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시작? 미 은행, 홍콩 고위 관리 개인계좌 폐쇄

류지윤
2020년 07월 29일 오후 4:14 업데이트: 2020년 07월 30일 오후 5:37

홍콩 고위 관리의 미국 은행 계좌가 폐쇄됐다. 미국의 제재와는 무관하다는 당사자의 주장에도 홍콩 관리들에 대한 비슷한 조치가 이어질지 이목이 집중된다.

홍콩 행정장관 자문기구 행정회의 의장이자 중국 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홍콩구 대표인 버나드 찬(陳智思)의 미국 은행 계좌가 폐쇄됐다고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찬 의장은 “한 미국 은행이 계좌를 폐쇄하고 돈을 돌려주겠다고 통보했다”며 다른 홍콩 고위 관리들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홍콩 현지 은행의 계좌를 개설할 확률이 훨씬 높아졌다”며 “미국 은행은 나와 같은 ‘정치적으로 노출된 인물’을 원치 않는다. HSBC 은행도 나와 거래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찬 의장은 과거 은행권이 ‘정치적으로 노출된 인물’들에게 항상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지만, 미국이 ‘홍콩 자치법’을 통과시킨 후 관리들과의 거래에는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 의회에서 통과된 ‘홍콩 자치법’은 홍콩 자치권을 훼손한 관료나 이들과 거래하는 법인·은행에 제재를 가하는 권한을 관련 행정 부서에 부여했다. 또한 제재 대상자들과 거래하는 은행에는 달러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찬 의장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다른 정부 관리들도 알아봤는데, (은행들이) 그들과 거래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은행권이 홍콩 고위 공직자뿐 아니라 민주파 인사들까지 포함해 고객 명단을 전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은행의 홍콩 관리 계좌 폐쇄, 사상 처음

홍콩 고위 관리가 미국 측 금융제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 국가안전법 강행과 무관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미국의 제재가 시작됐는지 촉각이 곤두서는 것이 사실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달 초 홍콩에 있는 미국과 유럽 은행들이 고객들을 긴급 심사했다고 보도했다. 은행들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중국 및 홍콩 관리들과 기업들에 대한 예비 확인 작업을 마쳤다는 것이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등 홍콩 장관 16명과 행정회의 비공식 멤버 16명의 재산을 공개했다. 멤버 중에는 찬 의장 외에 아시아 금융 전문가인 스메이룬(史美倫) 등이 미국에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홍콩 빈과일보는 찬 의장이 폐쇄를 통보받은 미국 은행 계좌가 반년 전 미국의 한 현지 은행에서 개설한 예금계좌였으며 통지는 지난 3월 전달됐다면서 ‘홍콩 자치법’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찬 의장의 견해를 덧붙였다.

찬 의장은 이번 계좌 폐쇄가 국제 감시기구에서 최근 4~5년간 진행한 고위급 정치인들의 거래처 검열과 관련 있다며 과거에도 홍콩 관리들이 정치적으로 노출된 인물로 분류돼 계좌 개설에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음을 전했다.

아울러 찬 의장은 홍콩의 독립언론인 홍콩 01과 인터뷰에서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신문이 홍콩 국가안전법 시행 이후 자신과 홍콩 정부 관계자들의 계좌 개설을 거부한 외국계 은행이 있는지 묻고 싶어 했다고 설명했다.

찬 의장은 “파이낸셜타임스의 질문에 정치적으로 노출된 인물로 분류돼 국제 감시기구의 요청에 따라 외국계 은행이 거래를 거부했을 뿐이라고 말했다”며 이번 일이 미국의 제재와 관련됐을 가능성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