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수능 출제위원이 털어놓은 흥미로운 ’35일 감금(?) 합숙기’

이서현
2020년 12월 31일 오후 1:48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1:16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한 개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으로 꼽힌다.

이날은 온 국민이 수험생을 응원하고, 비행기도 잠시 이착륙을 멈춘다.

그만큼 이목이 쏠린 시험이니, 문항을 출제하는 위원들의 고충은 오죽할까.

지난달 30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전 수능 출제위원 강상희 자기님이 출연해 수능 출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유했다.

강상희 자기님은 “다섯 번 정도 출제에 참여했다. 지금은 수능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출제위원 선발 조건부터 수능 문제 출제 과정, 외부와 연락이 완전히 차단되는 합숙소 생활을 전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제위원 선발 조건을 묻자 “전문성이 중요한 자리다. 해당 전공의 대학교수 또는 현직 교사가 선발된다. 저는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에 선발됐다”면서 “수험생 자녀를 둔 분들은 안된다. 서약서도 쓰고 합류한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철저한 보안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이목을 끌었다.

출제 위원으로 선정되면 공지된 일시에 집합 장소에 모인다. 그곳에서 호송버스 타고 목적지도 모른 채 어디론가 실려 간다고.

그저 창밖 풍경을 보며 ‘아 어디쯤이겠구나’ 짐작한다고 한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강상희 자기님은 국어 영역을 담당했는데, 당시 출제 위원 30명에 검토위원이 20명 정도 됐다.

이렇게 과목별로 수백명이 펜스를 두른 숙소에서 합숙 생활을 한다는 것.

더불어 외국인 성우와 보안요원들까지 수능 시험이 끝날 때까지 함께 숙소를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다.

문제를 내다가 확인을 위해 외부의 참고도서를 보거나, 검색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국어 영역을 출제하다 단어 하나를 확인하려고 어느 교수의 서재 책을 전부 쓸어온 적도 있다고.

혹시나 어느 책을 참고도서로 가져갔다고 하면 그것이 문제의 힌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인터넷 검색을 할 때도 보안요원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

A를 검색해서 확인하고 싶다면 A부터 Z까지 모두 검색하는 방식으로 해킹 등으로 문제의 힌트가 유출될 여지를 차단했다.

조세호가 “(합숙소에서) 족구를 하다가 펜스를 넘어갔는데 보안요원이 축구공을 찢었다고 하더라”라고 물었다.

강창희 자기님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라며 “외부에 문제가 유출될 수 있어서 보안요원들이 장갑을 끼고 음식물 쓰레기까지 모두 뒤져본다”라고 말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내부에 의사와 간호사까지 상주하고 있지만, 부득이하게 외부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일도 있다.

그때는 보안요원이 병원에 동행하며, 치료과정에서도 절대 출제위원의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고 한다.

또 간혹 급한 일로 가족에게 연락이 오면 보안요원이 대리로 통화 내용을 전달한다.

그중 숫자는 암호화할 수 있어서 절대 전달을 해주지 않는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강창희 자기님은 한 출제위원의 부인이 급한 일로 통장 비밀번호를 꼭 알아야 해서 전화를 했지만, 결국 전달받지 못했다는 웃픈 사연도 전했다.

과거에는 문항 출제 후 수능 시험지를 찍고 배포하는 2주 정도 기간에 자유시간이 생기기도 했다.

그때 섹소폰 연주회를 열거나, 사교댄스 강습회를 여는 출제위원도 있었다고 한다.

합숙 동안 TV도 볼 수 있고, 신문도 들어오니 외부 소식을 접할 수는 있지만 휴대폰 등은 사용할 수 없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이 기간에 한 출제위원은 전에 사두었던 주식이 계속 떨어지는데 어떻게 손을 쓸 수 없어 애만 태우기도 했단다.

이날 강창희 자기님은 특유의 조곤조곤한 말투로 에피소드를 전해 유재석과 조세호를 빵 터지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