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순회 중인 ‘인체 신비전’ 시신 출처에 의혹 제기

사이먼 비지
2018년 08월 25일 오후 6:43 업데이트: 2019년 10월 27일 오후 1:25

영국의 한 의료계 인사가 전 세계에서 순회 전시 중인 ‘인체의 신비전’에 대해 제공된 인체 표본에 대한 출처가 불명확하다며, 시신 확인을 위해 유전자 추출 기술을 도입하자는 주장을 제기했다.

인체의 신비전은 전시에 사용된 인체 표본이 중국의 양심수일 수도 있다는 의혹 때문에 오랫동안 구설수에 올랐다. 전시회 주최 측의 잇따른 부인에도 의혹을 갖는 인사들은 꾸준히 유전자 검사 방안을 제시했지만, 과학계 조차도 여전히 이론 공방에만 머무르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영국의 한 의사가 인체 표본 조직에 대한 최초의 유전자 추출 검증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인체 전시회 표본을 조사하는데 과학적 방법을 적용하는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다.

신경과 의사 데이비드 니콜(David Nicholl) 박사는 영국 버밍엄 국제전시센터(NEC)에서 열리는 인체 신비전의 인체 표본들이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 전시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해당 전시회는 20구의 시체와 200개 이상의 장기 표본이 전시됐는데 모두 중국에서 건너온 것이며, 인체의 체액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경화성 합성 물질을 주입하는 방식을 통해 마치 살아있는 사람의 몸처럼 보존돼 있으며, 전시기획사 이매진 익지비션스(Imagine Exhibitions)는 이 전시회를 가리켜 ‘다층적 서사를 가진 교육적 경험’이라 홍보하고 있다.

데이비드 니콜 박사는 영국의 샌드웰 종합병원에서 인체 표본 조직의 DNA 검사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조직을 찾고 있다고 발표했다. | Simon Gross/Epoch Times

전시회는 8월 21일까지 이어졌는데 바로 다음날, 니콜 박사는 DNA 추출이 가능하다는 기술 검증 절차를 확립하기 위해 표본 조직의 기증을 공식적으로 요청 중이라고 발표했다.

니콜 박사는 “스테이크도 어떤 소에서 온 것인지 알 수 있는 마당에 국제전시센터에 전시된 시체에 대해 그 출처를 추적할 수 없다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면서 “DNA 추출 기술이 확립되면 많은 중국인이 잃어버린 친인척을 찾지 못하는 일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국가에서 금지된 ‘인체의 신비전’

30명이 넘는 의료 전문가, 국회의원, 그리고 운동가들은 영국 정부에 공개서한을 보내 이번 인체의 신비전에 사용된 인체 표본들은 그 출처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며 전시회 폐쇄 및 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전시기획사와 국제전시센터는 자신들은 그 어떠한 범법행위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다른 비슷한 인체 전시회들도 전 세계를 투어하며 전시회를 열고 있으며 한국도 전시회가 개최된 바 있다.

인체 표본을 전시하는 이같은 전시회는 이스라엘, 프랑스, 하와이, 그리고 미국의 일부 도시에서는 금지돼 있다. 체코는 2017년 7월 이러한 전시회 개최가 승인되려면, 사망한 당사자가 사후 전시에 동의했다는 증거를 필수요건으로 삼도록 자국의 법 조항을 개정했다.

니콜 박사는 이번 버밍엄 인체의 신비전이 영국의 현행 법조항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타국에서 수입한 인체 조직에 대한 법의 허점을 이용했다고 강조했다.

호주 시드니의 ‘인체의 신비전’ | Melanie Sun/Epoch Times

영국 정부가 2004년 제정한 ‘인체조직법’에 따르면 ‘타당한 동의 없이 인체 조직을 제거, 보관, 사용하는 행위는 범법행위’로 규정하고 있지만, 인체의 신비전에 전시된 표본들이 해외에서 수입된 것이기 때문에 해당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니콜 박사는 DNA 검사는 직접적인 방법이면서도 저비용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플래스티네이션 처리된 인체 조직에서 DNA를 추출하는 과정 자체가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어서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니콜 박사는 자신도 처음에는이 기술에 대해 회의적이었다며 그러나 자신이 접촉한 많은 유전자 전문가들이 플래스티네이션 처리된 인체 조직에서 DNA 추출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니콜 박사는 “플래스티네이션 저널(the Journal of Plastination)의 편집자와 연락했는데 그쪽에서 이러한 과학적 시도는 전례가 없다고 했다”면서 “플래스티네이션 처리된 인체 표본에서 DNA 추출이 성공하면 세계 최초 사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700만 위구르 무슬림들 DNA 검사

중국 전문가이자 탐사보도 전문기자 에단 구트만은 유전자 검사야말로 구트만 자신이 10년 넘게 조사를 벌여온 양심수의 장기적출 문제에 대한 진실을 세상에 적나라하게 펼쳐 보일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구트만은 “중국 당국은 현재 살아있는 중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DNA 검사를 시행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미 1700만 명의 위구르 무슬림들의 DNA 검사를 시행했고, 12.5% 유전자를 공유하는 친족을 모두 찾아낼 수 있다. DNA 일치 여부의 확인이 가능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특히 파룬궁 수련자를 대상으로 자행되는 양심수로부터의 강제 장기적출 문제에 대한 연구에 지난 10년 동안 매진해왔다.

구트만의 연구에 따르면, 파룬궁 박해가 시작된 곳은 중국 랴오닝성으로, 플래스티네이션 기술이 처음 개발된 다롄시도 같은 지역이라는 사실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전시회 측은 전시에 쓰인 인체 표본은 모두 중국 의과대학에서 기증한 ‘무연고 사체’라고 말하고 있다.

국제전시센터는 “모든 인체 표본은 합법적으로 기증됐으며, 죄수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또한 이 표본들은 외상이나 상처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으며, 전염병에 걸리지도 않았다. 자연사한 사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4월, 톰 잴러 ‘이매진 익지비션스’ 회장은 “사체의 신원을 증명할 어떠한 문서 기록도 존재하지 않으며, 이들이 사망 후 자신의 신체를 기부하겠다고 동의했는지의 여부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