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허가받고 공연하는 예술가 발길질하며 쫓아낸 ‘공원 관리소장’의 진짜 정체 (영상)

황효정
2020년 08월 7일 오전 10:18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전 9:36

공식 허가를 받고 공원에서 공연하던 예술가가 난데없이 쫓겨나는 일이 벌어졌다.

공원 관리소장이라는 남성이 관객들이 보는 앞에서 반말과 발길질을 하며 공연을 중단시켰는데, 알고 보니 이 남성은 관리소장도 아니었다.

지난 2일 오후 4시께 울산 간절곶공원에서는 예술가 송정배 씨가 경쾌한 음악에 맞춰 마임 등 공연을 선보이고 있었다.

어린이를 데리고 온 가족 관람객 수십 명이 공연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때였다. 무대 위로 한 남성이 호루라기를 불며 난입했다.

“가”

다짜고짜 공연자에게 반말을 던지는 남성. 남성은 거칠게 공연 도구를 빼앗고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발로 걷어차기까지 했다.

송정배 씨는 ‘2020 울주군 거리예술가’로 선정된 예술가로, 이날 공연은 송 씨의 정식 공연이었다.

관객들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남성의 난폭한 행동에 어린이 관람객들은 놀라서 엄마아빠 옆으로 물러났다.

정식으로 허가받은 공연을 망쳤음에도, 송 씨는 오히려 관객들이 놀라지 않도록 꾸벅 인사를 하며 차분하게 대화를 이끌어나갔다.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저는 매주 토요일, 일요일마다 울산 각지 거리에서 정식 허가를 받고 공연하는 거예요”

“야. 봐봐”

그러나 남성은 송 씨를 노려보며 무대 한옆에 딱 서서 비키지 않았다. 아이들 앞에서 그만하라는 관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남성은 자기 자신을 간절곶 관리소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남성은 공원 내 취사 금지를 안내하는 사설 용역업체 직원이었다.

사설 업체 직원이 자기 권한을 넘어서 공원 관리소장을 사칭하며 공식 허가를 받고 공연하던 예술가를 난폭하게 내쫓은 것.

뒤늦게 사실관계를 확인한 울주군은 “간절곶 공원 거리 공연과 관련해 모든 책임을 통감하고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오늘 울산 간절곶공원에서 겪은 일…내 일생에 처음으로 공연이 중단된 기분 더럽고 짜증나는 날이다..그것도 공원 관리소장을 사칭한 신원미상의 한 남자에 의해서…난 2020 울주군 거리예술가다. 코로나19로…

Posted by Jeongbae Song on Sunday, August 2,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