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달러 지위 굳건…위안화의 도전은 인지전”

차이나뉴스팀
2023년 04월 24일 오후 2:43 업데이트: 2023년 04월 25일 오전 9:25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긴장감이 곳곳에서 고조되고 금융시장까지 전쟁터가 되면서 중·러는 달러 지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이를 위안화의 달러 대체 과정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뉴스는 단지 달러화에 대한 불만 표출이고 대내외적인 선전선동일 뿐, 아직은 위안화가 달러에 도전할 단계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위안화 국제화’는 셀프 세일즈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21년도 연차보고서에서 “안정적이고 신중하게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위안화의 국제통화화(무역결제, 금융투자, 비축통화)’와 ‘중국과의 양자 무역 및 일대일로 인프라 사업에서 위안화 사용’을 포함한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20차 당대회 보고서에서 “위안화 국제화를 순차적으로 추진할 것”을 언급했고, 중국 중앙은행 관리들도 “위안화 국제화를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시장 주도와 기업의 자주적 선택에 기초한다”는 언급을 자주 했다.

천쑹싱(陳松興) 대만 국립동화대(國立東華大學) 신경제정책연구센터 주임. | 천쑹싱 제공

이에 천쑹싱(陳松興) 대만 국립동화대(國立東華大學) 신경제정책연구센터 주임은 에포크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다른 통화의 국제화는 주로 수요 측이 무역 결제, 투자 대상, 기축통화로 사용하면서 수요에 기반해서 이뤄졌다. 위안화의 상황은 이와 반대로 공급 측인 중국 정부가 지정학적 전략적 고려에 기초해 주도적으로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위안화 국제화는 통상적으로 세 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위안화가 국제 무역에서 결제 통화로 사용되는 것이고, 2단계는 위안화가 투자 통화로 사용되는 것이고, 3단계는 위안화가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국제통화의 3가지 기능(회계 단위, 교환 매개, 가치 저장) 중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가치 저장 기능이다. 따라서 위안화 국제화가 지속 가능하려면 국제사회에 위안화 표시 자산과 위안화를 보유하는 데 대한 신뢰를 줘야 한다. 위안화가 단지 교역에만 쓰인다면 위안화 국제화는 안정적이지 않다.

중국 전문가들에 따르면 위안화 국제화의 최고 목표는 위안화가 글로벌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리되면 중국은 유동성 위기에 몰리더라도 채권을 발행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고, 비상시 대외지급준비금을 외화, 특히 달러로 보유할 필요도 없다.

천쑹싱은 세계 시장에서 국제통화의 수요는 시장이 주도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추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제 무역에서 위안화로 결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국제통화의 가장 큰 수요는 채권시장에 있다고 했다.

캐나다 요크대 선룽친(沈榮欽·Jung-Chin Shen)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에 위안화 국제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중국 당국이 국제무역에서 위안화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많은 거래시장에서 위안화로 채권을 사거나 투자할 수 있고 또 많은 국제 시장에서 위안화를 국제통화의 하나로 인정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위안화가 당국의 엄격한 통제를 받기 때문에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통화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위안화는 진정한 국제화를 이룰 수 없다.”

천쑹싱도 이에 대해 언급했다.

“인민은행은 위안화를 국제적 태환성(convertibility) 정의에 부합하는 자유로운 교환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홍콩을 역외 시장으로 이용하지만, 현지 통화시장은 완전히 통제한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글로벌 경제에서의 중국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위안화를 투자의 대상으로 삼거나 기축통화로 삼는 데는 유보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세계외환보유고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분기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계속 낮아지고 있다. 2022년 4분기 수치(최신)는 2.69%로 최고점 대비 7%가량 떨어졌다.

중국 업계 관계자들도 위안화의 국제화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그들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첫째는 강력한 경제가 뒷받침되고 개방 수준이 매우 높아야 하고, 둘째는 역동적이고 개방적이고 유동적이며 풍부한 금융 상품을 가진 시장이 있어야 하고, 셋째는 법률·금융 등의 제도가 완비돼야 한다는 것이다. 위안화는 현재 이러한 조건을 하나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탈달러화 움직임은 ‘달러 무기화’를 경계하는 데서 비롯

캐나다 요크대 선룽친(沈榮欽·Jung-Chin Shen) 교수. | 본인 제공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을 동결했다. 이에 대응해 베이징은 러시아·사우디·브라질 등과 양자 간 무역에서 탈달러화에 합의했다. 특히 러시아는 무역 거래 결제 통화로 달러 대신 위안화를 가장 많이 쓰고 있다.

중국과 브라질은 3월 말 달러를 중간 통화로 사용하지 않고 위안화 또는 헤알화를 직접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합의했다. 사우디는 3월 초 달러화 이외의 통화로 석유 수출 대금을 결제하는 데 개방적이라고 밝혔다.

선룽친 교수는 중국 당국의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이 천연가스 수입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기 시작하고, 많은 역외 국가에 위안화 거래소를 설립하고, 브라질과 위안화로 거래하는 데 합의했는데, 그 배후의 동기는 경제적인 것만이 아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금융 제재를 받았다. 이를 목격한 중국은 미국이 달러를 무기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베이징도 외환보유고를 다양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를 출시하고, 위안화 거래를 장려하고, 금 보유량도 늘리고 있다.

최근 중국 외환관리국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9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중국의 금 보유량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말부터 올해 3월 말까지 5개월 연속 금 보유 규모가 확대되면서 386만 온스(약 120t)가 늘었다.

위안화가 달러화를 대체한다는 선전은 중국 당국의 인지전

선룽친은 위안화가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달러의 강세가 일시 꺾일 수는 있지만, 현재로선 달러가 실제로 도전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달러를 대체할 만한 통화가 존재하지 않고, 대체한다 해도 유로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절대 위안화는 아니다. 달러를 대체하려면 개방된 정치 제도와 자유로운 자금 흐름이 보장돼야 하는데, 위안화는 공산당의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22년 2월 2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집회에서 한 시위자가 피켓을 들고 러시아의 SWIFT 시스템 이용 금지를 호소하고 있다. | Yann Schreiber/AFP/연합

전문가들은 달러의 패권 지위는 역동적인 미국 시장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미국의 군사력이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경제학자 데이비 왕(DAVY J. Wong)이 에포크타임스에 밝힌 견해도 선룽친과 다르지 않았다.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한다는 것은 전혀 비현실적인 가설이다. 최소한 5년, 10년 내에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우선 달러는 국력을 대표하고, 통화는 책임을 수행하는 연방정부의 능력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달러를 대체하거나 중국이 세계 지형을 바꾸려 하지만 지금으로선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언론에서는 베이징이 모스크바와 손잡고 석유 결제에서 탈달러화를 추진하고 브릭스 국가들이 새로운 기축통화 발행을 시도하고 있어 달러 패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동맹국들은 전 세계 통화준비금의 90% 이상, 전 세계 투자의 80%, 세계 무역과 세계 경제 생산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를 반대하는 나라들이 모두 브릭스의 탈달러화를 지지한다고 해도 달러의 패권 지위를 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 경제학자 데이비 황(DAVY J. Wong). | 본인 제공

게다가 인도는 처음부터 브릭스 국가들의 탈달러화 동맹에 가입하는 것을 꺼렸고, IMF의 특별인출권(SDR)을 늘리는 등의 보다 온건한 접근법을 선호했다.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인도로서는 위안화의 달러화 대체 시도에 동참하기 힘들 것이다.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은 달러 패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고 또 중국 언론들이 이런 주장에 부화뇌동하는 것은 대내외 선전선동의 성격이 짙다고 보고 있다.

천쑹싱은 “중국은 대외적으로 ‘우리는 이렇게 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며 인지전을 벌이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위안화가 강하기 때문에 미국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한다는 주장은 달러에 대한 불만 표출과 대내외 선전선동의 성격이 짙다고 보고 있다. | STR/AFP/Getty Images

선룽칭도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위안화는 현재 달러에 도전할 수 있는 조건을 하나도 구비하지 못했다. 하지만 일부 국가들이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미국이 달러 패권으로 이익을 얻는 데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고, 미국이 러시아를 제재한 것처럼 달러를 무기화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음을 반영한다.”