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플랜B, 중국 공산당의 대만 점령 플랜A는”

한동훈
2023년 03월 28일 오후 4:21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49

중국 공산당이 대만 점령을 위해 전쟁에 앞서 통일전선전술을 최대한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의 중국문제 전문가 사이먼 가오는 지난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중국의 최근 움직임은 대만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도 “하지만 군사적 침공은 중국 공산당의 플랜B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 3월 예비군 동원법을 개정해, 예비역 장성급·영관급 장교 동원 연령을 기존 50~60세에서 일괄 60세로 상향했다. 위관급 동원 연령도 35~45세에서 45~50세로 높였다.

이와 함께 최소10개 성에 예비군 동원 지원기관을 설치했으며,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에서는 방위산업체 경력이 있는 당 간부 5명을 승진시켰다. 전시 체제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가오는 “군사 침공보다 더 가능성 높은 플랜A는 공산당의 오랜 전략전술인 통일전선”이라면서 “전쟁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여 대만을 점령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3월 왕후닝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에 선출된 것은 전쟁보다 통일전선을 더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정협은 중국 각계각층 대표들이 참여하는 대표적인 통일전선 조직이다.

통일전선은 전선을 통일한다는 뜻이며, 통일전선 전술을 공동의 적을 물리치기 위해 적과도 손을 잡는 전략전술을 가리킨다. 하지만 실제로는 적 내부에 내통 세력을 심어 적을 물리치기 위한 술책이다.

가오는 “통일전선 전술은 국민당과 공산당 사이의 내전 상황에서 공산당의 성장에 중요한 발판이 됐다”며 “처음에는 국민당이 공산당보다 훨씬 강력했지만, 공산주의자들은 국민당 군대에 침투해 많은 장군을 동조자로 만들거나 공산당의 스파이를 고위층 비서로 심어 결국 승리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항일’이었다. 공산당은 중국을 침공한 일본에 함께 대항하자며 국민당을 설득했고, 국민당이 일본과 맞서며 손실을 보는 사이 공산당은 후방에서 농민들을 자기 세력으로 끌어들였다.

공산당 지도자 마오쩌둥은 추후에 일본의 침략에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공산당 기관지 베이징일보는 2008년 ‘일본의 침략에 감사한다는 마오쩌둥의 발언을 정확히 이해하자’라는 기사에서 마오쩌둥의 습관적 표현이라고 해명했지만, 발언 자체를 부인하진 않았다.

가오는 “중국 공산당은 1949년 중국을 장악한 후 조직 전체에 통일전선 부서를 세웠다”며 “공산당은 대만과 중국 사이 관계를 이용해 대만의 기업, 언론, 종교단체, 정당, 심지어 군대에까지 침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녀는 시진핑이 중국 전투기를 대만 방공구역에 침투하도록 해 금방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위협으로 대만인들의 의지를 꺾으려 한다면서 “통일전선에 실패하면 무력에 의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가오는 시진핑이 전임 공산당 지도자들과 달리 대만 점령에 기한을 정해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 공산당은 2017년 제19차 당대회 보고서에서 중화인민공화국(중공) 건국 100주년인 2049년을 중국몽, 혹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달성 시한이라고 못 박으며 그 선결조건으로 “조국 통일”을 명시했다. 그전까지 대만을 점령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통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중국 공산당은 대만을 실질적으로 지배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중국이 말하는 통일에 대해 중화권 평론가들은 ‘대만 점령’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가오는 “시진핑은 중공과 대만의 통일을 자신의 임무로 삼았다”며 이를 통해 당과 관료들, 군부의 반발을 잠재우고 당의 규약을 위반하는 3선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어떠한 공식 문건에도 이러한 내용이 명시되진 않았지만, 시진핑은 특정한 고위 간부들에게 이를 약속했다”며 “만약 시진핑이 대만을 점령하지 못하면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시진핑이 통일전선을 지속할 것인지, 무력 점령으로 선회할 것인지는 언제 알 수 있을까.

가오는 2024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중요 지표의 하나로 꼽았다. “국민당 후보가 패배하고 독립 성향이 강한 민진당이 집권하면, 소위 ‘평화 통일’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며 “공산당은 민진당 후보가 다시 승리하면 침공을 촉발할 것이라는 공포감을 확산시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공산당이 언제 대만을 침공할 것인지 군사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린다. 통상 전쟁을 수행하려면 군 병력과 군수물자의 이동, 군사 장비의 배치 등 일련의 절차가 필요하다.

이를 근거로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으로는 향후 수년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한다. 중국 전문가이자 전 CIA 요원 존 컬버는 중국이 전쟁을 일으키려면 적어도 18~24개월 전 징후를 나타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오는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에서 대만 침공 전투 계획 수립에 관여한 퇴역 장교를 인용해, “대만 침공을 위한 일반적인 준비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고 전했다.

가오는 서방 민주진영의 동맹 강화도 시진핑에게 압박이 되고 있다면서 “중국 공산당이 통일전선을 고수할지 아니면 대결을 택할지 결정을 앞당겨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