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훈 원자력 국민연대 의장 “中기업 한전 입찰은 불공정…경제·안보 위협”

이윤정
2020년 03월 18일 오후 10:38 업데이트: 2020년 03월 18일 오후 10:38
원자력 국민연대 정용훈 공동의장. | 본인 제공

“단지 비용 절감을 이유로 국가 전력 사업에 중국을 불러들여서는 안 된다. 케이블은 사람으로 치면 혈관과 같다.”

한국 전력 사업 입찰에 대한 중국 기업 참여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원자력 국민연대 정용훈 공동의장은 지난 13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중국 기업이 한국 전력 사업 입찰에 참여한다는 소식은 전남 완도~제주 구간 해저 제3초고압직류(3HVDC)해저케이블 건설사업 입찰 공고 준비 중이던 한전이 기획재정부에 중국 기업 입찰 참여 가능 여부를 문의하는 과정에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원자력 국민연대를 비롯한 7개 시민단체는 지난달 26일 반대 성명을 냈고, 한전 측은 아직 결정된 바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의 중국 기업 입찰을 허용하는 것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18일 현재 34만 명을 넘은 상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인 정 의장은 중국 기업 입찰이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우리 기업은 중국에 입찰하지 못하는데, 중국은 우리 나라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정 의장은 “이런 불공정한 입찰을 허용한다면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현재 세계무역기구(WTO)에는 가입됐지만 정부조달협정(GPA)에 가입돼 있지 않다. 따라서 대한 전선 등 우리 기업은 중국에 전력 케이블을 아예 수출하지 못하고, 중국 기업도 우리나라 공공조달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국내 산업에서 중국 기업이 비용상 우위를 점한다면 국내 기업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 정 의장은 중국 기업 입찰을 허용할 경우 국내 전선 기업들이 국내 산업에서 배제될 위기에 처할 수 있고, 점차 다른 분야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케이블은 원자력이나 화력, 해상 풍력 등에도 대규모 들어간다”며 “이번에 불공정한 방식으로 중국에 문을 열어준다면, 장차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분야까지 잠식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 입찰에 중국 기업이 참여해 선정된다면, 국내 전력산업 최초로 중국이 참여하게 되는 셈이다.

에너지 안보를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정 의장은 “(이번에 중국의 참여가 성사된다면) 앞으로 중국이 우리나라 산업 분야에 사사건건 개입하고 통제하려 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전은 해상 케이블 사업 말고도 지난해 말 서남 해역에 국내 최대 풍력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만약 이번 해상케이블 사업 입찰이 성사되면 해상 풍력발전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육지로 송전하는데 필요한 고부가가치의 전력 케이블 시장까지 중국업체들에 내어주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의장은 중국 기업 입찰 허용의 또 다른 문제로 ‘낮은 품질’을 꼽았다. 그는 “만일 중국이 해저 케이블을 설치한 뒤 5년 혹은 10년 뒤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갑자기 전기 공급이 끊어지는 등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에 큰 차질이 빚어져 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기업 입찰 허용에 반대 성명을 낸 시민 단체들은 지난 2006년 제주도 전역 정전 사고를 예로 들었다. 원인은 제주도로 전력을 공급하는 해저 전력 케이블 손상이었다.

정의장은 한전 측이 ‘비용 절감’ 압박에 대한 해결책으로 중국 기업 입찰 참여를 들었던 부분에 대해 “비용 문제는 원자력 발전소만 제대로 가동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이후 원자력 발전소 가동률이 10~20% 떨어져서 1조~2조 원의 마이너스를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면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막대한 적자를 안게 된 한국 전력이 불공정 입찰을 통해 중국을 끌어들여 이를 해소하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에포크타임스는 중국 국영업체 참여를 허용했다가 국가 전체 전력망을 장악당한 필리핀의 사례를 보도한 바 있다. 미국 CNN 방송은 지난해 11월 필리핀 의회보고서를 인용하면서 “국가 안보가 완전히 훼손된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