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뉴욕 교도소 책임자 “엡스타인, 독방 수감됐더라도 감시 사각지대 있었을 것”

페트르 스바브
2019년 08월 12일 오후 5:04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후 12:03

억만장자 금융가 제프리 엡스타인(66)이 감방에서 숨진 가운데, 교도소 측이 자살 가능성이 있는 엡스타인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전 뉴욕 교도소 최고책임자에 의해 제기됐다.

전직 뉴욕경찰인 버나드 케릭(Bernard Kerik)은 뉴욕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엡스타인은 단독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독방감금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자살방지감시가 이뤄졌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케릭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뉴욕시 교도소를 관리하는 시교정국 교정위원장(Commissioner·민간 최고책임자)으로 근무했으며, 그 자신이 세금사기와 위증 등의 혐의로 연방교도소에 8개월간 복역한 전력이 있다.

케릭 전 뉴욕시 교정국 교정위원장은 엡스타인의 죽음과 관련해 “자살방지감시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독방에 감금됐다고 수감자가 24시간 모니터링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독방 교도관은 수감자 감시와 휴식을 15분씩 반복한다. 15분의 ‘사각지대’가 있다는 뜻이다.

케릭 전 교정위원장은 “15분간 감시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수감자도 한다. 그 15분 사이에는 어떤 일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며 “(자살 시도 후) 8분 이상 지나면 뇌사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NBC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엡스타인이 자살방지감시를 받지 않고 있었다고 전했다.

엡스타인은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6시 30분께 뉴욕 메트로폴리탄 교도소 내 자기 감방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됐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선고를 받았다.

교도소측은 “응급조치가 발견 즉시 이뤄져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됐으나 (엡스타인이) 결국 숨졌다”고 전했다.

엡스타인은 지난달 23일에도 자신의 감방에서 목 부근에 타박상을 입고 쓰러진 채 발견돼 자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여겨졌다. 감방동기인 사형수 니콜라스 타르타글리오네(Nicholas Tartaglione)는 변호사를 통해 엡스타인의 타박상과 관련성을 부인했다.

일각에서는 사치스러운 삶을 살았던 엡스타인에게 사형수와의 독방감금은 견디기 어려운 수치였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으며, 사망 전날 대량의 증거문서가 공개돼 압박감이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엡스타인은 그간 미국 정치권의 시한폭탄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피해자 중 1명인 버지니아 주프레(Virginia Giuffre)는 2016년 증언 녹취록에서 “16세 때 엡스타인 소유의 카리브해 섬에 따라갔으며, 이 섬에서 엡스타인의 내연녀 기스레인 맥스웰(Ghislaine Maxwell)로부터 클린전 전 대통령을 태워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맥스웰은 지프레의 증언에 대해 “완전한 공상이자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 역시 지난 7월 엡스타인의 비행기를 타고 총 4번 여행한 적은 있으나 엡스타인의 비위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탐사전문 언론인 콘치타 사르노프(Conchita Sarnoff)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비행기록을 조회해 “클린턴이 엡스타인의 비행기에 27번 탑승했으며, 국토안전부 비밀수사국이 경호를 하기도 했으나 그렇지 않은 적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르노프는 “클린턴의 이름이 비행기록에 올려진 날에는 같은 명단에는 어린 소녀들이 같이 있었으며 이름이 이니셜만 적혀있거나 전부 적혀 있었다. 비행기록에는 많은 소녀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한 언론은 엡스타인이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시절 백악관을 여러 차례 방문했으며 식사를 함께 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