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다치진 않는데…”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스포츠의 정체

황효정
2020년 06월 10일 오후 12:22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3:20

세상에서 가장 부상률이 낮은 스포츠는 무엇일까.

윙슈트(Wingsuit)라는 스포츠가 부상률이 낮다.

죽는 사람이 너무 많아 부상(을 입고 생존할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즉, 부상률이 낮은 대신 사망률이 높다.

윙슈트는 양다리와 양팔 사이에 날개가 달린 슈트를 입고 공중활강을 하는 스포츠다.

기원은 19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3살 프랑스 재단사 프란츠 레이첼이란 청년에 의해 발명된 활강용 옷을 윙슈트의 기원이라고 본다.

프란츠 레이첼은 직접 실험해보겠다며 에펠 탑에서 윙슈트를 입고 뛰어내렸다가 그대로 즉사했다.

해당 사고로 한동안 중지됐던 윙슈트는 1990년대 중반 스카이다이버 출신인 파트리크 드 가야르돈(Patrick de Gayardon)에 의해 현재의 형태로 고안, 제작됐다.

파트리크 드 가야르돈은 1998년 4월 윙슈트를 테스트하던 도중 추락해 사망했다.

윙슈트의 최대 시속은 250km가 넘는다. 비행 안전장치는 낙하산뿐이다.

날아가던 도중 절벽이나 나무에 부딪히거나, 새 떼를 만나면 대부분의 경우는 즉사한다. 낙하산을 조금만 늦게 펴도 마찬가지다.

수천 번을 탄 전문가도 자칫하면 사망할 수 있는 게 윙슈트다.

보기에는 가볍게 활강하는 것 같지만, 공기 저항을 온몸으로 견뎌야 하므로 체력 소모도 매우 커 위험하다.

실제 콜로라도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윙슈트를 즐기는 사람의 72%가 사망 또는 심각한 부상을 겪었으며, 76%는 위기일발의 상황을 직접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률은 계속 오르고 있다.

오죽하면 “(삐끗하면 다 죽으니까) 부상자가 발생할 확률이 가장 적은 안전한 스포츠”라는 농담이 생겼을까.

그런데도 스릴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계속 윙슈트에 도전하고 있고 윙슈트 제품들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어 하나의 스포츠로 각광받는 추세다.

용암이 끓고 있는 화산 위를 날아서 지나갈 수도 있는 환상적인 스포츠, 윙슈트.

동시에 슈트를 발명한 사람도, 해당 스포츠 종목을 개발한 사람도 모두 추락사한 스포츠, 윙슈트.

목숨이 열 개면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스포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