 연주회도 할 수 있어 성공적인 선택”이라며 이번 아카데미를 성공적으로 평가했다.

다양한 공연 콘텐츠를 기획하고 연주해 온 김정원은 이번 아카데미에 운영위원으로 참가해 장소를 선정작업부터 함께 했다며 “코로나바이러스 전파로 인해 주요 행사들이 많이 취소되는 상황에서 이번 아카데미가 학부모와 외국 참여자들의 우려로 취소될 위기도 있었으나, 주최 측의 노력으로 성공적으로 개최됐다”고 설명했다.

7일 공연을 위해 대만 타이페이 국립예술대 젠민옌 교수(바이올린), 숙명여대 이혜전 교수(피아노)와 독일 드레스덴 국립음대 에밀 로브너 교수(비올론첼로)가 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의 ‘피아노 3중주 2번’을 연습하고 있다. 2020. 2. 6. | NTD 영상 캡쳐

이날 아카데미의 또다른 교수진인 대만 타이페이 국립예술대 젠민옌(簡名彥) 바이올린 전공 교수는 다음날 예정된 연주회를 위해 숙명여대 음악대학 피아노과 이혜전 교수, 독일 드레스덴 국립음대 첼로과 에밀 로브너(Emil Rovner) 교수와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젠 교수는 “여기 온 교수들은 모두 세계 일류 연주자들이다. 한 자리에서 모이는 건 얻기 힘든 기회다”라며 “내일 공연을 위한 두 번째 연습”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학생들은 기본기를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독주이든 합주이든 기본기가 좋아야 아름다운 화음을 끌어 낼 수 있다”고 교육자다운 면모도 드러냈다.

학생들은 개인연습실에서 일정표대로 낮에는 교수님과 개인 레슨을 받고, 저녁에는 연주회도 가졌다. 유로 뮤직 아카데미에는 프로그램 기간 내 자체 콩크르를 실시해 우수자에게 장학금과 독일 ‘유로무직페스티발’ 연주회에 참가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대만에서 온 고등학생 장위취안(張宇晴)군은 4살 때부터 피아노를 다루기 시작했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독일과 한국 교수님께 개인 레슨을 받은 그는 “다른 음악 사상을 접하며, 내 자신이 변하고 음악도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 군과 함께 방한한 대만 학생들 4명은 “한국 학생들은 음을 정확하게 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7일 금요일 저녁에는 아카데미 교수진이 직접 음악회를 열고 아낌없이 실력을 발휘해 제자들에게 수준 높은 음악을 감상하는 체험학습의 기회를 제공했다.

‘2020 겨울 유로뮤직아카데미’ 시진제공| 유로아트

미국 맨해튼 음대 필립 케이윈(Phillip Kawin) 교수가 로베르트 슈만의 소품을 모은 ‘환상 소곡집’ 중 2곡의 피아노 독주로 연주하고 이어 젠 교수팀이 슈베르트의 ‘피아노 3중주 2번’을 연주해 빠르고 경쾌하면서도 중후함이 담긴 선율로 학생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연주회 중간 휴식시간, 인터뷰에 응한 숙명여대 이혜전 교수는 ‘음악 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연습시간이 길고 지루해서 (연습을) 안하고 싶을 때도 있다”며 그럴 때 “음악회, 전시회, 오페라 등을 보여주면 좋다”는 작은 팁을 전하기도 했다.

또한 이 교수는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은 가사를 전달하지 않지만, 연주하는 곡에 스토리가 있다”며 “오페라 관람은 스토리를 상상할 계기가 되어 좋고, 여러 연주자가 화음을 이루는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자주 들으며 그 안에 어떤 색깔이 있는지를 찾아가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에서 온 참가자 정하늘(17) 양은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해 예술 고등학교로 진학하다 보니 자연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케이윈 맨해튼 음대 교수에게 개인 레슨을 받았다는 정양은 “교수님은 기본적인 자세와 기술을 강조했다”며 “지금까지 해오던 것과 약간 다른 방향이 있었다”고 전했다.

유로아트의 김영미 실장은 유로뮤직아카데미가 제주 함덕고에서 열리기는 처음이라며, 음악 특화고인 함덕고와 협력해 앞으로도 행사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